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사랑이다 1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름, 사랑이라는 것. 이 단어 앞에서는 그저 모든 것이 무기력해져 버리고 만다. 저마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정의가 다르다. 사람의 감각에 따라 달라지는 이름이기 때문이리라. 달콤할때도 있고, 한없이 가슴시릴 때도 있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애가 타는 것도, 마음이 쉴새없이 콩닥거리는 것도, 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얼굴이 아닐까.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의 얼굴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지고지순하며 깨끗한 결정체의 느낌이었다.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는 지극히 보기 드물게 되어버린 순결한 사랑. 순수하고 순결한 것은 어느순간 깨어지고 마는 것일까. 

제자와 사랑에 빠진 여교사의 이야기. 순간, 세간에 떠돌던 그 사건이 생각이 나버렸다. 제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가지고서 마녀사냥의 한가운데에 섰었던 그녀 생각이 났다. 물론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뭔가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을 뿐. 이 책 속의 그들의 사랑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세상이 눈살을 찌뿌리는 중점에 그들이 서있었다는 것에서 나의 시선이 교차되었을 뿐이다. 사랑은 이렇게 힘든 가운데에서, 세상을 등지면서까지 이루어야하는 무언가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이렇게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 또한, 가족들 눈에 내키지 않는, 소히 반대되는 사랑을 해봤다. 그것에는 많은 용기와 노력이 따른다. 가족들을 저버려야 한다. 가족들에게 등을 돌릴만큼 그 사람과의 신뢰가 두텁게 쌓여 있어야 하는데, 어린 나이에 그것이 성립되기란 쉽지가 않다. 내가 어렸기 때문에 미숙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어른들, 가족들의 의견을 따라야한다고 믿었던 때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요즘 아이들은 좋고 싫고가 참 분명하다. 그만큼, 포화상태에 이르른 정보 속에 살고 있고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그 이상으로 아이들이 알고 있는게 더 많다. 알지 말았으면 하는 것도 벌써 알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 세상은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내가 살고 있던 세계와는 다르다. 그래서 제자와의 성관계가 세상에 알려질만큼 참 무서운 곳이 되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면 사랑은 당연히 버려야하는 것인가. 물론,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죄가 된다. 내가 일전에 보았던 그 사건과 이 책의 다른 점은 그들 사이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관계가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제자와 여교사의 만남자체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도덕이요, 법칙이다. 그들의 나이 차이가, 우리가 만든 도덕과 법칙이 사랑에 대한 가해자이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이런 것이다. 사랑이란, 서로의 그리움을 확인하는 곳에서 완성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녀의 가슴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당장에라도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 같은 공포가 내 등을 마구 떠밀고 있었다. (153쪽) 사랑이라는 감정에 어느 정도 무뎌진 내가 이 구절과 마주했을 때, 그리움도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글자들이 사랑스러웠다. 그들은 한없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애틋해한다. 이런 감정 앞에 나이란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저 순수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편의 시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같은 느낌의 구절들이 많다. 사랑이여, 조금만 기다려다오. 조금만 더 단단히 옷깃을 여미고 너의 추운 몸을 가지고 있어다오. 오직 단 하나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 여기 한 사내가 눈물과 함께, 가슴 저미는 그리움과 함께 달려가노라……. (153쪽)  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잃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만난 구절들은 나를 추억 속에서 춤추게 했다. 그리고는 더이상 나이에 관한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그들의 사랑을 그의 가족들이 인정해주기를 바라며, 으쌰으쌰 그들의 사랑을 응원할 뿐이었다.

아프니까 사랑이다 1권에서는 그들의 순수한 사랑의 시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워야하는 것들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힘겨운 여정을 가게 될지를 보여주는 서막이다.
한편의 청춘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사랑이 시작될 때의 그 찰나의 찌릿함, 묘한 분위기. 진부하지만 우리가 다시 찾아야만 하는 순수함, 순결한 느낌의 사랑.
그들의 사랑은 아프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프니까 사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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