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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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나요?
      당신이 마지막으로 소년이었던 날 ...
 
나는 언제부터 성인이 된 것일까. 내가 마지막으로 소녀였던 날, 소녀의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그 날은 언제일까.
 
학업에 쫓겨, 일에 쫓겨, 늘 무언가에 쫓기면서 살아가는 우리들.
그렇게 깨어지고 깎이며 한숨을 토할 때, 아.. 아직도 마냥 어린애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영원히 아이일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이 힘에 부치지 않을텐데.. 물론, 아이도 그 나름의 고민과 걱정이 따르지만.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또 더듬어 본다. 남들한테는, 먼지만한 가시 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 때는..우주보다 더 아픈거래요...  
누구나 자신의 상처가 되면, 더 쓰리고 아픈 법이니까.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자신도 어렸을 때 겪었을 법한 일이니 추억이 되겠지만 그것을 실제로 겪고 있는 아이에게는 크나큰 고통이 될 수 있다. 아이가 겪는 고통이라고 결코 작거나 덜 아프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직, 성인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저,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는 그 시간만 흘러갈 뿐, 내가 머물러 있는 시간은 초등학교 4학년 쯤.
그 때부터 더 크지도, 자라지도 못했다. 항상 마음은 늘 그 때 같고,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러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 때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걸까?
 
"성장이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다섯개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에게 풀리지 않는 해답이 있음을 알았다. 아직도 어릴 적 그대로로 머물러 있는 나에게 주어진 과제 같은 것. 성인식이라 부를 수 있는 계기.
성장하면서 있을 법한,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와 공유할 수 있는 성장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았을 뿐. 힘들었겠구나. 나도 저랬을 때가 있었던가. 하고 회상에 젖어들었을 뿐.
작가의 해설을 보지 않고 덮었더라면, 진정한 나의 성인식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나는 저자의 성인식과 닮아 있었다.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 그것이 내가 성인식이라 부를 수 있는 계기가 되다니.
 
무엇인가를 잃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모른 채, 공허함을 맛보았다. 그저 눈물이 흐르기에 슬픈 것이구나, 아.. 다시는 볼 수 없구나..
그것이 나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놀림을 받을 수도, 늘 무거운 짐을 안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모든 것은 겪고 난 후에 알게 되는 법. 지금에야 그 때는 어떻게 견뎠을까? 하는 일들이 추억이 되어 회상할 수 있지만 그 당시의 고통을 또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 같은 일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그 때처럼 나약하지는 않겠지만, 그냥 무뎌지는 것이겠지만.
 
제대로 된 성장기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성장기를 접하고서야 이렇게 한단계 더 어른스러워지는 과정을 볼 수있다. 그리고 그냥 되짚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의 아픈 감정을 다시 느껴본다. 이것도 내가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노라고,
 
하루가 다르게 뉴스에서는 죽음의 소식을 알려준다.
오늘도 누가 자살했다더라, 하는 얘기를 어쩌다가 이렇게 쉽게 내뱉을 수 밖에 없게 되었을까?
죽음을 쉽게 여기는 사람들. 쉽게 죽고, 또 누군가를 쉽게 죽이는 사람들. 죽음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이토록 가벼워졌단 말인가.
지금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생명이라는 가치는 얼마 정도 일까?
대체 우리는 무엇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가 간절히 살고 싶어했던 내일입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인지..
내가 이렇게 보내고 있는 순간에도 한 생명이 태어나고, 한 생명이 죽어가겠지.
누군가는 그토록 살고 싶어하는데, 왜 하루가 다르게 못 죽어서, 못 죽여서 혈안이 되어 있는 건지.
 
내가 살고 싶었던 내일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좀 더 희망차고, 밝은. 나의 어두운 과거따위는 말끔하게 지워줄 수있는 그런 따뜻한 내일이었는데.
 
이 책은 삶의 진정한 의미,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해주고자 하는 저자의 외침같다.
살아가는 것들의 눈빛을 그리고 싶었다. 부디, 잘 버티어 주기를...
 

 
이 세상에 무엇하나 하찮은 것이 있었던가. 죽음을 갈망하는 사람의 뒷 그림자에는, 분명 제대로 살고 싶은 마음또한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없기에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는 죽음. 꺼져가는 빛을 하나라도 보듬어 주기 위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몸부림을 이 책에서 보았다. 겪고난 뒤에는 반드시 그 과정을 뛰어넘는 무언가 깨달음이 있을 거라고, 살아있으라. 어떻게든 살아있으라.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다른 삶의 달콤함도 맛보기 위해 이런 쓴 맛도 존재하는 거라고, 누구에게나 넘어야할 산은 있는 거라고, 토닥토닥 다독이고 이끌어주는 아빠같은 느낌과 작가의 눈으로 보는 시대상황-조류독감, 광우병 등-에 대한 생각과 그 상황에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제시함으로써 소재의 공감대를 형성해준다.
 
  

  
 
때로는 몸보다 눈물이 무겁다는 사실을 알았다
 
울어보지 않고서야, 진정한 아픔을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눈물을 쏟아내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을 때. 비로소 조금 더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보이는 것만이 다인 세상. 그 세상에 물들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건 순전히 우리들의 몫이다. 쉽게 현혹되고, 유혹되는 세상에서 이렇게 우리의 마음과 그 마음의 눈을 일깨워주려고 하는 건, 순수하고 순박한 내 안의 어린아이를 꺼내 다시 아름답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살아있음이 행복하고, 그 존재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게 당연함을 우리는 자꾸 잊어가고 있다. 가끔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나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를 깨우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하나 하나 생명의 기가 닿아 있는 한,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내가 있어, 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이 세상이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성장해온 과정을 돌아보고, 내 마음속의 순수한 자아를 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주저 앉고 싶을 때, 세상과 섞이려는 나를 발견할 때 이 책을 다시 펼칠 것이다. 내 마음안에 아이를 다시 되살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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