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산하세계문학 15
사라 룬드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산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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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자신의 꿈을 찾기까지

 

초록이 가득한 높은 나무 위에 소녀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소녀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표지를 가득 채운 수채화 느낌의 그림은 시선을 한참 머물게 한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 마다 독특한 느낌의 그림들이 작품처럼 펼쳐지고, 그림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책은 스웨덴 화가 베타 한손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그녀가 태어난 1910년의 스웨덴은 여성에게 불평등하고 편견이 많은 사회였다. 베타는 어릴 때부터 진흙으로 새를 빚거나 마음에 와 닿는 풍경이나 동물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당근 하나를 그려도 틀에 맞춰야 한다는 학교 선생님, 안정적인 직업인 가사관리사가 되기를 원하는 아빠. 그 속에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베타는 화가가 되기를 소망한다.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던 엄마의 죽음 이후 가난한 농촌에서 아빠를 도와 집안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생활은 답답하고 따분하기만 하다. “죽을 것만 같아요. 엄마처럼요. 죽을 것만 같아요. 여기 있으면요.” 결국 베타는 현실과 소망 사이에서 꿈을 선택한다. 잠자는 새처럼 웅크리고 있던 소녀는 새가 되어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려 한다.

 

저자 사라 룬드베리는 베타 한손과 같은 스웨덴 출신의 화가이다. 같은 곳에 앞서 살았던, 외롭고 힘든 길을 혼자 헤쳐 나갔던 한 화가에 대한 그녀의 표현은 함축적이지만 섬세하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용기 내어 걸어 간 주인공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책 말미에는 알렉산드라 순드크비스트라는 작가가 쓴 베타 한손의 그 후 삶에 대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사실적으로 서술되어 책에 깊이를 더한다.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자신의 성장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삶은 아프고 외롭지만 당당하다. “내 안의 새는 날개를 펴고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리라.”던 베타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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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준열 외 8인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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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식구 대가족의 웃음 만발 시끌벅적 여행기

  소설의 주인공 맹준열은 어딜 가든 가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가 신경 쓰이는, 첫째도 막내도 아닌 셋째인 자기 이름으로 준열이네라고 불리는 것이 몹시 억울한 사춘기 소년이다. 이 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준열이네 아홉 식구가 난생 처음 떠난 가족 여행에서 벌어지는 우여곡절 갖가지 소동을 담아냈다.

 

TV를 보다 느닷없이 계획된 가족 여행은 준비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 넷째가 보낸 사연이 신차 체험 이벤트 공모에 당첨되어 12인승 승합차를 무료로 탈 수 있게 된 가족은 드디어 여행길에 오른다. 그러나 여행 당일 느닷없이 나타난 러시아 형수, 어딜 가나 말썽쟁이로 변하는 여덟 살 쌍둥이, 늘 보살핌이 필요한 막내, 까칠한 고3 누나. 과연 이 가족 여행 괜찮은 걸까?

 

바닷가에 돗자리 펴놓고 도시락 먹는 가족 여행을 꿈꾸는 엄마의 바람은 식료품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차에 싣지 않으면서 틀어진다. 단 하루라도 좋은 숙소에서 보내고 싶은 누나의 바람 또한 블로그와 다른 현실의 펜션을 마주하면서 깨져버린다. 한적한 산책을 원했던 아빠는 가족사진을 찍다가 다리를 삐고 만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다. 하지만 여행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소동을 해결하고, 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품어 주기를 반복하면서 탈 많고 말 많지만 서로에게 익숙한 가족임을 받아들인다.

 

인생이든 여행이든 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나쁜 건 아니다. 여행 내내 혼자가 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주인공에게도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가족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문학 이야기를 처음 만난 러시아 형수와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준열은 자신이 늘 끼고 다니는 소설데미안에 주목한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통해 성장했듯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오로지 맹준열과 때때로 맹준열 외 8의 성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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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니즘 - 웃음과 공감의 마음사회학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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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지성을 동반해야하며,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기반되어야한다는...
올해를 시작하기에 정말 멋진 책입니다. 유머와 휴머니즘이 있는 2019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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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동의와 허락에 관한 십대들의 스킨십 이야기
피트 왈리스.탈리아 왈리스 지음, 조지프 윌킨스 그림, 장은미 옮김 / 봄풀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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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평등하고 건강한 이성관 쌓기

 

  질병관리본부의 연구 결과(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 조사, 2016)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 4.6% 중 첫 성관계 시작 연령은 13.1세라고 한다. 어린 나이에 또래끼리 쉽게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잘못된 성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자칫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따라서 건강한 성교육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요 과제다.

 

이 책은 청소년에게 성적 행동에 있어 조심해야 하고 꼭 알아야 할 부분들을 세심하게 짚어준다. 아이들은 한 학생이 당한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성적 동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성에 대한 남학생과 여학생의 생각 차가 확연히 드러나지만 자신들의 경험과 솔직한 의견 논쟁을 통해 진정한 동의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차츰 알아간다.

 

저자는 동의한다는 건 싫어!’라고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좋아!’라고 해야 한다는 것, 그 또한 자유로운 상황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며, 함께 결정했기 때문에 둘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성적인 행동에는 책임감과 함께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평등한 관계 맺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강압이나 상대의 죄책감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관계 맺기 방식은 폭력적이다. 평등한 관계 맺기는 성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바탕이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또래 아이들의 대화로 이루어진 만화식 전개 방식은 성이라는 주제를 쉽고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책 말미에는 내용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과 정보를 담아 토론할 거리를 덧붙이고 있다. 동영상과 웹사이트 링크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나 교사도 성교육용 자료로 활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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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4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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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일주일 후에 당신이 죽습니다.’ 라고 알려 주면 미리 준비 할 수 있을까? 삶에 미련 있는 자가 많음을 알기에 불사조를 꿈꾸는 여우 서호는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는 망각의 강을 넘는 사람들에게 제안한다. 뜨거운 피 한 모금에 사십구일의 시간을 다시 사는 행운을 주겠다고.

 

같은 동네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비슷한 시간에 죽게 된 민석과 도영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서호를 만난다. 호텔 셰프였던 민석은 간절하게 돌아가기를 원했고, 다른 사람의 백오십 년과 맞먹는 거칠고 험한 십오년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도영은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석의 재촉과 서호의 간절함에 도영도 함께 가기로 한다.

 

둘은 서호가 마련해 준 구미호 식당을 운영하며 사십구일을 보내게 되고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죽음 후 다시 만난 사람들에게서 진심을 확인한다. 애타게 찾던 만남을 통해 아저씨는 자신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상대에 대한 집착이고 폭력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편 도영은 차라리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할머니와 구박하던 형의 속마음을 마주한다. 구박하는 말 속에 담긴 걱정과 연민 말이다. 그리고 아빠의 폭력에 견뎌야 하는 공통점을 지닌 친구 수찬의 고백에 위로를 받는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찰진 언어로 쓰여 있어 청소년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다. 다양한 주제로 어린이청소년 책을 써온 저자는 학창 시절 기억 속의 한 아이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말한다. 도영과 수찬이 관계처럼 말 한번 걸어 보지 않았지만 눈빛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아이를 사고로 잃고서야 왜 친하게 지내보지 못했을까 아파했다고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만약 오늘 죽음이 나를 찾아온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늘 가까운 곳에서 내가 손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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