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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의 첫 번째 거미 - 2019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선정작 ㅣ 튼튼한 나무 34
양지윤 지음, 조은정 그림 / 씨드북(주)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것은 사라져야만 하는 걸까? - 새집의 첫 번째 거미
- 씨드북 출판 / 양지윤 글 / 조은정 그림 -
이 책은 2019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선정작으로
[ 건축이 말을 걸다 - 오래된 건물에 귀 기울이기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인간과 의인화한 건축물의 관계를 그리며 조금씩 사라져가는 옛 시대의 모습을 한 건물들에 대한 서사를 인간의 기준에 의해 눈 깜짝할 사이에 부숴버리는 현재 상황을 잘 묘사하며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했을 건물인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오래된 건축물 사이에 지어진 새집 '미선이'는 사람들에게 철거당하지 않고 새집 그대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길고양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거미가 거미줄을 치지 못하게 잘 관리를 하죠. 어느 날 새끼거미가 그만 엄마거미를 찾아 천장에서 내려오다 사람들에게 딱 걸리고 맙니다. 새끼거미의 생사가 오락가락 하던 차에 미선이는 있는 힘껏 몸을 부르르 떨죠. 이에 집이 흔들린다며 귀신 붙은 집이라는 소문이 나자 살던 사람들은 가재도구도 팽개치고 떠나버리고 사람들도 찾아오지 않는 값싼 집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사람이 찾아오지 않게 되자 미선이는 점점 허름해지고 그제야 내쳤던 친구들을 하나 둘씩 품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저렴한 시세를 보고 온 재로네 가족은 미선이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며 미선이에게 특별한 가족이 되어 줍니다. 말을 더듬는 재로이긴 하지만 부모님들이 재로를 존중하고 재로 또한 미선이가 품었던 길고양이 거미가족들을 있는 그대로 돌봐줍니다.
그리고 미선이 곳곳에 예쁜 그림도 그리고 페인트 칠도 해주어 귀신 나온다는 집이라는 소문도 쏙 들어가게 되죠. 미선이에게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이 가족은 이민을 가게되고 이 후로도 몇 몇의 가족들이 미선이네 이사를 옵니다.
미선이는 자신을 거쳐간 가족들을 쉽게 잊지 못합니다.
귀신 나오는 집이 되어 급하게 떠난 첫 가족부터 마지막 가족들까지..
어느 새 미선이는 세월이 지나 폐가가 될 위기에 처하고 마지막 소원이나 있는 힘껏 빌어보자며 소원을 빌죠.
다음 날 미선이 대문을 열고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재로가 눈 앞에 있습니다.
"우리 이제 여기에서 살거야 " 라면서요.
미선이의 이야기를 보며 내가 살았던 옛날 집들의 향수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 내가 애정을 쏟았나 돌아보게도 되었지요.
작년보다 올 해 이 집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곳곳에 우리 가족의 애정의 손길이 담겨 있어 이 집이 그걸 보듬어 주는구나 싶기도 하네요. ^^
세월이 흐른 뒤 노후되는 건축물들이 우리 눈 앞에서 어떤게 지어지고, 어떻게 사라지는지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유럽의 나라들을 다니다 보면 건물이 100년은 훌쩍 넘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보수공사를 통해 외관을 더욱 잘 지켜내려 노력하는 모습들도 보입니다. 비록 건물 내부는 리모델링으로 최신식이라 하더라도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어떤가 보면 건물의 낙후 상태가 크게 구분지어 보여집니다. 한 쪽은 삐까번쩍 으리으리 하기도 하고, 다른 한 쪽은 볼품없이 허름해보이기도 하죠.
우리는 왜 이런 불균형을 초래하며 살고 있을까요? 비단 우리나라 땅 면적이 작아서 인 것만이 이유는 아닐텐데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작은 면적의 나라들도 그들의 문화유산으로 삼고 지켜나가는데 우리는 너무 유행에만 민감하진 않나 생각이 듭니다.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는 건물들이 하루에도 전국에 꽤 되겠지요.
우리의 눈부신 성장에 거점이 되었던 건물들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지켜야한다는 의견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들의 대립 속에 기습적으로 철거된 공장도 있고 주차장으로 변해 그 흔적조차 없는 곳도 있다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새집의 첫 번째 거미에 나온 주요 건물들을 보니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네요.
아쉬운 마음에 작가도 이렇게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요즘은 이런 옛 건축물 살리기에 카페나 빵집등으로 재탄생되는 곳들이 간간이 눈에 띕니다.
오래되고 낡았다고 허물고 새 것으로만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기억을 살려주고 편한 휴식처가 되는 곳으로 탈바꿈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집에서도 당장 쓸모 없어진 물건들을 버리기 보다는 재활용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어 그 것들에 새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도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