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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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는 생물학자로서 다윈의 계보에 있다. 나는 신학을 배운 사람으로 창조론의 줄기에서 자랐다. 진화론과 창조론. 소통이 안 되는 두 가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전혀 거부감이 없다. 나는 양쪽을 모두 받아들인다. 한쪽은 당연히 믿고 다른 한쪽은 나의 이성이 용납하는 한 받아들이고 싶다. 양쪽의 주장과 논리를 비교 분석할 만한 수준은 못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느낀다. 양쪽의 주장이 어떤가는 상관하지 않는다.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다. 진화론이든 창조론이든 모두 여기 이곳의 시간과 공간을 위한다. 양쪽 모두 이 땅 위에서 생명으로 사는 모든 생명체들에 대한 주장이다. 생명을 살아야 생명이고 자기 생명을 계속 이어 가려는 본능이 있다. 생명들이 자기 생명을   잇지 못하면 그것처럼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은 없다. 창조론이든 진화론이든 이제는 벼리던 칼을 거두어 허락된 생명체들을 보호하고 돕는 연장이 되어주면 좋겠다. 


최재천은 생물학자이지만 그는 생명주의자이다. 그는 생물학을 통해 성찰하고 있다. 단순 학문적인 호기심을 넘어 생명계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들을 향해 경계 경보를 울려준다. 인간은 생명계 밖의 존재가 아니라 생명계의 일부로 여기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다르지 않은 동물이다. 인간 역시 그 생명의 체계 속에 있는데 너무 쉽게 망각해 버린다. 


후반부에는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이 나온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온 것들을 당신들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가르치십시오. 이 대지가 우리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지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대지의 일부라는 것을. ...... 우리가 이 생명의 그물을 엮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그 그물을 이루는 하나의 그물코일 뿐입니다. 우리가 이 생명의 그물에 저지르는 일은 곧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일입니다."_p236. 

전문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피오나 미들턴의 [물개]에 나오는 <일곱 난쟁이>의 노랫말을 건졌다. 

"야생으로 인간은 이제 그곳으로 가 생명이 소생하고 자라날 수 있는 땅을 해방해야 해. 이제 일곱 난쟁이가 눈을 떳어. 너도 그들을 도울 수 있어. 상냥한 난쟁이가 다시 돌아왔어."


세계생태학대회에서 고 박경리 선생님이 '인간이란 모름지기 자연의 이자로만 삶을 꾸려야 한다'고 한 말씀은 정말 공감되는 말이다. 


[과학 읽어주는 여자]를 소개하면서 최재천은 '머리로만 하는 과학이 아니라 가슴도 함께 하는 과학이어야 한다.'는 말에 무거운 도전을 받는다. 과학도 이렇게 가슴에 호소하려고 하는데 신학은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건진 중요한 내용 두 가지가 있다. "알면 사랑한다."와 "호모 심비우스 Homo Symbious"이다. '알면 사랑한다'는 최재천 교수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로 그의 지적 감성적 열정이 묻은 카피다. 맞다. 모르면 이해할 수 없고 사랑은 더더욱 요원하다. 


모든 생물들이 그렇듯이 인간도 적자생존의 원리로  산다. 본능처럼. 난 그런 세상이 불안하기 그지 없다. 그런 내게 인간의 종 명칭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심비우스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종교의 핵심 진리는 사랑과 자비다. 사랑과 자비의 가능 조건은 공감이다. 최재천 교수의 주장처럼 호모 심비우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타적 유전자로 형질이 변형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심비우스가 되는 과정이 회심이 아닐까. 


진화론과 창조론, 싸우지 마라. 난 이 두 이론이 공감해서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을 보존하는 울타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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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세 가지 물건이 있다. 휴대폰과 테블릿 PC와 책이 그것이다. 이 셋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하지 않고 을 선택할 것이다. 다른 두 개가 없다면 많이 불편하겠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리라. 그러나, 책이 없다면 나는 견딜 수 없다. 왜냐하면, 생각하기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기 없이 하루를 떠밀려 지낸 날은 심한 정신적 갈증을 느낀다. 책을 읽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마치 내 머리 속에 비계살이 들어차는 듯한 느낌이든다.


나는 하는 일의 특성상 책을 읽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유가 멈춰지면서 게을러지고 정신적 시력 저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로 인해 내 주변 사람들이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용돈의 일정 부분을 책을 구입하는데 고정 지출해야 하고 그렇게 많지도 않은 책 때문에 이사할 때마다 이삿짐 센터 사람들 눈치를 보기도 한다. 만약 진로를 정할 때 이쪽 분야가평생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을 알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산모는 잘 먹어야 태아가 건강하듯이 내가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지 않아야 내가 돌보는 이들이 건강하게 된다. 종종 피곤함과 무력감 때문에 책읽기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고맙기만 하다. 책읽기를 통해 사유의 여정에서 현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책읽기는 스스로 게으르지 않게 하고 방향을 잃지 않게 하는 조절장치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고독을 견딜 수 있게 되었고 책을 읽으면 사고의 지평을 넓게 깊이 확장시키고 있다.


이권우의 <호모부커스>는 상당한 부분에 공감이 갔다. 책좀 읽었다고 잘난척하고 있던 내게 죽비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수 많은 책읽기의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읽기는 무엇보다 자기성찰을 위한 거울이 된다. ‘무언가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공자의 불유구를 알게 되었다. 책만 아는 바보 간서치(看書痴) 이덕무를 만났다. <주자어류>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죽비를 얻어 맞았다. 그 죽비 소리는 컸다. ‘마치 칼이 등 뒤 있는 것 같은 자세로 읽어라!’면서 내리쳤다. 그 만큼 긴장을 풀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 읽으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책읽기는 여투기다. 하지만 증권투자가 아닌 저축하기다. 책읽기는 순간 대박을 터트리는 일은 없다. 오래 여투다 보면 어느 수준에 이르러 인생을 든든히 받쳐준다.


저자는 1부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를 발견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말하면 이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한 칼럼에서 깊은 각성을 한다. 그 칼럼에서는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교양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했다. 다름 아닌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달리 세상은 어떤가? 타인에 대해 문을 열지 않는다. 이익이 되는 때에는 기꺼이 열지만 그렇지 않으면 늘 폐쇄시켜 놓는다. 이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갖추느냐 못 갖추느냐에 따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사회는 함께 하는 공동체가 되느냐 분리된 공동체가 되느냐가 결정된다. 이 부분은 내게도 이크!’가 된다.


여기까지는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고 그 다음 2부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이다. 저자 이권우는 책읽기라는 여행에 훌륭한 가이드이다. 독자의 머리 속에 그림을 잘 그려준다. 해설과 설명이 아주 적절하다. 책읽기를 완행열차를 타고 고향가는 마음으로 하라고 한다. 쉼표를 찍고 맑은 물에 자기 얼굴을 비추면서 성찰해 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천천히 읽는 자에게 복이 있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 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는 앙드레 지드의 말을 인용해 준다.


책읽기는 지식의 향연이 다가 아니다. 거기엔 만남이 있다.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이 있고 저자를 만난 그 독자는 다시 다른 사람들과 만난다. 그 만남은 다시 다른 글쓰기와 대화와 토론을 하게 하고 그 만남은 또 다른 만남을 이어가게 한다. 괜찮은 책벌레를 만나 기분이 좋다. 책읽기는 기쁨이다. 읽으려고 기다리는 책이 30여 권이나 된다. 당분간 외롭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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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리처드 포스터 지음, 정성묵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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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그림 공부 책에 보면 점을 따라 선을 그어 그림을 그리게 하는 난이 있다점이 여러 개가 흩어져 있는데 각 점에는 번호가 달려 있어서 1번 점부터 차례로 선을 이어가면 자동차자전거인형 등의 정해진 그림이 나온다신앙의 삶이란 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구원의 완성과 하나님 나라를 그려 가도록 중요한 연결을 이어 주는 점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있다예배성경삼위 하나님사귐과 같은…….

그렇지만 지금의 그리스도교의 그림(이미지)은 점만 찍어 주고 나머지 그림은 알아서 그려 보라는 식의 느낌이 든다각 점에는 번호가 없어 어느 점부터 시작하고 각 점들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를 모른다이 연결을 순서에 따라 합당하게 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영성훈련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속도는 느리겠지만 때론 아닌 듯하지만 영성 훈련을 통해 분명한 연결을 하고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리라.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배운 기억에 따르면 선도 점의 연속이라고 한다그렇다면신앙의 삶은 영적으로 중요한 지점과 포인트 사이를 삶으로 촘촘한 점을 찍어 가야 할 것이다이 시대 교회들은 중요하다고 하는 슬로건을 몇 개 걸어 놓고 그것을 하나님의 나라의 그림으로 여기고 있다아니다그 사이를 촘촘하게 이어주어야 하겠다신앙은 점 찍기가 아니라 선 잇기이다관계 맺음이자 관계 유지이다누구와하나님과의 관계이다리처드 포스터의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은 바로 하나님과 우리와의 선 잇기에 대한 얘기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성경에 대한 얘기를 한다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성경을 위한 책은 아니다.성경은 매개다성경 앞에는 인간이 있고 성경 뒤에는 하나님이 계시다달리 말해성경은 식탁이다그 식탁에는 하나님과 우리가 둘러 앉는다무엇을 하는 것일까먹는다하나님이 차려 놓은 진리와 생명사랑과 의의 식탁을 맘껏 먹는 것이다먹기만 하지 않는다먹으면서 그와 대화한다.

포스터는 성경을 새롭게 읽자고 한다지식과 정보로만 읽지 말고 마음으로 읽으라고 한다새로운 읽기를 위해 영적 훈련이 필요하다이렇게까지 성경을 읽게 하는 목적이 있다바로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위함이다.그것은 임마누엘의 삶이다임마누엘은 그리스도의 애칭이 아니다성경을 위한 영적 훈련으로 렉치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소개하고 있다성경을 마음과 머리로 읽고 함께 읽으라고 한다(본래 렉치오 디비나 전통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이상하게도 그리스도교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이들을 보면 그리스도를 얘기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인격적 삶은 보이지 않는다그들에게 그리스도는 너무 멀리 있는 듯하다나도 여기에 해당된다성경이란 식탁에서 날마다 먹고 지내지만 이 식탁엔 그분이 계시지 않다그와 함께 먹어야 풍성한 식탁이다그와 함께 걸어야 길이 자유롭다그와 함께 할 때 모든 생이 은혜다. 9장에서 포스터는 이러한 하나님과의 영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페리코레시스 perichoresis’로 표현했다이 말은 원을 도는(peri) (choresis)’이란 뜻으로 서로 완벽히 사랑하는 친밀한 관계이며 생명의 물에서 추는 거룩한 춤이다이 춤이 중심에서 시작되고 그 물결이 바깥으로 번지듯이 페리코레시스의 삶은 삶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_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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