-
-
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사요나라, 이 말은 굿바이 보다는 조금 더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영원히 안녕이라는 뜻이라서 그런지 슬프기도 하지만 뭔가 음산한 것 같기도 하고. 음산하다는 느낌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영원히 안녕이라는 말을 하냐는 말이지요. 뭘까? 하는 호기심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제목만 봐서는 굉장히 슬플 것 같다는 생각에서 집어들었는데, 글쎄요. 슬프다기보다 이게 왠 운명의 장난인가 하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줄거리는 사진에서 보시는 그대로예요. 어찌보면 연루된 사건과는 무관하게 다른 가정의 비밀이 파헤쳐지는 묘한 스토리입니다. 그래서 읽고 있는내내 응? 다른 길로 빠지는 느낌도 좀 받았어요. 알수 없는, 아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새파란 청춘들을 보고 있자니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기도 했구요. 사건 전개나 작가의 글은 볼만 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흥미진진하고 단숨에 읽혔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아무래도 여자라서 그런지, 그 피해여성의 이야기를 파고 들수록 찝찝했습니다. 남자면 그냥 묻힐 수 있는 성(姓)이라는 것이 여자에게로 옮겨가면 그 인생을 그저 없던 걸로 해야되는 소히 매장당한다고 하죠. 또 남자, 여자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얼마전 일어났던 임태훈, 故송지선 아나운서 이야기와 닮은 면이 있습니다. 故송지선 아나운서의 49재 되던 날, 버젓히 2군에 복귀를 했더군요. 사건 잠잠해질 때까지 피신해있다가 말이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본인들이 아니면 모르는 이야기라지만 두산베어스와 임태훈이라는 사람의 처신이 그리고 여자의 잘못만이 남아, 그것을 운운하는 이 사회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이 책이 이 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때문에 인생을 망친 여자를 위해 끝까지 자신이 할 수있는 범위 안에서 책임지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내용은 찝찝하지만, 그 남자의 처신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적어도 그 여자가 세상에 드러낼 수 없이 매장되어 버린 처지라 할지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다 아는 사람과 함께 있기에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절대 그녀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대 둘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피하고 싶은 운명이지만 그 끈을 절대 끊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저는 눈꼽만치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미화하고 싶었던 건지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분명, 이런 사건이 닥쳤을 때 이 남자처럼 처신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새파란 청춘들이 성(姓)이라는 것을 제발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