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살인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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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후쿠오카 살인

김성종 지음

문학에디션 뿔


우리에게는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로 너무나 친숙한 작가인 한국추리문학의 거장인 김성종의 장편소설이다. 1977년에 장편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로 이미 명성을 날리고 지지하는 독자층을 넓게 소유하고 있는 소설가 김성종은 『제5열』, 『일곱 개의 장미 송이』, 『나는 살고 싶다』, 『안개의 사나이』,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등 50편 가량의 장편추리소설을 발표하며 한국추리문학의 역사를 이끌어 왔다고 하는데,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말고는 아직 책을 읽어보지는 못 한 듯 하다.
이 책, 『 후쿠오카 살인』은 일본 열도를 배경으로, 설원 위에서 펼쳐지는 섬뜩하고 처절한 살인 사건을 그려내고 있다. 이미 가족여행으로 후쿠오카를 돌아보고 온 나로서는 괜히 친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정작 책을 읽어보니, 후쿠오카 뿐 만아니라, 홋카이도, 삿포로, 하코다테, 하치노헤, 가나자와 등등 새로운 지명이 대거 등장한다. 여기서 홋카이도는 북해도로 분류되고,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도청소재지이고, 하코다테는 홋카이도의 도시 중 하나이다. 진정한 여행가는 여행국이 아니라 여행해본 도시를 열거해야 한다던데, 나이 오십 넘어서 뒤는게 더 많은 곳을 다녀오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 큰 일이다. ㅉㅉㅉ……. 굴곡진 인간 심리와 탐욕을 지닌 등장인물들을 통해, 깊고도 슬픈 인간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작품을 집필하기 전, 일본에 수차례 오가며 자료 조사를 마친 김성종은, 설경이 멋진 후쿠오카를 무대로 설정하고 세세한 지리 정보를 바탕으로 치밀한 살인 사건을 펼쳐 보인다.
 재혼을 해서 같이 살고는 있지만, 사랑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물과 기름 같이 맞지 않는 부부인 서봉수와 유지나는 서로를 죽이려고 일본 여행을 가장해 살인 계획을 세운다. 유지나는 내연남인 이세호에게 서봉수 살해를 맡기고 이세호는 위조여권을 소지하고 위조지폐를 사용하다 살인을 저지르면서 서봉수에게 다가온다.
이러한 악연의 주인공들은 서로를 없애기 위해 후쿠오카에 모인다. 아홉 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성폭력을 당하고 어린 시절부터 너무 많은 성관계를 경험하면서 섹스 중독증을 앓고있는 강력반 형사 구밀라에게 이 후쿠오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악마에 대처하'기 위해선 악마가 되어야 한다는 봉수의 말처럼 이들은 쫓고 쫓기는 처지에 놓인다. 성적인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남편 서봉수를 없애기 위해 킬러를 고용한 유지나와 악녀같은 유지나의 실상을 알고 이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서봉수, 구밀라의 코보이면서 극악무도한 살인마가 되어버린 더블맨 이세호와 부인 문서라 그리고 여형사 구밀라까지 여기에 합류하게 된다.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성적인 쾌락만을 쫓는 잘못된 삶을 살아가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아홉 살의 어린 아이와 매일같이 성관계를 맺으며 성노예로 만들거나 의붓 딸까지 겁탈하고 성매매를 일삼는 성도착증 환자가 되고 혹은 중학생과의 성관계에 탐닉하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과 불륜이 마치 필수인 것처럼 착각한 채 살아가는 인간들이 넘쳐난다.

이상한 것은 초반에 문서라는 시어머니(이세호의 모친)와 아이가 있어서 일본에 올 수 없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이세호는 하나 있던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작가의 미스일까? 문서라의 거짓말일까? 아니면 죽음을 앞 둔 이세호의 거짓말일까?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읽으면서 불편하기도 하고, 유쾌하게 읽어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닿는다면, 해운대 달맞이 언덕 위에 세웠다는 한국 최초의 '추리문학관'에도 방문해보고 싶다.

2015.4.9.(목)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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