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맙소사!!
새 엉덩이가 필요한 이유가
엉덩이에 쩌억 금이 가서라고??
서.. 설마.. 우리가 아는 엉덩이 골을 말하는 거야??
도대체 얼마나 엉뚱하면 엉덩이가 갈라진 걸 아직도 몰랐다는 거야!
오오.. 말도 안 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속사포 랩처럼 쏟아내는 말들입니다.
아이 눈에 얼마나 어이없었으면 이럴까 싶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서둘러 책장을 넘기게 되네요.
그림 속의 소년은 자신이 미끄럼을 타다가 그런 건지,
난간을 타다가 엉덩이가 갈라졌는지
자전거를 타다 그랬는지.. 고민을 합니다.
소년이 내린 결론은 방귀를 뀌어서 아주 깔끔하게 쫙~! 갈라져 버렸다고 생각하네요.
초록, 파랑 엉덩이
통통, 날씬한 엉덩이
화려한 엉덩이
화가 엉덩이
외계인 엉덩이
범퍼 엉덩이 등~
풍부한 상상력으로 각종 새 엉덩이를 만나 보고 난 뒤에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발견하는 소년!
"아빠!! 아빠 엉덩이도 새 엉덩이가 필요해!!! "
아빠는 도대체 얼마나 큰 방귀를 뀌어서 쩌저적 갈라졌을까요.
소년의 상상력이 하늘을 날다가 추락한 느낌이에요.ㅎㅎㅎ
여기서 엉뚱한 생각을 하는 아이가 엉뚱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저는 아이와 읽으면서 다른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부모가 이 아이의 생각을 격려하고 존중해주어서
이렇게 엉뚱한 생각도 할 수 있었던 거야'라고요.
자기 생각을 기발하게 표현하는 소년과
그것을 거리낌 없이 받아주었을 소년의 부모가 대화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았어요.
아이의 생각을 지지하고 더 풍부하게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상황 말이죠.
그러면서 요즘 우리 아이가 짐짓 절제된 표현을 할 때 내가 느꼈던 부분이 이거였나?
이 책을 읽고 퍼득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우리 아이 생각이 옳다 그르다 내리는 판단과 참견을 줄이고
아이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도록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져요.
처음엔 좀 뚱딴지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 번째는 이 문제가 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 속에 들어가서 함께 고민해보는 경험을 해봤어요.
세 번째는 위에 제 생각처럼 아이가 이렇게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구나 했답니다.
책은 읽는 시간, 상황 등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지는데
이 책도 처음엔 난데없는 새 엉덩이 타령에 무슨 말이야 하다가
점차 이야기를 빌어 고민이 정리가 됩니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소개 글을 보니
가끔씩 진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쓰기도 한다면서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소개하네요.^^
새 엉덩이가 필요했던 소년의 엉덩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새 엉덩이로 바뀌었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아이와 또 다른 새 엉덩이를 상상하며 읽은 <새 엉덩이가 필요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