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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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경숙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긴 하지만 '엄마'라는 소재로 울 수 밖에 없는 내용이 어찌보면 뻔해서 망설여졌다. 최유경 작가의 '바보엄마'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대놓고 펑펑 우는 내용이었다. 이런 책을 보고 나면 일상에서 영향을 끼쳐 생활이 조금 더 힘이든다. 그렇게 또 한참을 얽매이며 살아갈까봐 겁이 났었던 탓도 있어 염려했었는데 우연찮게 '엄마'에 관해서 그리고 '여자'에 관해서 생각할 일이 생겨 필연인듯 이 책을 집어들었다.

  우리는 '엄마'에 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당연하게 원래부터 '엄마'였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한 둘 일까. 이 세상에 태어나고, 눈을 뜨고 알아볼 때부터 우리에게는 '엄마'였다. 한번도 '엄마'이지 않은 적이 없지 않았던가.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인데 이 책으로 제대로 한 방 맞았다.

큰 딸과 막내 딸의 대화내용이다.

- 엄마 얘기 해봐.
- 엄마 얘기 ?
- 응 …… 너만 알고 있는 엄마 얘기.
- 이름 박소녀. 생년월일 1938년 7월 24일. 용모 흰머리가 많이 섞인 짧은 퍼머머리, 광대뼈 튀어나옴. 하늘 색 셔츠에 흰 재킷, 베이지색 주름치마를 입었음. 잃어버린 장소 ……
  
  (……)

- 엄마를 모르겠어.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밖에는.    (페이지 209쪽 중에서)

 소중한 것은 왜 잃어버리고 난 후에나 깨닫는 것일까. 그렇게 늘 그 자리에서 밥을 짓고, 논과 밭을 일구고 한없이 반찬을 챙겨주던 '엄마'. 그 엄마를 잃어버리고 난 후, 돌이켜 생각해보니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큰 딸, 큰 아들, 아버지, 또다른 여인이었던 엄마의 이야기까지 다른 시점으로 '엄마'에 관해 생각해보면서 추억에 잠긴다. 나에게는 이런 사람이었네, 후회만 가득한 그들만의 이야기.

내 새끼. 엄마가 양팔을 벌리네. 엄마가 방금 죽은 아이를 품에 안듯이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내 발에서 파란 슬리퍼를 벗기고 나의 두발을 엄마의 무릎으로 끌어올리네.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페이지 254쪽 중에서)

  자식을 다 키우고 나서야 자신을 돌아보는 묵묵한 사람, 엄마.
일평생 자신의 행복은 뒤로 한 채 자식들의 행복만 바라면서 희생했던 안타까운 이름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시집가서 자식을 낳고, 자신의 몸하나 챙길 겨를 없이 늘 하루가 모자랐던 그녀. 너무 늦게 알았다. '엄마'도 꾸미고 싶어하던 여자였다는 것을, 우리의 엄마이기 이전에 그녀도 한 어머니의 딸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다분히 울기 위해 만들어진 소설이라기 보다, 여러 관점에서 '엄마'를 돌이켜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것에 참 고마웠다. 

  우리는 '엄마'에게 어떤 존재일까. 늘 '엄마'라는 기둥아래서 자신만 기대고 의지하지는 않았는가. 단 한 번도 '엄마'가 한 여자의 사랑스러운 자식이라는 생각을 왜 해본적이 없었을까. 늘 다 참아내주기를 바랬고, '엄마'라면 당연히 자식을 감싸야한다는 생각에 휘둘려 살았던 내가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봤자 '엄마'또한 가녀린 여자, 이 세상이 힘겨웠을 한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나를 돌보아주기만 바랬다. 그녀 자신의 삶은 나를 돌보는 것부터다, 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버렸었는데, 이제서야 죄스럽고 죄송하다. 

 엄마가 좋아했던 꽃을 보며, 미소짓고 있을 때 문득 바람결에 함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 또한 엄마 못지 않게 그 꽃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도 내 머릿속을 꽃향기처럼 어지럽게 스쳐간다. 부탁할 사람이 없어 하늘에 대고, 스쳐가는 바람에 대고 조심스레 입을 열어본다. 그리고 속삭여 본다. 우리 엄마도 부탁해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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