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4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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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일주일 후에 당신이 죽습니다.’ 라고 알려 주면 미리 준비 할 수 있을까? 삶에 미련 있는 자가 많음을 알기에 불사조를 꿈꾸는 여우 서호는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는 망각의 강을 넘는 사람들에게 제안한다. 뜨거운 피 한 모금에 사십구일의 시간을 다시 사는 행운을 주겠다고.

 

같은 동네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비슷한 시간에 죽게 된 민석과 도영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서호를 만난다. 호텔 셰프였던 민석은 간절하게 돌아가기를 원했고, 다른 사람의 백오십 년과 맞먹는 거칠고 험한 십오년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도영은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석의 재촉과 서호의 간절함에 도영도 함께 가기로 한다.

 

둘은 서호가 마련해 준 구미호 식당을 운영하며 사십구일을 보내게 되고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죽음 후 다시 만난 사람들에게서 진심을 확인한다. 애타게 찾던 만남을 통해 아저씨는 자신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상대에 대한 집착이고 폭력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편 도영은 차라리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할머니와 구박하던 형의 속마음을 마주한다. 구박하는 말 속에 담긴 걱정과 연민 말이다. 그리고 아빠의 폭력에 견뎌야 하는 공통점을 지닌 친구 수찬의 고백에 위로를 받는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찰진 언어로 쓰여 있어 청소년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다. 다양한 주제로 어린이청소년 책을 써온 저자는 학창 시절 기억 속의 한 아이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말한다. 도영과 수찬이 관계처럼 말 한번 걸어 보지 않았지만 눈빛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아이를 사고로 잃고서야 왜 친하게 지내보지 못했을까 아파했다고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만약 오늘 죽음이 나를 찾아온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늘 가까운 곳에서 내가 손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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