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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리처드 포스터 지음, 정성묵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린이를 위한 그림 공부 책에 보면 점을 따라 선을 그어 그림을 그리게 하는 난이 있다. 점이 여러 개가 흩어져 있는데 각 점에는 번호가 달려 있어서 1번 점부터 차례로 선을 이어가면 자동차, 자전거, 꽃, 인형 등의 정해진 그림이 나온다. 신앙의 삶이란 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원의 완성과 하나님 나라를 그려 가도록 중요한 연결을 이어 주는 점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있다. 예배, 성경, 삼위 하나님, 사귐과 같은…….
그렇지만 지금의 그리스도교의 그림(이미지)은 점만 찍어 주고 나머지 그림은 알아서 그려 보라는 식의 느낌이 든다. 각 점에는 번호가 없어 어느 점부터 시작하고 각 점들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를 모른다. 이 연결을 순서에 따라 합당하게 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영성훈련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속도는 느리겠지만 때론 아닌 듯하지만 영성 훈련을 통해 분명한 연결을 하고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리라.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배운 기억에 따르면 선도 점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신앙의 삶은 영적으로 중요한 지점과 포인트 사이를 삶으로 촘촘한 점을 찍어 가야 할 것이다. 이 시대 교회들은 중요하다고 하는 슬로건을 몇 개 걸어 놓고 그것을 하나님의 나라의 그림으로 여기고 있다. 아니다. 그 사이를 촘촘하게 이어주어야 하겠다. 신앙은 점 찍기가 아니라 선 잇기이다. 관계 맺음이자 관계 유지이다. 누구와?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리처드 포스터의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은 바로 하나님과 우리와의 선 잇기에 대한 얘기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성경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성경을 위한 책은 아니다.성경은 매개다. 성경 앞에는 인간이 있고 성경 뒤에는 하나님이 계시다. 달리 말해, 성경은 식탁이다. 그 식탁에는 하나님과 우리가 둘러 앉는다. 무엇을 하는 것일까? 먹는다. 하나님이 차려 놓은 진리와 생명, 사랑과 의의 식탁을 맘껏 먹는 것이다. 먹기만 하지 않는다. 먹으면서 그와 대화한다.
포스터는 성경을 새롭게 읽자고 한다. 지식과 정보로만 읽지 말고 마음으로 읽으라고 한다. 새로운 읽기를 위해 영적 훈련이 필요하다. 이렇게까지 성경을 읽게 하는 목적이 있다. 바로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위함이다.그것은 임마누엘의 삶이다. 임마누엘은 그리스도의 애칭이 아니다. 성경을 위한 영적 훈련으로 렉치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소개하고 있다. 성경을 마음과 머리로 읽고 함께 읽으라고 한다(본래 렉치오 디비나 전통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이상하게도 그리스도교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이들을 보면 그리스도를 얘기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인격적 삶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리스도는 너무 멀리 있는 듯하다. 나도 여기에 해당된다. 성경이란 식탁에서 날마다 먹고 지내지만 이 식탁엔 그분이 계시지 않다. 그와 함께 먹어야 풍성한 식탁이다. 그와 함께 걸어야 길이 자유롭다. 그와 함께 할 때 모든 생이 은혜다. 9장에서 포스터는 이러한 하나님과의 영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페리코레시스 perichoresis’로 표현했다. 이 말은 ‘원을 도는(peri) 춤(choresis)’이란 뜻으로 서로 완벽히 사랑하는 친밀한 관계이며 생명의 물에서 추는 거룩한 춤이다. 이 춤이 중심에서 시작되고 그 물결이 바깥으로 번지듯이 페리코레시스의 삶은 삶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_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