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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지음, 전선영 옮김, 박진영 감수 / 가지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동물원에 가지 않고 집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새들이다. 대체 누가 이렇게 지저귀는지, 방금 내 옆을 날아간 새는 어떤 종인지, 궁금증을 가지는 순간 의미 있는 새 관찰이 시작된다.
가을 산책길에 요란하게 지저귀는 새는 때까치이다. 작고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곤충, 도마뱀, 개구리를 주식으로 하는 소형 맹금류로 먹이를 잡으면 나뭇가지에 꼬치를 꿰어놓는 습성이 있다. 이른 아침 쓰레기봉투를 몰래 뒤지고 있는 새는 고기 비계와 감자칩을 찾고 있는 큰부리까마귀일 것이다. 겨울날 공원 연못에서는 먹이를 잡느라 엉덩이를 치켜들고 물구나무 선 고방오리를, 숲에서는 동백꽃을 꽉 붙잡고서 꿀 먹기에 열중한 동박새를 만나보자.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한때에도 새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다. 어미 박새는 까치나 까마귀가 둥지에 다가오면 “찌까찌까” 소리를 내서 새끼들이 둥지에 들어가도록 유도하고, 구렁이 같은 뱀이 나타나면 “재- 재-” 울어서 도망치게 한다. 야생의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 전체를 하나의 털 뭉치로 만들어 고단하게 잠을 청하는 새도 있고, 기후조건이나 먹이 사정이 나빠지면 다른 종과의 연대로 생명을 이어나가는 새들도 있다.
저자는 너무 친근하다 보니 오히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동네 새들의 흥미로운 점들을 알려주고 있다. 섬세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로 먹이 활동, 구애 행동, 둥지 짓기, 육아를 소개하고 있어 부담 없이 읽힌다. 또 버드 스트라이크 예방법, 다친 새를 안전하게 구조하는 요령 등도 부록으로 함께 실어 가까이 사는 새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별한 노력은 필요 없다. 약간의 지식과 그것보다는 많은 관심, 그리고 적당한 매너를 갖추고 새 관찰을 시작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 옆의 날개 달린 이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그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운동 부족에서 탈출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