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욱 삼국지 10 : 역사는 흐른다 - 주석으로 쉽게 읽는
고정욱 엮음 / 애플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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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는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역사를 어떻게 써내려왔는지 지켜보는 일은 참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한자가 콕콕 박힌 어려운 고어는 한두 장 넘기기가 어려워서 읽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었고 중도 포기는 당연한 결과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고정욱 작가님의 <고정욱 삼국지 1~10 시리즈> 마라톤을 통해 전권을 완독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또 감사의 마음이 든다.


삼국지를 읽으며 예전에 책으로는 완독을 못했어도 게임이나 드라마, 영화로 삼국지의 인물들을 어느 정도 익혀두었다는 것이 참 잘한 일이다 느껴졌다. 그만큼 역사적 사실의 기록은 방대함 만큼이나 많은 인물이 풍전등화처럼 사라지는 비일비재한 상황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정욱 작가님의 쉽고 정감가는 저술 때문에 내용이 더 풍성해지고 인물들이 쉽게 와닿았던 것 같다.


고정욱 삼국지 10권은 삼국 통일을 끝으로 삼국지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방대한 서사에 담긴 영웅들의 이야기의 마무리를 마주하니 기분이 오히려 담담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지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저세상으로 갔다는 것을 알고 책을 집어 드니 책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졌다. (실제 앞의 시리즈보다 얇기도 했다. ㅎㅎ )



천하의 운세는 삼십 년이 지나면 변하는 법이다.


고정욱 삼국지. 19p.



10권은 삼국의 통일을 결판 짓는 마지막 장이니만큼 무엇보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다.

기세 좋던 사마의와 손권의 죽음과 아울러 세대교체가 일어나며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운세가 점쳐진다.

제갈공명의 과업을 받은 강유는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위. 촉. 오 삼국은 역사의 도돌이표 앞에 서서히 무너진다. 어느 때나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욕망과 독단에 빠진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것 같다.

또, 이때의 대의 명분은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게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인재들을 역사에서 만나지 못한 것일 테다.



제갈각은 공포 정치로 자신의 실수를 가리려 했어. 역사를 살펴봐도 공포 정치를 시행하는 자들은 그 결과가 늘 좋지 않았어. 이는 용수철을 과도하게 누르면 더 강하게 튕겨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야.


고정욱 삼국지 10. 27p. _ 고정욱 작가 주석 발췌



책 속의 주석은 여전히 이야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것처럼 귓 속을 파고드는 재미와 교훈을 전해준다.

보통은 주석을 잘 찾아읽지 않는 편인데, 고정욱 삼국지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느낌으로 전달력이 있어서 주석 표식만 있으면 두 번, 세 번 읽게 되는 것 같다.


삼국지 10권은 우수수 떨어지는 삼국의 형세를 이야기 하고 있다.

제갈 성씨의 위용이 다 한 것인지, 몸담고 있는 나라의 국운이 다한 것인지 하나 둘 사라져 갈 때,

위의 조방 또한 선대(조조)가 휩쓸던 피바람의 업을 사마씨 형제로부터 받는 것으로 되풀이되는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 이런 되풀이되는 과정을 통한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이번 편에서 제일 답답했던 인물은 촉의 장수 강유였다. 제갈공명이 뒤를 부탁한 강유는 왜 그가 남긴 유업을 이루려 애를 쓰면서도 맨땅에 헤딩한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강유는 제갈공명이 스물네 권의 책을 물려주었음에도 과연 그 책들을 다 읽어는 보았는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제갈공명의 책만 읽어도 많은 수를 헤아릴 수 있었을 텐데 어찌 하는 모양새는 아니 읽은 사람과 같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디 그릇 자체가 달랐기에 그랬던 것인지 제갈공명이 사람을 잘 못 본 것인지 모르겠다. 이전 9권에서도 일깨웠듯이 하늘의 뜻이 그러했을까 싶다.

제갈공명이 선제(유비)의 유업을 달성하려 쉬지 않고 군사를 일으켜 결국 목숨 보전이 힘들었듯 강유 또한 과업을 한답시고 전쟁을 자주 일으켰다. 잦은 전쟁은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 있었을진데 그나마 제갈공명이 남긴 화살포인 '십시연노'와 '장사권지진'등의 진법으로 강유가 위기를 모면한 일 정도밖에 없을까 싶을 때 승기를 거머쥐는 모습이나, 곧 촉나라 황제 후주 유선이 반간계에 빠져 대사를 그르친다.

또한 제갈공명이 알려준 진법을 365개나 구사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진법에만 능한 것인지, 다음 전장에서는 계책에 말려드는 모습이어서 정녕 촉의 형세가 기우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안타까웠다.


주석을 통해 본 촉나라는 유비의 아들 유선에 의해 나약해지는데, 제아무리 장수가 북벌을 하러 출정을 한다더라도 험난한 지형 덕에 직접적 침략을 받지 않았던 촉은 점점 위기의식이 사라지고 경쟁력을 잃어갔던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뜻을 깊이 헤아렸던 장수들보다도 더 못한 꼴이었으니 지도자의 덕목에 효친이 사라지고 애민이 사라지면 곧 나라의 흥망이 결정된다는 말이 어느 시대에나 맞는 말인 것 같다. 위. 촉. 오 삼국이 쇠퇴하는 모양새는 역시나 역사 속에서 얻는 교훈은 더욱 뼈저리다는 생각이 든다.


제갈공명은 죽은 후에도 후세에 이름이 날릴 명분이 분명했다.

그의 발명품은 전장에서 빛을 발했고, 그 덕분에 전쟁에서 승리도 할 수 있었으며, 그 덕분에 경제가 활성화되고, 군량 문제를 해결하여 백성의 부담을 줄어드는 등 나라 살림을 살찌우는 근간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자손들은 촉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다 전사하기도 했다.

제갈공명의 충의가 있었기에 그의 자손들과 많은 장수들은 항복하지 않고 죽거나 자결하는 충의를 보였던 부분들도 인상 깊었다.


계책으로 후사를 도모하다 이슬이 되고 만 강유, 계교를 잘 썼지만 공을 이룬 뒤 해를 입은 등애, 용맹을 드날렸지만 숨는 법을 배우지 못해 화를 부른 종회 외에도 많은 장수들의 이름이 칼날 앞에 우수수 떨어지는 형세는 삼국지의 처연한 후반부를 그려내었다.


나는 이번 시리즈를 읽으며 기본적으로 두 번의 탐독을 했다.

시대의 인물들과 배경을 눈 앞에 다시 새겨보기 위함이 첫 째였고, 인물의 처세와 지략을 살펴보며 후대에 배울 통찰력은 무엇인지,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의 구분을 신경쓰지 않고 읽고, 반복할 때는 신경써서 읽었다.

작가님의 뒷 이야기에 따르면 삼국지 자체가 이미 청나라 때 70여 종의 판본이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인기도 많았고 이야기에 살도 많이 붙여졌을테니 작가님이 공들여 나누어 놓은 내용을 좀 더 느껴보고 싶었다.

처음 읽을 때와 두번 읽을 때는 확실히 느낌이 달리온다. 처음 눈에 띄던 장수가 다음에는 안 띄기도 하고, 전장에서 펼치는 지략도 매번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서 삼국지를 기본 3번은 읽으라고 하는가보다.


언급했듯이 책 말미에는 고정욱 작가님의 뒷이야기가 실려있다. 삼국지를 다 읽고 보아도 생생한 재미가 살아있는 작가님의 글이기에 10권이나 되는 삼국지를 평역하셨지 않았나 싶다.

삼국지는 역사서라 하기도 하고, 이야기책이라 말하기도 한다는 것은 예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연유에서건 삼국지에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충분히 배울 부분들을 취한다면 상관이 없을 것이다.

비록 우리의 역사는 아니긴 하나, 우리 역사 일면도 보이는 옛 중국의 시대를 돌아보며 앞으로 삶의 지혜 또한 풍성해 지리라 믿는다.

끝에 삼국지 연표로 내용을 정리해보며 이번 삼국지 마라톤을 통해 느낀 인물들의 희노애락을 되새김 해 본다.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 견해를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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