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네 집
김옥곤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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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은 원래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김영하 작가님을 통해서 단편의 새로운 매력에 흠뻑 빠지기는 했지만 단숨에 휘어잡는 무언가가 없다면 역시 조금은 아쉽고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아직까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 즈음 만나게 된 단편. 그리고 한국작가. 바로 김옥곤 작가님의 '미라네 집'이다. 미리보기로 살짝 보았었는데 사각의 프레임안에 빛바랜 흑백사진같은 느낌이었다. 은은한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고향냄새가 난달까. 첫 대면의 느낌은 그러했다.

추억을 회상하는 단편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살짝은 우화스러운 이야기들까지. 조곤조곤 느린 템포 속의 글들은 잔잔하고 고요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 완연히 뛰어난 색채감을 자랑하지는 않듯이 처음 미리보기에서 느꼈던 그대로 전체적으로 은은하고 소박하다. 내 머릿 속에 필름이 지나가듯 때로는 활기차게, 때로는 구슬프게, 고요하게 그렇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추억에서 현재로 이어진다.

격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한들, 언젠가 묻히는 것 처럼 글에서 긴박감이나 긴장감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아~ 그랬구나. 그런거구나. 정도의 끄덕임만을 자아낸달까. 독자에게 어떤 동조도 바라지 않는냥 유유히 묵묵히 흘러가는 단편들이다. 책이 끝을 향해 갈수록 종교적인 색채가 짙어져 원래 의도했던 방향에서 구덩이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각각의 단편이지만 뭉뚱그려 한 강물을 이루고 있는 느낌. 강물이라기보다 작은 웅덩이쯤이 낫겠다. 거기서 물을 길어올리고, 그 물을 한 모금 음미하고 두레박은 다시 저 깊은 물 속에 잠기고. 이런 분위기의 반복이었다. 꼭 어릴적 부모님을 따라가던 성묘길의 기분. 이 책은 딱 그런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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