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다의 침실 세트 - 전2권
정찬연 지음 / 예원북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로맨스 소설에서 흔치않은 신성로마제국 배경의 글이라기에 출간 소식 들리자마자 빠르게 예약구매.

 

한 여름밤 모닥불 피워놓고 빙둘러앉아 놀다가, 

누군가가 들려주는 가난한  영주 에리히와 세상에 무서울것 하나없는 발칙한 고아 처녀 힐다가 씨줄날줄 엮어가는 알콩달콩 단물 줄줄흐르는 이야기였다.     

13세기 배경의 흥미로운 세계사 속으로 퐁당 빠져들게 만든 달달하고 매혹적인 스토리.

재미있는 세계사에 슬쩍 로맨스를 던져놓고 이건 "절대 야한 이야기 란다 ~ 잘 들어봐 "라고 강조 하고픈지 1권에 수시로 등장했던 정사씬이 오히려 이 매력적인 글에 집중력을 조금 떨어뜨려놓기는 했지만, 다양한 역사적 사건 속에  통통 튀는 캐릭들이 불쑥 등장해 2권까지 유쾌하게 읽었다.   

특히, 영주 에리히와 세금을 대신내준다는 마을 사람들 꼬임에 하녀로 들어가는 힐다, 경직되지 않고 유연한 신부님의 행동에 즐겁게 읽었다.

 

신부님을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제님 생각한다면 절대 오산이다.  그는,  주민들 곁에서 격의없이 친구처럼 머무르고.

"요놈아, 이 정신 나간 놈아.   로렐라인은 어쩌고 힐다를 그렇게 보는게야?   그리 아쉬워할 거면 진즉 꼬여낼 것이지!"     -  1권 52쪽

  

중립적일수 없는, 어린시절 고아가 되어버린 힐다의 대부였고.   

"누구랑? 누구랑 했어!"

"신부님!  , 고해성사 중이라고요!"

"뭐? 아, 참.  그랬지.  주님, 제가 잠깐 새치기 좀 하겠나이다, 아멘.  이 불경은 최후의 날 모두 심판받겠습니다, 아멘."     -  1권 105쪽

 

그리고, 유연하면서 단호한 아버지 였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묻겠소."

".....물으시오."

"만일 일이 틀어지면 그대 또한 무사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리라 믿소.   크라인 백작, 그 아이를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으시오?"    -  2권 157쪽

 

 

그리고, 힐다에게 마음을 허문 영주 에리히는 마을 사람들의 조언자이자 조금은 친해지고픈 이웃집 사람처럼 되는 과정이 재미있다.   

염소에게 이름이 없으면 염소젖이 잘 안 나온다고 핑계를 대고 찾아와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 열살짜리 소녀와의 대화를 읽다보면 조금은 캐릭이 만만해진것도 같다.  

 

 

요 보름 동안 에리히는 약 40송이의 백합과 10개의 삶은 달걀과 8통의 염소젖과 3통의 소젖을 받았습니다.

 --중 략 --

마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였어요.  놀랄 것도 없습니다.  열 살 꼬마 아가씨도 찾아오는 판국인걸요.      - 2권  19쪽.

- 탑 문턱이 닳도록 영주민이 드나들고, 활기 띠며 사람사는 곳이 되어가는 날들.

 

 

물론, 가장 큰 재미는 비타민 같은 힐다.  

얼굴 밝힘증인 그녀가 영주를 유혹하기 위한 엉뚱하고 어설픈 작전들은 쯧쯧 혀를 차게하고, 글을 가르쳐 주려고 공부를 시켰더니,

상대적으로 문자 언어는 합의에 가깝죠.   '이 단어, 그 발음은 이렇게 적자.' 라고 약속을 한 겁니다.

-중략-

'지들끼리 약속한 걸 왜 내가 지켜야 해?' 낡은 게르만어 교본에 적힌 철자를 따라 '그리는' 힐다                             -  1권 118 쪽

 

새참을 내가며 먼저 맛보기를 사양하는 타파리를 향해 기껏 한다는 말이,

"그럼 영주님 모르게 먹으면 되잖아요.   어차피 아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니까, 내가 말 안하면 영주님은 모를 거예요."       - 1권  186 쪽  

이렇게 영악하되 악의 없이 단순하다.

또 때론 대범함 뒤에 약한 마음을 숨기기도 하면서  내내 쥐락 펴락 했던 힐다.

지쳐서 내리 이틀을 자면서도 식욕은 살아있고, 또래들과의 은밀한 대화에서는 거침없는 자랑부터하는 조금은 충동적인 힐다를 누가 미워할까.

 

 

13세기 어느 곳에서는 누군가 왕이 되고 어떤 동맹이 있었고, 권력이동이 있었으나 그 속에 말 못할 억울한 사연도 있고, [힐다의 침실] 같은 로맨스도 있었겠지.   

잘 짜여진 이야기에 19금을 달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너무 넘쳤던 점은 내게는 유감이었으나, 그 부분은 그냥 페이지 넘겨버리고 스토리에 치중하며 읽다보면 역시나 맛있는 양념이 골고루 배여있는 로맨스 소설을 만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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