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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평점 :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과 인물의 심리를 들여다 보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지!
'와룡봉추'로 제갈량과 양대산맥을 이룬 현인 방통은 제갈량이 써준 추천서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방통은 못생긴 외모때문에 초두효과에서 큰 신임을 얻지 못하고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을 펼치지 못해 등용이 쉽지 않았지만, 이후, 근인효과나 도덕 배제 책략 등으로 와룡봉추의 이름값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비는 장비로 하여금 방통을 다시 보게 된 이후 방통은 유비 곁에서 유비의 패왕의 길을 걷고 싶은 열망을 읽고 도덕적, 인의적 결계에 갖힌 듯한 유비가 그 열망을 실현하도록 유장을 치는 도화선을 마련한다.
제갈량은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방통을 자신의 수하로 두려했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 유비의 시선에서 한 수 접히는 꼴을 보여주게 되는데 기존의 책략가 제갈량으로 생각해본다면 그간 그의 신격화가 급진적이었나? 생각케도 했다.
이전에 삼국지를 읽을 때에도 제갈량이 정말 한톨의 흠도 없었을까 왜이리 신격화 되었을까 싶었는데 방통과의 일화에서 약간의 고소미가 느껴지는 건 조금은 사람 냄새나는 일화였기 때문이었을까 싶다.
자신의 역량을 펼쳐 한실을 일으켜 세우자는 맹세에 다가가나 싶었지만, 유비가 일찍 세상을 뜨면서 더욱 마음이 조급해 진다. 허나 제갈량은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형식주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수법이 있었기에 자신의 뜻이 아닌 선제 유비를 거론하여 권위자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제갈량의 심리와 지혜를 배워볼 수 있었다.
p.167
_ 이번에 출사하는 것은 결코 내 마음대로 내린 결정이 아니 선제가 이루지 못한 일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지금 촉한은 나라가 망하느냐 흥하느냐 하는 위태로운 때를 맞이했다. 나는 충의지사로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선제가 내게 베푼 은혜를 생각해 금상인 그대에게 보답하려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제갈량은 선제의 당부를 잊지 않고 나라가 위급할 때 분연히 일어났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단 그럴듯하면서 도의에 부합하는 포장을 씨우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출사표' 상의 힘이 넘치고 이치가 정당하면서도 엄숙한 문장은 이번 북벌 출정에 가장 완벽한 '후광'을 씌웠다._
제갈량이 조급하게 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불세출의 영웅이 많은 역사에서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그의 지혜가 독보적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에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의 심리를 따라가며 자세히 알아보게 하는 이 책을 통해 그 속사정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유익했다.
삼국지를 읽으며 흐름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배경과 인물과 사건들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폭은 그닥 넓진 않을 것이다. 중국의 후대에서 새롭게 엮어가는 인물들의 심리는 역사의 흐름과 시대의 고찰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제갈량의 비단 주머니를 품어 본,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_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으로 역사 속 인물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따라가보며 융통성과 포용력을 갖춰가면 어떨까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