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 - 2019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미래주니어노블 3
메그 메디나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뉴베리 대상을 받은 주니어 노블.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는 십 대들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친구들, 학교생활 등 머시의 일상이 담긴 이야기라 지루하지 않고 재미와 감동과 곳곳에 깨달음이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에요.

3센티는 족히 되는 두께의 양장본으로 종이 질감도 얇은 편이라 읽어야 할 내용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두께의 내용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동네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하며 오전을 보내다 보면 이 책이 주는 두께의 부담은 금방 훌훌 털어내게 됩니다.



작가 메그 메디나는 쿠바계 미국 작가로 라틴 문화의 독특한 점을 잘 들려준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잘 드러나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작가의 후기를 나중에 보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중남미 출신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비난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중에 이민자 가족의 따뜻함과 특별함, 삶의 어려움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었구나 싶었어요.


머시 가족들은 쿠바에서 온 이민자 가족입니다.

머시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 같은 할아버지, 예민하고 잔소리 많은 할머니,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며 페인트공으로 일하는 아빠와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는 엄마 그리고 똑똑한 두 오빠들, 쌍둥이를 기르며 빵 가게에서 일하는 고모와 말썽꾸러기 쌍둥이까지. 한 공간에 세 지붕이 모여 대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머시 수아레스는 명문 사립학교, 시워드 아카데미에서 5학년을 마치고 막 중학생이 된 소녀에요. 아빠가 학교에 페인트칠을 해주고 학고에 무료로 다니고 있지요. 머시는 여느 사춘기 소녀들 못지않게 하고픈 것도 많고 고민도 많은 소녀입니다.



중학생이 되어 축구부에 들고 싶지만, 집안일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서로 희생하며 돕는다는 집안 어르신들 말씀에 쌍둥이 사촌들을 봐주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늘 애써 밝게 생활하고 문제도 일으키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학생이었던 머시에게 그랬던 것처럼 머시도 햇살 동아리원이 되어 전학 온 친구와 짝을 맺어 학교에 적응을 잘 하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집에서는 쌍둥이를 돌보고, 학교에서는 전학생을 돌봐야 하는 머시에게 책임감이란 단어가 무겁게 다가올 법 한 일이지요.

그래도 늘 하루 일과를 나누어 주고 지혜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자상하고 친구 같은 할아버지가 계시기에 머시는 할아버지와 나누는 시간을 소중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삶에 변화는 늘 찾아오게 마련이라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찾아온 작은 사건들이 이어지고 결국엔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가족들은 머시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머시는 자신과 제일 가까운 할아버지의 상태를 의아하게 생각했을 뿐 자신이 알아채지 못하고 챙기지 못한 것과 할아버지의 치매가 자신과의 추억도 다 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난 후 상실감과 슬픔에 빠집니다. 이런 머시를 향한 가족들의 시선과 걱정 어린 말 한마디가 와닿는 건 왜일까요?

대가족을 이루며 사는 머시 가족의 왁자지껄한 일상들이 어느 가족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민자라는 편견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것. 사정이 그다지 녹록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것 등이 우리가 이루는 작은 사회인 가족을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이유는 아닐까 합니다.


집에서도 골치가 아픈 머시에게 학교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축구부원에 들지 못한 것, 햇살 친구인 마이클의 얼굴을 죽사발을 만든 것, 할머니께서 애써 만드신 마이클의 의상이 훼손 당한 것, 얄미운 에드나의 눈썹을 듬성듬성 잘라버린 것, 친구들과 합심해야 하는 수행과제와 축제 준비 등 의견 차이와 시기, 질투, 사과와 용서의 반복 등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성장하는 머시를 바라보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대견함을 느끼게 합니다.


가끔 긴장되는 상황에서 불편해지는 왼쪽 눈이지만 이 때문에 소극적이 되지 않고 나름의 발산을 통해 당차고 용기 있는 면모도 보여주어 머시의 긍정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머시의 가족들이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겠지요.





성장기 청소년의 이야기 속에서 불혹이 넘은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된 것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를 통한 성장이 돋보이는 책으로 부모들 입장에서는 극 중 어른들의 관점으로, 아이들은 머시의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성장통을 겪는 누구나 자기화 할 수 있고 공감이 되는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서 독자는 머시의 성장기를 보면서 나의 성장기는 어떠했나, 만약 나였다면? 아니면 이런 상황을 내 아이가 겪고 있다면 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해줄 수 있을까? 등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할아버지 덕분에 안장에서 가루가 풀풀 날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했던 머시는 꿈꾸던 자전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으면서 자전거의 기어를 바꿔보다 그 묵직함에 매료됩니다. 머시 또한 그동안 찍은 가족들의 사진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 할아버지께 선물로 드리며 기억이 잘 안 날 때는 꺼내보시라는 말을 하게 되죠.


소중한 것들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늘 그대로'라는 것은 다른 기회가 없는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머시는 기어를 바꾸면 더 무거워지는 느낌의 새 자전거를 맞이한 것처럼 무슨 일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말합니다.





간간이 중남미 문화와 스페인어가 등장하며 느낄 수 있던 문화적 관념도 엿볼 수 있었던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 >


머시 수아레스 가족은 작가가 이전에 쓴 "솔 페인팅 회사"에서 이미 다루었다고 합니다.

강한 소녀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작가의 뜻대로 작가의 삶 중에 의미 있는 부분을 녹여내여 머시 수아레스에게 옷을 입힌 셈이지요.

희로애락이 공존하기 마련인 인생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기어를 바꾸면서 힘차게 도약을 바라는 작가의 말이 와닿는 소설입니다.

성장통을 겪는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문학으로 추천 꾸욱 드립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