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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택리지 - 시공간 초월 조선 핫플 탐방기
권재원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3월
평점 :
"본 리뷰는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시공간 초월 조선 핫플 탐방기
21세기 택리지

택리지(1751년)는 실학자 이중환이 완성한 조선 최고의 인문지리서로 '마을을 선택하기 위해 작성한 기록'이라는 뜻으로 좀 더 정확히 짚자면 당시 선비 관점이 중심이었을 때이므로 '선비가 살 만한 고장을 찾는 책'이란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여러 지방의 지형, 기후, 풍속과 생활을 관찰하여 기록으로 남긴 것인데요, 신증동국여지승람(1530)과 함께 조선의 인문지리서를 대표하고 있답니다.
'21세기 택리지'를 쓴 권재원 저자는 청소년이 우리나라의 지리에 재미를 느끼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본 책을 썼고 지형, 기후 등 자연적인 요인뿐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여러 문화적인 요인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와 매력을 실었다고 합니다. 당시 풍수지리는 입지 이론에 가까웠으며 비과학적인 시대에 최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했었던 것임을 설명하고 이중환이 살기 좋은 곳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은 지리, 생리, 인심, 산수에 대해 살피며 200년이 지난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며 대한민국 각지로 안내합니다.
지리 : 물길, 산의 모양, 흙의 성질이 살기에 좋은가
생리 : 생활에 얼마나 이로운가 (농사짓기 좋으며 교통이 편리하여 생활 물품을 구하기 쉬운가)
인심 : 사대부로서 살기 좋은 마을인가 (문화나 풍토가 얼마나 유교적 가치관에 맞춰 살기 좋은가)
산수 : 훌륭한 경치를 즐기며 놀 만한 장소가 있는가 (힐링처가 있는가)
탄광촌에서 관광지로 거듭나려는 강원도 평창·정선·태백, 유교적 입지를 다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의 안동, 왜란 시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으며 이순신 장군의 활약으로 힘이 커지게 된 통영, 섬진강 화개 장터와 갖은 상흔을 안고 있는 지리산, 핫한 포토스팟을 가졌지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경주, 고인돌부터 개화기 수문장 역할이자 터미널 역할을 했던 강화도, 강원 영동 지방의 관동 팔경 등 옛 이중환의 택리지에 알맞았거나 그렇지 않았던 장소가 오늘날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비교하여 볼 수 있었습니다.
일 년 열두 달 소개하는 지역 외에 [국내 여행 심화반] 섹션을 나누어 따로 지역적 특성을 설명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신라시대와 대비되는 백제 시대의 공주·부여, 지질명소로 유명한 청송, 이중환의 최애 pick 진주, 노량해전의 무대와 파독 근로자들이 모여사는 남해 등 지리, 문화, 경제적 특색을 상세히 짚어주었는데요. 옛 조선의 핫플레이스가 오늘의 기준으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비교하여 보느라 시간 여행을 하는 듯했습니다.
작년 우리나라 유적지를 두루 둘러보러 다닌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 바로 알기'를 통해 다녀왔던 서산, 안동 그리고 강화도, '경북 동해안 지질 대장정'을 통해 영동의 관동팔경, 포항, 경주, 울진, 영덕을 다녀왔고, 통영과 거제도에서 휴가를 보냈지요.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내륙과 해양 지역을 두루 방문했는데요, 책에서 설명한 시대적 배경으로 부흥과 쇠퇴의 향방을 엮어볼 수 있었고, 지역의 현 상황도 살필 수 있어 앞으로 방문하기 전에 어떤 부분을 먼저 살펴야 할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올해 계획했던 내륙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탐사는 이번 산불로 유보되었는데요. 그나마 책을 통해 지역의 특징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지역도 있고 기반 시설을 마련하여 관광특구로 거듭나려는 곳도 있습니다. 생활 기반 시설은 축소되고 지역 관광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업종만 성황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나 지방 소멸 위기 등 이전에 택리지로서 역할을 했던 장소들의 현주소를 살필 수 있었지요. 가족과 함께 방문했던 유적지들이 어떤 의미 있는 장소였는지 다시 되새겨 볼 수 있었고, 앞으로 해당 장소들의 보전과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핫플은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나 독자들이 더 많은 장소에 발자국을 남겨야 하는 이유겠지요. 팔도강산의 어제와 오늘을 엮어 소개한 21세기 택리지.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우리의 고유한 삶의 방향을 잘 담아 나만의 새로운 택리지를 써 내려가는 것도 멋지겠단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