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보라해서 들여다보니, 자꾸만 땅으로 스며들려 한다.
가을이라서 그래? 바람이 서러워서 그래?
당신께 위로가 되어줄 수 없어도 조용히 지켜주는 눈은 되어 볼까 한다.
그리고, 가을을 함께하는 시 한편.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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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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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
-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열림원. 본문 p 56 <거리에서> 중에서
이른 새벽부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
누군가 조용히 손을 잡아주고 누군가 등을 안고 있어도 그 속을 알 수 없고 모두가 그 안에선 홀로 주인공인 세상...
당신은 고독을 무서워 하고 있을까?
그 남자는...
이제 막 성인의 길목에 들어서 현실의 벽을 마주한 누구 였을까?
지난 추억에 잠겨 복받치는 감정에 겨운 그 누구 였을까?
다가올 겨울이 무서운 그 누구 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