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가 사라졌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4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신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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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지 않은 이는 아마 없으리라. 망토를 두르기만 하면 슈퍼맨이 될 거란 믿음은 수많은 아이의 골절을 불러왔고,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마법 빗자루는 굿즈로 재탄생해 소장 욕구를 품게 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결코 판타지에서 끝나지 않았다. 여기, 열기구를 타고 세상을 발아래 둔 세 사람이 있다.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 안짱다리에 사시인 월터는 하모니에 사는 심술궂은 아이들의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유일한 친구이자 세상의 전부였던 형을 떠나보내고 가슴에는 분노와 슬픔만 가득하다. 형이 애지중지하던 트럭을 얼룩 한 점, 지문 하나, 먼지 한 톨 없이 돌보는 것으로 아픔을 밀어낼 뿐이다. 그 앞에 남다른 외모에 주눅들 법도 하지만 매사 거침없고 당당한 포지가 옆집으로 이사 온다.

 

  포지의 제안으로 친구 사귀기 규칙을 함께하며 외로움을 조금씩 덜어내 가던 중 열기구 사고로 추락한 밴조 아저씨를 만난다. 어른이라는 기본값에서 한참을 벗어난 위트와 천진난만함을 장착한 그는 열기구 경주대회에 참가해 우승 상품을 거머쥘 계획이었다. 셋은 불시착한 열기구를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목숨처럼 아끼는 형의 트럭을 직접 운전하는 장면은 읽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만신창이가 된 열기구는 월터의 찢어진 마음 같다. 반짝반짝 잘 관리된 형의 트럭은 열기구 운반 과정에서 생채기가 났다. 어떻게든 열기구를 구출해 수리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아픈 마음을 매만지고 상처를 소독하는 과정과 몹시 닮았다. 드러내고 연고를 바르고 호호 입김까지 불어주어야 덧나지 않는다. 그토록 험난한 과정을 딛고 마침내 떠올라 하늘에서 마주한, 형이 보여주려 했던 세상과의 만남은 그래서 더 따뜻하다.

 

  부서진 가족, 외롭고 소외된 청소년이 등장하는 지극히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작가의 필력은 흔들림이 없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전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소원을 이루는 완벽한 방법을 함께 펼쳐보는 건 어떨까. 방학은 길다.

"무슨 말인고 하니 너희가 문제라 일컫는 것들은 그저 그루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지."
"그러니 돌아가자 이거야."(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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