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거짓말
주디 블런델 지음, 김안나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그 여름의 거짓말 

주디 브런델 지음

문학동네

 

 초반부터, 젊고 멋진 피터 콜리지를 두고 두 모녀가 줄다리기를 벌이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기운이 돌기는 했지만, 애써 이를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이 많은 남자가 어린 여자에게 연정을 느끼고 로맨스를 형성하는데는 비교적 우호적이지만, 나이 많은 여자가 젊은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며 유혹하는 상황은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편견을 갖고 있나 보다……. 

2008년도 전미도서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작가 주디 블런델이 데뷔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본명을 내걸고 쓴 소설이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밤마다 소설을 써내려간 끝에 결국 작가가 된 주디 블런델은 그동안 주드 왓슨이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받아왔다. 2008년에 바라본 1945년의 플로리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 듯 싶다.

2차 대전 직후의 뉴욕과 플로리다의 텅 빈 휴양지를 배경으로,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의 성장을 그려낸 이 소설은 '뛰어난 미스터리이자, 생생한 등장인물이 살아 숨쉬는 영리한 이야기'라는 평을 받으며 미국도서관협회, 스쿨라이브러리저널에서 뽑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전쟁이 주는 상처, 전쟁터에서 싸웠던 전우들은 다시 사회로 나가 삶을 개척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후의 혼란 상황?

플로리다는 대학시절 친구 아이들 넷을 끌어안고 제 2의 인생을 꿈꾸며 찾아간 곳이기도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가 몹시 보고싶어졌다. 1945년이 아니라 2016년 현재 플로리다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18장까지 읽다가 날도 너무 지나치게 덥고... 진도도 참으로 안나가서 뒤의 해설을 읽어보았다, 반칙인 줄 알면서도…….

책 소개글에서 미스터리라는 단어에 끌려서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읽었다. 미스터리라고는 하는데 과연 어떤 방식의 미스터리일지, 누구의 어떤 거짓말일지 그저 궁금해하면서 들춰본 해설을 통해 중후반은 비교적 수월하고 스피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그 여름의 거짓말은 순진하고 꿈 많은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현실적이고 냉철한 수사관의 역할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은 자연스레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지만, 열다섯 살 주인공 에비 스푸터 덕분에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가 더해져 독특하면서도 특별한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에벌린 블렁킷의 불행은 너무 어린 엄마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열일곱에 엄마가 된 비벌리는 너무 아름답다는 점이 더더욱 불행을 가속시킨다. 평범한 소녀인 주인공 에비의 열다섯 살 여름은 너무나 잔혹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답다. 에비는 어른들은 모두 다 좋은 사람들이라고, 어른이 되면 뭐든 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은 위선과 거짓말로 가득할 뿐이다. 추악한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하며 에비는 자신만은 그런 어른이 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한 그녀의 선택. 그녀의 행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기에, 그 선택은 더 강렬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2016.8.20.(토)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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