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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 밥 쿨쿨 카레 별 튀김 ㅣ 마음 잇는 아이 27
오주영 지음, 조에스더 그림 / 마음이음 / 2025년 8월
평점 :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아이와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편식하는 아이들 참 많지요?
어릴 때 식습관이 성인까지 이어져 편식하는 성인도 꽤 많이 봅니다.
음식의 맛은 조화에 있는데 싫어하는 재료를 다 빼고 나면
정작 먹을 것도 없고, 고유의 맛을 느끼기도 어려워요.
누구도 편식을 하기 원하지 않습니다만 편식을 하게 되는 이유가 있겠지요.
식재료의 맛이나 식감, 색이나 향 등 다양한 원인이 있어요.
형광 보랏빛에 물컹한 식감의 가지,
두 눈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멸치,
찌근거리는 대파,
요상한 향을 내는 오이 등
사람마다 느끼는 원인들이 다양하지만 그런 원인들은 뒤로 한 채
왜 몸에 좋은 걸 안 먹냐며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는 것을 타박하지요.

오늘 만나 본 초등창작동화, 마음 잇는 아이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콩콩 밥 쿨쿨 카레 별 튀김]에는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간 별이가 할아버지의 다정한 이야기로
음식에 대한 편견이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믹서 안에서 푸르뎅뎅한 것들이 회오리치고
걸쭉한 덩어리들을 꿀렁이 주스라며 싫어하는 별이예요.
일 학년 별이가 먹기엔 케일이나 당근을 갈아 만든 주스가 목을 넘기기 쉽지 않겠지요~
어느 날 별이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푸르뎅뎅한 것들 천지인 할아버지 댁으로 향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별이는 벌레 밥 같은 초록 채소와
딱딱하고 퍽퍽해 보이고 색도 주홍색인 당근,
그리고 보라색 껍질에 물컹해 보이는 가지를 싫어해요.
그런데 할아버지 댁 텃밭은 온통 그런 것들 투성이에요.
그나마 감자와 양파는 먹지만 튀겼을 때나 가능한 일이에요.
채소를 싫어하는 별이에게 할아버지는 초록색 콩 포기들을 싹 뽑아 없애자고 하고
주홍색 당근을 싫어하는 별이에게 수확한 당근을 넣어 만든 카레를 주시지요.
그런데 할아버지도 당근을 골라내시는 게 아니겠어요?
어느 날 콩을 수확하다가 콩 요정을 만났고
당근을 수확하다가 우산 토끼를 만났는데
우산 토끼는 당근을 죄다 뽑아 별이네로 보낸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할아버지에게 "당근을 먹으면 졸음이 올지어다~"라고 저주를 내렸대요.
그래서 할아버지는 당근을 드시면 잠이 온다고 절대 안 드신다는 거예요.
하지만 카레에 맛있는 당근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에라 모르겠다 맛있게 드시고는 쿨쿨 낮잠을 주무셨답니다.
한숨 주무시고 일어나신 할아버지는 별이와 개울가에 놀러 가
조약돌을 던져 물수제비도 뜨고 돗자리를 깔고 하늘을 보며 시간을 쓸모없이 보내자고 하셨지요.
시간을 그렇게 흘러 보내며 가끔은 바쁘지 않은 시간 속에 여유를 찾으라는 말씀이셨겠죠?

일 잘하는 네 엄마 아빠,
오죽 쓸모가 많을까,
쓸모 있고 바쁜 게 좋은 거다.
별이 너도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돼라.
별이에게 잔잔히 전하는 할아버지의 지혜를 읽고
저는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어요.
"늘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말씀이고 저 또한 아들에게 전했던 이야기여서
별이와 할아버지의 관계를 따라
저와 아버지, 저와 아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 있었어요.

별을 따러 다녀오신 후 별 씨앗을 심었더니
가지가 나왔다는 할아버지 말씀에
별이는 호기심에 싫어하던 채소들을 열심히 맛보아요.
고소한 콩밥과 달큰한 당근,
그리고 밤하늘이 번지고 별이 퐁퐁 떠오르는 듯한 가지를 맛있게 먹었지요.
심지어는 잠이 안 온다는 할아버지를 위해
온갖 채소를 넣어 꿀렁 주스를 만들어 드려요.
할아버지께서 별이가 안 먹으면 안 드신다고 해서
별이가 먼저 맛을 보았는데요,
어머! 이렇게 싱그러운 맛일 줄이야~~!!
당근이 듬뿍 들어간 꿀렁 주스를 드신 후 할아버지는 단잠에 빠지십니다.
그런데 창밖으로 야생 토끼가 보이네요?
도대체 무슨 일인 거죠?
별이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느꼈을까요?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을
아이 조부모님들이 지혜롭게 해주시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부모의 잔소리는 아이 입장에서 부담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은 정겨운 옛날이야기처럼
머릿속에 쏙쏙, 마음에 콕콕 와닿는 힘이 있나 봅니다.
[콩콩 밥 쿨쿨 카레 별 튀김]에서처럼 말이죠.
저희 아이도 가리는 채소가 있지만
어떻게 요리해 주느냐에 따라 잘 먹기도 하고 걸러내기도 하는데요,
별이 할아버지처럼 근사한 스토리를 만들어
채소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어 주면
새로운 맛을 느껴볼 기회가 생기겠지요?
채소 먹기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아마도 이 책이 주는 새로운 상상력은
아이들에게 요리 재료에 대한 호기심도 더해 줄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