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사랑이다 2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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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렇게 걸림돌이 많다면, 사랑이라는 거 이룰 수나 있을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픈 것만이 남겠지만, 난 그녀가 참 안됐다.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서 살다가 제대로 된 인생의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그렇게 시들어야 했으니까. 결혼도 즉흥적으로 해버렸고, 덜컥 아이를 가졌고, 그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았던 그녀의 인생은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에게 버림받는데서 부터 뒤틀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게 그녀 인생의 뒤틀림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바탕에 깔린 사랑이라는 거, 이런거 아니던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이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며 너무 요란하지도 않은 소소한 일상을 누리며 평범하게 사는 것. 그것을 꿈꾸던 소박한 그녀가, 갑자기 날아든 남편의 태도때문에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해버린 결혼이라니. 그 남편도 참 무책임하지. 그래도 아이를 그녀가 키우면서, 힘들게 교사가 되기 까지 묵묵한 그녀의 삶을 응원했기에 평범한 사랑이 찾아오길 바랬지만 그 마저도 신은 허락치 않더라.

정말 쉴새없이 등장하는 장애물들 때문에 속이 미칠 지경이었다. 그냥 그들을 내버려두었으면 하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 속에서도 그들은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들의 관계 속에서 울부짖어야했고, 한없이 아프기만 한 것 같았다. 실화라니. 정말 그들은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자신들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했을까 싶다. 도와주는 사람보다 훼방놓는 사람이 더 많았다. 어째서, 세상은 이리도 불공평한건지. 법이라는 공권력 앞에서 사랑은 그저 한낱 초라한 것일 뿐이다, 라는 것을 다시 입증해 보이는 씁쓸한 결말이었다.

그녀가 사랑보다, 그녀의 삶을 더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결론이 이렇게 마무리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가 삶의 전부였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세상은 인간에게 상처를 입힌다. 대부분의 인간을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상처 입은 부분에는 못이 박힌다. 상처 받지 못한 인간은 짓눌려 죽게 된다…….' (190쪽) 그녀는 점점 삶의 끈을 놓아간다. 마음껏 그를 사랑할 자유를 바랬으나 그녀에게 그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저 세상이 쏘아대는 총과 칼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철철 흔건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가엾은 다니엘. 사랑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 그것마저도 사랑이라 불리울 수 있는 것인지. 사랑하는 제라르! 태양이 존재한다고 말해 줘. 그리고 진실과 순수함은 이 세상의 것이라고……. 이런 것들이 나의 몽상은 아니었다고 말이야. (191쪽) 이 구절에서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태양, 이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 시릴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가끔 이 구절이 나의 머릿 속을 맴맴돈다. 태양이 존재한다고 말해줘! 그녀가 나를 향해 울부짖는 것 같다. 나의 사랑만큼은 어떤 고통이 와도 절대 놓지 말라고 말이다. 그럴께, 다니엘. 약속해!

"나의 소원은, 적어도 내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이 무엇인가 도움이 되었으면, 비록 그 문제가 파국의 양상을 드러낸다고 해도, 비록 그 문제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비록 그 문제가 패배의 모습으로 다가올지라도 더 이상은 그 누구도 희생되질 않기를 바랍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이 죽음이라면, 이제 남은 자가 할 일은 승리를 쟁취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재 이유마저 부정한 사회를 나는 거부했으나, 누군가는 끝까지 남아 싸워야 합니다." (에필로그 227쪽) 사랑이라는 이름을 고귀하게 지키고 싶었던 그녀, 다니엘. 사랑이라는 것만 생각해 아름답게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지 오지 않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세상의 잣대로 무조건 비난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지킬 수 있는 사랑은 지켜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니엘과 제라르의 아픔으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아픔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구도 갈라놓지못한 그들의 사랑. 죽음에 닿았지만 그것은 우리들 가슴에 아픔보다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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