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는 학교 과제가 나왔다. '밀양'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렇게 두가지였는데, 마침 얼마전에 영화를 보았고, 지인에게 말하니 책도 있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우행시를 택했다. 아무래도 밀양보다는 우행시 쪽이 좀 더 쉬울 것이라 생각했던 점도 있다. 과제를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보고 싶어졌던 영화. 지금 한창 방영중인 '도망자'에 '이나영'이 나온다고 하길래, 뜬금없이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언젠가 한번은 봐야지 했던 영화. 책은 사실 과제가 아니었다면 읽을 생각이 없었다. 영화로도 충분히 내용을 알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다들 정말 좋다. 고 말하는 건 책이든 영화든 왜 보기 싫은걸까? 아무래도 머릿속에 청개구리가 들어있나보다.

 

책을 검색해보니, 4월에 개정판이 나왔었구나. 예전표지보다 이 책이 더 예쁘네. 왠지 영화 속 폴라로이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리라. 그리고 이따금 영상이 겹쳐온다. 이 글을 쓰기 전, 영화를 한번 더 보았다. 그리고 바뀐 표지를 보니 더 마음이 먹먹해진다. 예전 책으로도 읽었고, 물론 그 예전 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개정판이 나와도 또 사고 싶은 책이 아직까지 나에게는 없다.  이 책의 개정판을 직접 눈으로 본다면, 사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공지영' 님의 책은 '사랑후에 오는 것들' 을 가장 좋아한다. 출간하신 책 중에 가장 일본 정서와 맞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 책을 읽을 당시 나는 에쿠니 가오리에게 빠져있었다. 그리고, 일본 책을 좋아했다. 그저 소소하고 깨끗한. 어디에도 매달리지 않는 깔끔함이 단지 좋았다. 나의 청춘을 일본 소설과 보냈기에, 부끄럽게도 한국작가는 나에게 그다지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 접한 책이 '봉순이 언니'였다.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읽기는 읽었는데,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 작가님의 책은 쉽게 읽힌다. 그래서인지 오래도록 남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모든 작가와 취향이 맞기는 힘드니까. 나와 조금은 코드가 맞지 않았었던 것 같아 '봉순이 언니' 외에는 보지 않다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은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작업을 했다기에, '냉정과 열정사이' 만큼의 그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나와 코드가 맞지 않은 경험이 있던터라 바로 사서 볼 수는 없었고, 빌려 읽었었는데 읽은 후에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 결국은 구입했다. 처음 이 작가의 책을 사게 된 이후, 신간이 나올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가 훑어 보곤 했는데, '괜찮다. 다 괜찮다.'는 인터뷰 집이기에 그냥 덮었고, 그 책을 덮은 이후, 고르고 고르다가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가 그나마 코드가 맞을 것 같아 구입했고,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도 진부한 이야기 같아서 관심을 껐었는데 우연찮게 제목만으로 내게 힘을 주고 싶었던 사람에게 선물을 받고는,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있다. 편견이라는 것은 한번 자리가 잡히면 이렇게도 사람을 괴롭힌다. 이렇게 어렵게 다시 공지영 작가님의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정말 맞는 책 찾기도 쉽지 않구나. 그냥 편견따위는 버리고, 모조리 읽을 수 있는 내가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그만큼 우여곡절 끝에 읽게 된 책이라 더 꼼꼼하게 보고자 노력했지만 영화를 미리 보고 난 후라, 내용은 익히 알고 있고, 결말도 알고 있던 터라 굉장히 슬픈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술술술 조금은 무감각하게 지나간 부분도 있었다. 아무래도 과제로 인해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야 하는 지라, 내용을 음미하기 보다는 비교 분석하는데에 중점을 둔 것이 참 마음에 걸린다. 과제가 끝나고 나면, 꼭 다시 한 번 정독해보고 싶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때 그 즈음이 되지 않을까. 윤수를 추억하면서.

 

  작가가 되기란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일이지 싶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아무래도 종교를 가지고 계신 분이기에 그 믿음이 컸던 것일까.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이기에 그토록 오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쉽게 읽어진다고는 하나 결코 쉽게 쓰여지지 않았음을 읽고 있으려니 가슴한 켠이 불편해졌다. 그런 노고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코드. 코드 타령만 했던 내가 순간 미안함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괜스레 반성의 시간을 좀 갖는다.

 

  으레 삶이 힘들어질 때면, 쉽게 죽음을 생각하는 세상이다. 나 또한, 삶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생각한 적이 꽤 된다. 어릴 적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았고, 무관심 속에 살았다. 지금에야 나 스스로 밥벌이를 하고, 예전보다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마음까지 나아지지는 않았다. 조금씩 병든 마음을 제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마음에 병이 든 사람들은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이 든다. 윤수나, 유정이가 아침이 두려웠던 것처럼 그렇게.

  유정이와 윤수.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랐지만, 어딘가 모르게 닮은 두 사람. 어떤 환경으로 인해, 마음을 닫고 세상을 등지게 되 버렸지. 그 두 사람이 진짜 이야기(속내를 드러내는 것)를 하고, 두 사람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그렇게 들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따뜻한 말 한마디. 그것만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것이 나는 감히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내버려 두는 것.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버려짐이다. 아무리 겉이 풍족해도 마음은 가난한데, 깊숙한 곳이 가난한데 그것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인가. 겉은 가난하더라도 가족간의 따뜻함. 진심어린 배려가 있는 곳은 마음은 가난하지 않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위선일지라도 착하게 사는 남을 위한 마음. 진심. 그것이 아닐까?

 

  누군가에는 그냥 헛되이 보낼 삼십분이 누구에게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시간. 이렇게 같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한없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 자신이 겪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 이 책은 종교적인 느낌 마저도 인정하게 만든다. 아마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리라.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기도하고, 엄숙해지게 마련이니까.

  마지막으로 주어진 과제는 바로 용서이다. 제일 쉽지 않은 일. 자신에게 해가 될 소지가 있거나 해를 끼친 사람. 그 사람이나 그에 관련된 것을 용서하는 일. 유정이가 했던 대로 나는 용서할 수 있을까. 윤수를 용서하겠다던 그 할머니처럼 나는 용서할 용기가 조금이라도 있을까. 나에게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세 명씩이나. 마지 못해 얼굴을 맞대고는 있지만, 아주 가끔씩 옛날 일을 회상하면 치가 떨리기도 한다. 지금에야 많이 늙으셨기에 조금의 원망과 안타까움도 있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아직까지는 용서할 수 없다. 아니, 내가 용서할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헷갈리고 어렵기만 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옆을 지켜주는 일.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하는 일. 그것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에 지칠 때. 삶이 무료하고 의미없게 느껴질 때. 이 책이 그 생각을 깨뜨려주리라 믿는다. 그들의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용서할 마음을 다시금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며 더이상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기를 나 혼자만을 생각하며 살지 않기를 지금의 이 다짐을 다시 일깨워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편견마저도 버릴 수 있기를. 모니카 수녀님께서 윤수를 만났을 때 그 처음이 과거를 떠나 윤수의 전부였던 것처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기를. 그리고 우리 마음에도 행복한 시간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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