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외수님의 에세이는 여운이 오래 남는 매력이 있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시소의 균형을 잘 맞추는 느낌이랄까.
스르륵 넘겨보면, 금방 읽을 것 같지만 막상 펼쳐들면 그렇지 못했다.
어느 사소한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번에 접한 에세이는 감성산책.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라는 재미있는 제목이었다.
그리고는 기존에 읽었던 것들보다 쉽게 읽히려나? 혹은 가벼울려나? 생각했었지만,
역시나 예상을 빗나갔다.
재밌게 지은 제목과는 달리, 그 안에 숨겨진 뜻은 참으로 묵직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은 코끼리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워질 때가 많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지만, 무엇하나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다.
눈치를 봐야할 것이 더욱 많아지고, 그 때문에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물을 한껏 머금은 솜마냥 생기도,
홀가분한 마음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은 채 자꾸 무거워져만 간다.
이 책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데에 디딤돌이 될 만한 책이다.
아는 길도 물어가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책이다.
탈무드, 무탄트 같은 느낌이다.
우화 속에 숨겨진 뜻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지금 숨가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 쉬어가는 쉼터가 되어 주는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그리고 글 중간 중간 나타나는 시(詩 ) 덕분에 감성이 더욱 묻어난다.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구절 몇가지.
38
아프냐. 더 아픈 것들을 굳게 끌어안으라. 그러면 지금 아픔은 저절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슬프냐. 더 슬픈 것들을 굳게 끌어안으라. 그러면 지금 슬픔은 저절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 李外秀 (P. 59쪽)
76
진실로 글을 쓰고 싶다면 놀부처럼 살지말고 흥부처럼 살아라.
다리가 부러진 제비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껴라.
글을 쓰는 일이 도를 닦는 일과 무엇이 다르랴.
내 마음 밖에 있는 것들을 모두 내 마음 안으로 불러들여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라.
- 李外秀 (P.118쪽)
무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한 글들이 많아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그 무거운 마음이 바로 코끼리가 아니었을까?
알지만 잘 실천할 수 없는 것들. 그런 코끼리가 우리 안에 늘 자리하고 있다.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저자의 몸부림.
'아픈만큼 성숙한다,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하게 굳어진다.' 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침내 모두 별이 된다
이 책을 선택하면서 참 마음에 들었던 글귀이다.
우리 모두 별이 되기 위해 이토록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나의 무거운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자. 그리고 내 하나뿐인 삶을 사랑해주자.
우리의 더욱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 마침내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서.
[ 오타 발견 ]
403쪽
오히려 강도들은 그에게 뻬앗은 것을 모두 돌려주고 서서히 뒷걸음쳤다.
--> 오히려 강도들은 그에게 빼앗은 것을 모두 돌려주고 서서히 뒷걸음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