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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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님의 에세이는 여운이 오래 남는 매력이 있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시소의 균형을 잘 맞추는 느낌이랄까.

스르륵 넘겨보면, 금방 읽을 것 같지만 막상 펼쳐들면 그렇지 못했다.
어느 사소한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번에 접한 에세이는 감성산책.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라는 재미있는 제목이었다.

그리고는 기존에 읽었던 것들보다 쉽게 읽히려나? 혹은 가벼울려나? 생각했었지만,
역시나 예상을 빗나갔다.

재밌게 지은 제목과는 달리, 그 안에 숨겨진 뜻은 참으로 묵직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은 코끼리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워질 때가 많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지만, 무엇하나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다.

눈치를 봐야할 것이 더욱 많아지고, 그 때문에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물을 한껏 머금은 솜마냥 생기도,
홀가분한 마음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은 채 자꾸 무거워져만 간다.

 

이 책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데에 디딤돌이 될 만한 책이다. 
아는 길도 물어가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책이다.

탈무드, 무탄트 같은 느낌이다.

우화 속에 숨겨진 뜻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지금 숨가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 쉬어가는 쉼터가 되어 주는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그리고 글 중간 중간 나타나는 시(詩 ) 덕분에 감성이 더욱 묻어난다.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구절 몇가지.

 

38

아프냐. 더 아픈 것들을 굳게 끌어안으라. 그러면 지금 아픔은 저절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슬프냐. 더 슬픈 것들을 굳게 끌어안으라. 그러면 지금 슬픔은 저절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 李外秀    (P. 59쪽)

 

 

76

진실로 글을 쓰고 싶다면 놀부처럼 살지말고 흥부처럼 살아라.

다리가 부러진 제비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껴라.

글을 쓰는 일이 도를 닦는 일과 무엇이 다르랴.

내 마음 밖에 있는 것들을 모두 내 마음 안으로 불러들여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라. 
- 李外秀  (P.118쪽)

 

 

무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한 글들이 많아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그 무거운 마음이 바로 코끼리가 아니었을까?

알지만 잘 실천할 수 없는 것들. 그런 코끼리가 우리 안에 늘 자리하고 있다.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저자의 몸부림.

'아픈만큼 성숙한다,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하게 굳어진다.' 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침내 모두 별이 된다

 

이 책을 선택하면서 참 마음에 들었던 글귀이다.
우리 모두 별이 되기 위해 이토록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나의 무거운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자. 그리고 내 하나뿐인 삶을 사랑해주자.

우리의 더욱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 마침내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서.

 

 

[ 오타 발견 ]

403쪽

오히려 강도들은 그에게 앗은 것을 모두 돌려주고 서서히 뒷걸음쳤다.

--> 오히려 강도들은 그에게 앗은 것을 모두 돌려주고 서서히 뒷걸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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