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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으로 오세요 - 제3회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구상희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커다란 퍼즐 놀이처럼 경쾌하고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단숨에 읽어버렸다.
사람의 형태를 한 움직이는 약초가 있고, 커다란 무쇠 솥에 정체를 알수없는 각종 재료를 넣고 주문을 외우는 마녀가 있는 정말 <마녀식당>이 여기 있다. 작가는 마법의 음식 작명도 센스 있어서 마치 실제로 그런 음식이 있는듯 그림 그려진다.
<마녀식당>은 물에 빠져 허우적 대다가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어떤 구원을 찾아 헤매이는 이들 앞에만 나타난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경제적 어려움과 마음의 공허가 있고, 사랑의 배반에 지난 세월이 아파 방황 하는 끊어내지 못할 미련이 있으며 , 학업을 마쳤으나 생활고와 미래를 걱정하는 지금 이 세대의 젊은이,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며 여전히 편치못한 우리의 노년이 있다.
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아무나 못 먹을 음식'을 비싼 댓가를 치루고라도 마녀에게 바라는 소원은 아주 크고 허황된 일이 아닌, 바로 현실의 평범한 생활 이기에 이 글은 판타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기회라는 놈은 살며시 찾아오기도 하고 [힘을 내요, 영계백숙], 의미 없이 고집부리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 지나 가기도 한다 [핫, 핫초콜릿]
남 탓 하기에 앞서, 지금의 상황은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 작용하고 있음을 짚어 주기도 하면서.
p74
"누가 등 떠밀면서 헌신하라고 한 거 아니잖아. 본인이 좋아서 이거 갖다 바치고 저거 갖다 바쳤으면서 왜 이제와서 생난리야?"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406/pimg_7778881861397243.jpg)
또한, 마법은 멀리 있는게 아닌 현실이라고 말한다.
p286
"너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 내가 무슨 대가를 치를지는 염려하지 않아도 돼."
주고 또 주면서도 아까운 줄 모르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바로 근사한 마법이 아닐까?
여기저기 꽃망울 터뜨리는 봄날에 어린 소녀마냥 들떠 창가에 앉아 한참을 해바라기 한후, 가쁜하게 들여다본 글은 판타지를 꿈꾸는 내게 질문을 던져 놓는다.
진의 마지막 선택처럼 양심을 지키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베풀며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고 살았던가? 그렇다면,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속삭여주는 것 같다.
p298
"마녀는 아주 오래 전부터 힘없는 이들을 위해 존재해왔어. 그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마녀식당은 존재하는 거야"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마녀식당>을 희망하며...
p271
"뭘 한들 내 맘이 풀리겠니. 그래도 이제는 예전만큼 밉지는 않아. 그냥 옛날 생각나면 그땐 그랬지, 하면서 한 번 더 약 올리고, 그러면서 미움도 하나씩 지워가는 거야. 게다가 보험금도 꽤 짭짤하고 말이야."
구석구석 쌓아놓았던 회색 감정을 저렇게 하나씩 지워가는 것도 남은 생을 위해 좋은 방법이려나?
에피소드마다 온기가 있는 글을 좋아한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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