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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표지에 눈이 내린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그런 눈.
사계절 중에 유독 겨울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표지만 보고서도, 제목만 보고서도 마구마구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것도 아마, 무리는 아니다.
'네가 있어준다면' 난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다? 어쩌면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늘,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것이 인간이지 않은가. 하고 싶다는 거 다 하게 해줄 걸, 큰 소리 치지 말 걸.
후회하고 또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일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인간.
하지만, 인간이기에 후회하고 다투고, 사랑하고 아끼고.. 그렇게 반복된 생활 속에 살아가는 것이리라.
표지에서 나타내고 있는 '눈'. 이것이 사건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결코 아름다울 수만은 없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
그 운명 속에서 나는 한 가족을 만났다. 서로 다른 취향이나 외모,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으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밴드활동을 했던 아빠, 그리고 무척이나 거침없는 엄마, 최고의 첼리스트를 꿈꾸는 미아, 곱슬머리 귀여운 미아의 동생 테디,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미아의 남자친구 애덤, 그리고 미아의 단짝 킴.
다른 장르를 추구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음악이라는 이름아래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있었다.

인생은 힘.들.다. 쉽게 살아진다면, 그렇게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힘에 겨워도 자신에게 의지하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의지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밴드 공연을 할 때, 아빠는 드럼이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데에도 굉장히 떨었었다. 그 추억을 상기하며, 미아에게 힘을 주는 모습이다. 그냥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그 순간 떨면서도 끝마칠 수 있기를 북돋아 주는 모습.
모든 인생이 다 그렇지 않을까? 처음 겪는 일에는 떨리고 긴장되고 어떻게 할지 앞이 깜깜.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힘이 든다는 것을 안다. 단지, 그냥 버티는 것이다. 이 말에서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헤매고 있는 미아. 미아가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가족들, 애덤, 단짝친구 킴.
가족, 이라는 말만큼 힘이 되는 말이 있을까? 내가 어떤 모습으로 깨어나던 관계없이, 나 하나 눈 뜨기를 기다려 주는 그 사람들이 있어 미아는 결코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명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앞서있다. 의학의 발달로 생명의 기간이 연장되고 있기는 하나, 정작 살아야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보다는 힘에 겨워 죽었으면.. 하고 쉽게 생각해버리거나, 혹은 아차! 하는 순간의 결정으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더욱 마음이 좋지 않다. 나 역시, 삶이 힘들때면 바보같게도 차라리.. 하고 생각을 하다가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온전하지 못한 몸으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않고 나보다도 알차고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이 많음에, 나를 부러워할 사람들도 분명 있을거라는 생각에 어리석은 생각도 잠시 뿐이다. 힘들다고 여겨질 때, 주변을 좀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다면 그것은 아직, 견딜만 하다는 증거이긴 하지만,
죽어야할 이유를 찾기보다 살아야할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나 하나쯤 없어져도.. 가 아니라, 나 하나를 의지하고 사는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든 살아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가족'이라는 이름이 다시 우뚝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만 마주봐도 한숨, 왼수가 아닌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어 주는 가족. 언제나 내편이 되어 주는 가족. 그런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이 세상이 강해졌으면 좋겠다.

미아를 다시 보기 위해 면회금지도 뚫을 수 있는 용기. 그 옆을 꼭 내가 지켜줘야 한다고 밀어부칠 수 있는 믿음.
그 간절한 마음이 홀로 남겨지는 미아가 아닌, 그 몫까지 살아내야 하는 미아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나에게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세상 누가 다 인정한다 하더라도, 내 손 놓지 않아줄 우리 아빠가 있으니까, 나도 행복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따스한 추억이 있다면, 살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