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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에게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
권하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12월
평점 :
해의 아이들 (게이), 땅의 아이들 (레즈비언), 해와 땅 (이성애자)
이런 소재로 만들어낸 성장소설. 나의 편견을 깨어버릴 수 있을 것인가.
아주 가끔, 책을 통해 나의 성(姓)에 대한 정체성을 점검(?)해본다. 고독의 우물(남자가 되고 싶은 여성 이야기)과 같은 고전을 읽을 때에는 나도 여자에게 이런 느낌을 받았던 때가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추측하며, 그 상황에 몰입하고 한없이 착각 속에서 허우적 댔었다. 여자를 봐도 그 책의 느낌때문에 자꾸 여자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남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나에게도 그런 성향이 있을까 생각해본 것이리라. 그리고 아이돌을 좋아하다보면 누구나 팬픽(그룹의 멤버끼리 서로 좋아하는 설정, 여자-여자 이거나, 남자-남자이거나 이성보다 동성이 강한 경향의 팬들이 지어낸 소설류)을 접해보았을 것이다. 보통 10대 소녀들의 경우, 남성 아이돌 그룹의 팬픽을 즐겨 읽는다. 나 또한, 남남커플의 팬픽을 달고 살았었지.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들은 어떤 삶일까 생각해보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들을 커플로 이어준다. 대개 남성 아이돌 그룹의 팬들은 차라리 너네 멤버끼리 사귀지, 다른 여자아이돌과는 안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녀팬들의 로망이자 만인의 연인이지 않은가, 그들은... ) 팬픽을 읽는 순간은 안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이겠다 상상이 절로 된다, 이런 일이 없으란 법도 없지뭐, 하며 쿨한척 팬픽을 즐긴다. 하.지.만.. 조금씩 아이돌에게서 눈을 돌리고 먹고 사는 문제에 치이며 살게 되면, 연예인은 그냥 연예인일 뿐, 돈 많은 남자 물어서 취집 (요즘은 시집이 바로 취업이란다.;)하는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꽤 강하다. 여자로써 사회생활을 견디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며, 여성의 지위가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나, 육아와 살림을 겸해야 하는 이상 대부분의 남성들처럼 오래 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같은 보통인의 경우, 나와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픽션 속에서나 보았지 실제로 내가 겪고 있는 일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그 사람들의 마음이나 감정따위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청소년(혹은 미성년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성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바른 성교육이나 개념의 정립등이 꼭 필요하다. 나처럼 그 입장이 되어 착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실제 그것이 자신의 일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다른 성을 좋아하는 것이 비교적 많이 드러나있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해까지 가능한 정도는 아니다. 그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의 수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 이런 문제에 올바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게 자랐으면 하고 바라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막상 나의 아이가 그렇다면, "오냐. 그래, 너의 마음가는대로 하거라.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라고 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대다수의 부모들은 역정을 내겠지. 왜 하필 내 자식입니까,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그리 지었습니까. 이 책의 주인공 강성훈의 엄마가 그랬듯 말이다. 아이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것이고, 눈 앞에 두고 보기가 힘들 것 같다. 나 또한.
머리로는 그럴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은 그것을 쉽게 허락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성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무조건 현실도피가 아닌, 정면승부인 것이다.
남의 이야기라면 모르지만 나의 이야기라면, 어떻게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보지 않고 살아갈 것인지.
성훈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게이인 것을 알고 학교를 자퇴시키고 유학을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받는 홀대와 엄마에게까지 외면당하는 자식이 받았을 충격을 헤아려 줄 사람은 그녀 뿐이기에 나중에 시간이 흘러 사람을 기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레즈비언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상담소에 성훈을 보낸다. 그 상담소에서 성훈은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자신의 성향을 인정하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똑바로 바로 볼 수 없을 것 같던 절친인 영무에게도 다가설 만큼, 용기도 생기고 점점 삶의 활기를 찾아간다.

동성애자인 것을 주변에 알릴 수 없었던 성훈은, 주변을 철저하게 속인다. 여자를 좋아하는 척 숨긴채 살아간다.
그것이 결국 자신에게까지 거짓으로 살아가는 삶이 되고, 어떤 것과도 섞일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주변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편견이 난무하는 현실에서는 무척이나 힘이듬을 안다.
세상과 동 떨어진 기분.. 성훈이는, 얼마나 외롭고, 괴로웠을까.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함은, 얼마나 고독한 슬픔인가..
남들과 조금 다른 성향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는 성훈. 그런 따가운 시선은 편견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들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이끄는대로 따라갈 뿐.
따듯한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성훈, 순수한 영혼이기에 많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인을 사랑하는 비너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절친인 영무에게도 자신의 성향을 말할 수 없어 성훈은 비너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어떤 이야기든 다 들어주는 비너스. 편지글의 형식으로 되어 있어 굉장히 몰입이 잘 되었고, 꾸밈이 없는 순수한 영혼을 만난 느낌이랄까. 내용이 뒤죽박죽 되더라도,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편지의 느낌을 잘 살린 것 같다. 편지글이자 자신의 일기 같은 느낌의 글이어서 실제 닫혀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비너스를 통해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소통의 방법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은 일반성향과 다른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부모라면, 꼭 읽어봐야할 성장소설이 아닐까한다. 순수함과 소통을 강조하며, 성향이 다를 뿐 이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한 소년의 몸부림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소설이다. 섞일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나와는 성향이 다를 뿐임을 조금은 쉽게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었다.
너는 그냥 너이면 돼. 똑같이 살아가려고 발버둥치지마. 앞으로는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시선이 너를 향해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