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또 기회가 있을 거예요. 살아만 계신다면 기회는 있어요. 하지만 목숨을 잃는다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가 잠시 침묵하다가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 십팔랑. 그 말은 틀렸다. 우리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어. 그러니 알 수 없는 미래를 핑계 삼아 오늘을 피해서는 안 돼.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다. 나도 예전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었단다. 오늘 돈을 벌지 못해도 내일 벌면 된다고. 오늘 환자가 없었어도 내일은 누군가 혜안으로 내 재능을 알아볼 거라고. 그렇게 나는 안심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거야. 그렇게 계속 내일은 또 내일이 됐지."
팽일침이 큰 손을 휘두르며 호탕하게 말을 이었다.
"십팔랑, 내일이라는 것은 오늘을 피하는 자신의 위안일 뿐이다. 물러서고 포기하는 거지. 그렇게 하면 영원히 기회를 얻을 수 없어. 우리가 기대하는 내일을 영원히 맞이할 수 없지. 난 지겹도록 기다렸구나. 지겹도록 빛을 발할 기회를 참고 기다렸지. 하지만 이제는 눈앞에 놓인 어떤 기회도 놓칠 수가 없어. 기회가 찾아오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찾으러 나설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