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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에 초대합니다.
강원희 지음, 박지윤 그림 / 그린애플 / 2025년 8월
평점 :
*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딜쿠샤는 낯선 이름 때문에 아마도 많은 오해를 받은 곳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이라 제 개인적으로는 일본식 이름인가 했거든요.
하지만 인도의 '딜쿠샤' 궁전의 깊은 아름다움에 매료된 앨버트와 메리 부부가
조선에 와서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딜쿠샤라고 지으면서 지금껏 전해온 곳이었어요.
3.1절이나 8.15 광복절 즈음이면 TV 다큐를 통해,
혹은 역사가들의 입을 통해 딜쿠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읽은 '딜쿠샤에 초대합니다'에서는 여느 때보다 먹먹한 가슴을 모른 척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집을 짓기도 하지만
집이 사람을 짓기도 한다'는 말이 있단다.
은행나무가 있는 멋진 언덕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자 했던 메리의 소망이 드디어 이루어지던 날,
그리고 메리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던 날,
간호사들이 몰래 감추던 독립선언문을 동생 빌을 통해 외국으로 빼돌려 알린 날,
집 구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흔쾌히 문을 열어 주었던 날,
일본의 공습으로 진주만이 쑥대밭이 되고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들 부부가 딜쿠샤에서 쫓겨난 날,
곧이어 6.25로 피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던 날 등
독립운동을 도운 외국인 가족이 지은 딜쿠샤라는 존재감 외에
딜쿠샤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가 생존해 지금껏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담장 너머 사는 여린 소녀가 기다렸던 파란 눈의 소년,
동란에 알음알음 딜쿠샤에 모여 살던 사람들,
언제고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던 앨버트와 메리 가족과 그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있어 쉽게 덮여지지 않았답니다.
지금과는 달랐던 여러 풍습들과 우리 민족 정서도 군데군데 드러나
아이 눈에는 생소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점들이 많았답니다.
'딜쿠샤'라는 장소를 언제고 또 한번은 듣게 되겠지만,
딜쿠샤에 초대 받은 지금, 조만간 이곳에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