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었는데, 세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눈이 오고, 바람이 휘몰아치고,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은 어깨를 움츠린 채 걸음을 재촉했다. 가족인 우리조차 달라진 게 없었다. 아빠는 공장에 나가고, 나는 학교에 다녔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긴 했다. 나는 매일 아침 얼음 관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학교에 잘 다녀오라며 입 맞춰 줄 수 없는 엄마를 보며 눈물을 조금 흘렸다.
마을의 얼음 관들도 예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라우라 아줌마네 집 앞의 할아버지도, 실라네 할머니도, 한때는 우리 엄마처럼 살아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예전에는 조각상이나 장승을 보는 것처럼 별 느낌이 없었는데….
어른들이 말하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마을’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 이유도. - P13
촌장과 동굴지기를 제외하고 망자의 동굴에 들어가본 사람은 없다. 망자의 동굴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많은 얼음 관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얼음 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얼음 관은 눈의 결정처럼 잘게 부서져 하늘로 올라간다.
어떤 이는 우리 마을에 전해오는 동굴 전설의 하나일 뿐이라고 한다. 나는 전설이 아니란 걸 안다. -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