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곱하기.십 - 내 인생의 발칙한 3일 프로젝트
장현웅 외 지음 / 소모(SOMO)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내 인생의 발칙한 3일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 무얼 하고 싶은가요?

 



처음 이 책을 접하기 전, 제목만 보아서는 ’서른’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서른을 향해 가는 청춘들의 이야기인줄 알고 들여다 봤다가 전혀 다른 이야기에 흥미로웠다.

나에게 주어지는 3일간의 휴가. 10명이 보낸 3일간의 휴가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그래서 3일 곱하기 10명. 삼.곱하기.십

 

나에게 3일이 주어진다면?

정작 바삐 돌아가는 삶 속에서 3일을 뺀다는 것. 그것은 가히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된 10명 또한 하루를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내며 3일이라는 시간을 쉬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것을 하기에 3일, 너무 짧지 않을까? 생각해도

짧은 여정 속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무한대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들은 주어진 3일 동안 무엇을 하기로 마음 먹었을까?

 

내 마음을 흔들었던 문구 혹은 사진들을 소개한다.




동물원에 간 장현웅씨. 『사소한 발견』의 저자이다. 3일동안 동물원을 들여다보기로 결심하고, 
동물원에 가기 전 동물원에 관한 책을 사 보는 등,

무척 분석적인 그이이다. 동물원에 대한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일반인의 시각과는 조금 다른 측면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무조건 원리부터 파악하고 보려는 나의 습성과 비슷한 분. 그런 그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나처럼 꽤 겁이 많으신가보다.

우리는 정말, 잊혀지기 싫어서 셔터를 누르는걸까. 나의 대답은 yes. 
나도 비오는 날, 동물원에 가고 싶다. 그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주어진 3일에 동물원에 가야지. 하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특별한 그의 3일간의 여정. 색달랐다.




 

작곡가 성세인 씨.

그녀는, 주어진 3일에 미래로의 여행을 떠났다. 미래에 자신이 터를 잡고 싶은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가 한옥연구소를 찾았다.

시체놀이도하고, 연구소 애완동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그녀가 좋아하는 들꽃들을 마음껏 구경하기도 하고.

그녀가 떠난 여행에서 완성하려던 악보는 젖었지만 그 이상의 울림을 가지고 컴백.

그녀가 이 3일간의 여행이후, 그 떨림을 어떤 곡으로 세상에 알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녀의 글 중 마음에 들었던 글귀.

내가 지금 가장 바라고 목말라하는 무언가. 나다운 삶을 사는 것.

나에게도 3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녀와 같은 여정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프로 작사가 조은희 씨.

주어진 3일을 오래전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쓰겠단다.

조금은 슬픈 노랫말을 쓰는 그녀, 왠지 마음 구석이 아리다. 무언가 아픈 과거가 있는 것일까.

정작 한번을 ’훌쩍’ 떠날 만큼의 용기가 없는 사람. 왠지 그녀에게 동병상련의 기운이 감돈다.

 

그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여행은 끝없는 기차를 타고 가는 것 같았다.

안개 속에 쉼없이 내달리는 기차안에서 지나가는 온 풍경을 받아내는 듯한 느낌.

그녀의 여정에 나도 꼭 함께 하고 싶다. 함께 걸어주고 싶다.

 



플로리스트 정주희.

3일동안 하고 싶던 모든 일을 섭렵하다!

 

꽃을 만지는 사람은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람과 대화를 하듯, 
아니 그보다 더 유하게 새들의 지저귐을 듣는듯한 대화.

그렇게 사랑하는 무언가를 생각하며 다듬어지는 꽃은 유달리 더 향기가 그윽한 것 같고 
화려한 이면의 수수함까지 엿볼 수 있는 듯 하다.

내가 여자여서, 꽃이라면 좋아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순수한 그녀. 지인들을 잘 둔 덕에 3일을 완전 알차게 보냈다. 제일 부러웠던 그녀.

하루는 도자기 공방에 가서 도자기를 굽고,

또 하루는 드로잉 살롱에 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마지막 하루에는 이탈리아 요리까지 섭렵!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들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하는 예술 이외의 것들을 만나고 체험하는 시간.

더할나위없이 행복해보였다.

 



 

그녀가 요리를 배우기 위해 만들어간 꽃과 이탈리아 파스타. 보기만 해도 향기롭고, 혹은 먹음직스럽다.

그녀의 3일을 훔쳐보는 동안 얼마나 심장이 벌렁 거리던지.

호화롭게 살지 않더라도, 자신들이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며, 마음을 교감하는 시간을 들여다보니 딱 내가 꿈꾸던 일과였다.

나도 저들에게 배우려면 무언가를 선물해야 될 텐데, 당장 내가 선물해도 그녀들의 기에 눌리지 않을 무언가를 찾아보니 딱히 없다.

오로지 하고 싶은 열정과, 배우고 싶은 진심 그것 밖에는.

뭐, 인생.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겠어?!



 

<싱글즈> 에디터. 천승명 씨.

요리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요리를 3일동안 척척 만들어 내는 그녀를 보면서, 
역시 엄마는 위대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3일간의 요리여정을 따라다니다 보니, 왜 이렇게 허기가 지던지. 배가 고파서 죽을 뻔했다. 
결국에는 이것저것 섞어서 비빔밥을 해먹었다는 이야기가..^^;

맛깔스러운 그녀의 요리에 흠뻑 취하는 시간이었다. 
아마 이 책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맛있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사랑의 마음으로 하는 요리. 한 번도 어떤 사람을 위해 식탁을 차려본 적
(하나부터 끝까지 나의 음식으로만 차린 것)이 없는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비록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요리를 할 수는 없더라도, 
추억이 담긴 사랑이 담긴 정성하나면 정말 사람 사는 맛이 날텐데.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해 볼 수 있을까? 맛 없더라도 먹어줄거지요~~



 

홍대 근처 소노 팩토리 공장장 소준희 씨.

작품 전시도 하고, 전시장을 빌려주기도 하며, 금속공예 공방도 함꼐 운영하고 있는 그녀.

주변에는 참 멋진 그녀들이 많다.

그녀도 내가 해보고 싶어하던 것을 이룬 케이스.

 

사람을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그녀에게도 시련은 있었더라.

오픈하고 1년 쯤은 무엇을 위한 곳인지, 조금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동네 주민의 시선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같이 꾸려운 좋은 사람들 덕분에 지금은 사랑받는 곳이 된 소노팩토리.

나만의 작업실이 아니라, 온 사람이 함께 만나고 어울리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보니 새삼 그녀의 끈기랄까, 
그저 멋지다는 감탄밖에.

 

★★★★

 

 

그녀, 혹은 그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내가 생각해온 3일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활기찼다.

어찌보면 나는 그저 막연하게 쉬는 일에만 온 집중을 했을지 모른다. 늘 일에 지쳐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자신들의 색깔을 과감하게 밀어 부치고 있다.

무작정 도망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아련한 추억들도 감상하고, 색다른 3일들을 훔쳐보고 나니 3일안에 가능할까? 했던 일들도 뚝딱 뚝딱.

짧을 것만 같았던 시간. 그 안에 초대된 나는 10명의 3일을 돌아보았기에 한달동안 다른 삶을 살아본 격이다.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었던 시간.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도 많아 더할나위없이 즐거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했던 3일이 조금씩 자세해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쁘게 살면서 놓치고 있던 무언가를 찾고, 
다시 한 번 나의 꿈을 향해 내 딛기 위한 발걸음을 되잡아 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들보다 더 알차게 3일을 보낼 수도 있다.

지금부터 계획해 볼까요?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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