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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ㅣ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 살며 돌아가는 이치는 북극에 있든지, 남극에 있든지 비슷하구나. 먹고 자고 싸고....
먼 유럽 복지국가의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 일상 역시나 별 다를거 없다는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를 다시 만난다.
[ 우리가 사는 사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잘 돌아가는 그런 사회가 아니야. ] - p25 중에서.
세계의 한 귀퉁이 구석, 또 어쩌면 세상의 정 중앙이 되기도 하는 이 작은 나라의 우리네가 하는 생각과 일치하는 말을 안나그레타 할머니가 하고있다.
모 TV프로그램 유행어를 따라서 ' 그 멤버 리멤버 '라서 일단 표지부터 살펴보니, 등장인물은 그대로이고, 첫 이야기 표지에서 보다는 좀 더 화려해진 차림새는 내 기분 탓이려나?
소심한 반항심으로 시작된 노인 합창단의 이탈은 점점 대범 해져 가더니, 드디어 라스베이거스까지 접수하러 가셨다. 부지런히 또 페이지를 넘겨본다.
행운이 양팔 벌려 기다리고 있고, 조금은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타이밍은 또 어찌나 따다닥 잘맞는가. 문제없지~
[ 세상일은 모르는 거잖아. 언젠가 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때가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어.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거, 그게 인생이야. ] -p97 중에서.
나도 내일은 모른다. 내일 머리를 때리며 후회하지 않기만 바랄뿐.
이들은 범죄자다.
그런데도 심장이 콩콩 뛰며 뤼팡. 로빈후드. 그리고 홍길동을 보듯 이 노인 강도단을 향해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 부자가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거야. 남들에게 돈을 주는 것도 부자가 되는 한 방법이야. 물론 정신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지. 내적인 기쁨이랄까. 따스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우린 조금 전까지 돈을 받을 기관들 이름을 찾아내면서 리스트를 만들었어. 기분 좋게. 그때 안나그레타의 기분은 어땠어? ] -p411 중에서.
어쩌면 이런 그들이기에 대리만족 하며 조마조마 읽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점잖은 척 하얀. 아주 하얀~ 가면을 쓰고, 국민의 세금을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훔치는 이들과 비교하며..... 한숨 한번 쉬고.
노인 강도단은 범죄자들이지만, 남들에게 주는 기쁨을 알고있는 이들이기에 아마도 나는 다음 시리즈에서도 살짝 찝찝 하지만 화이팅을 외치고 있겠지.
힘없는 노인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
단지 몇년의 시간. 단 하루가 책 한권이 되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육체의 힘은 다소 떨어질지언정 그들이 쌓아올린 지식과 현재 우리가 겪고있는 전쟁 같은 시간들을 버텨낸 몇십년 세월까지 무시하지는 말아야지.
구멍이 보이는 이들의 범죄행각에 수사관이 바로 코앞까지 추적해 놓고 번번히 놓치다니, 하긴 이런 엉뚱한 믿음들 덕분에 우리는 또 다음 시리즈를 만날수 있겠지.
첫 이야기에 비해 신선함은 떨어지고, 기대했던 라스베이거스 판 요절복통은 단지 짧은 방문기에 그친듯하여 아쉽지만, 일상용품은 물론, 의도치않은 동지들의 활약 덕분에 역시나 행운신의 가호를 받고 있다고 수긍하게 되는 노인 합창단, 아니 노인 강도단의 다음 행보를 기다려본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410/pimg_7778881861630156.jpg)
역시나 화려해진 차림새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