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검은숲

 

작가 로버트 고다드는 영국의 작가이고, 이번에는 영국 영어로 쓰여진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영어가 아닌 한글로 번역된 소설을 읽으니, 그 차이를 제대로 느껴보는 것은 힘들겠지만, 분명코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는 차이가 있을 것이고, 미국 소설과 영국 소설 또한 확실한 차이를 보일 것 같다.

탐정이라고 하면 거의 원조 격으로 생각되는 셜록 홈즈가 영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내가 좋아하고 즐겨 읽고있는 미스터리 또한 영국이 원조라고 할텐데, 셜록 홈즈 이후에 미국이나 일본에 추리 소설의 주도권을 빼앗긴 듯 보이고, 요즈음 대세를 이루는 추리소설 또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독일이나 다른 다른 북유럽에게 빼앗긴 듯하다.

이번 작품은 실제 극작가의 흥미로운 생애와 한물 간 연극배우 그리고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 브라이턴의 문화적 지형적 특성을 교묘하게 연결하고 있다. 172쪽에 이르러서야 데니스 메이플의 죽음이 등장하니 비교적 더딘 전개라고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세심한 설정은 독자에게 현실 이상의 사실감을 전달한다고 소개하며, 로버트 고다드는 현대 스릴러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이는 원서로 읽어봐야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지 아닌지를 판가름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번역문을 읽을 때야 문장이 아름다운지 아닌지를 구분 짓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한때 잘나갔던 배우 토비 플러드는 일주일 남은 순회공연을 마무리 짓기 위해 그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별거 중인 아내에게 뜻밖의 연락을 받고  일요일에서 시작하여 다시 다음 일요일까지의 기묘한 일주일을 맞이하게 된다.
독자는 의도와 상관없이 사건 속에 휘말리는 토비 플러드에게 역시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진짜 모습을 숨긴 채 끝까지 연기 중인 다양한 등장인물에 속아 넘어간다. 문득! 토요일 중반부에 들어서 '나'인 토비 플러드가 범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끝까지 범인이 아닌 척 연기를 하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초반부터 제니의 새로운 사랑인 로저 콜번이 범인이라는 단서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이 굉장하고 기발한 반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 있는 것일까? 아닐까? ㅎㅎㅎ
왕년의 스타 토비 플러드. 브라이턴에서 순회공연 중인 그저 그런 연극도, 별거 중인 아내 제니와의 결혼생활도 곧 끝날 참이다. 그런데 아내 주위에 묘한 남자 데릭 오스윈이 맴돌고 있다. 아무래도 이 데릭이라는 의문의 남성은 토비의 극성 팬인 것 같았기에 제니는 마지못해 토비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혼이 못내 아쉬운 토비는 흔쾌히 그 일을 수락하고, 그 남자 데릭 오스윈으로부터 정중한 사과와 약속을 받아낸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약속을 깨끗이 무시하고 다시 제니 곁을 맴돌고, 의아해하는 토비 앞에 비밀을 알고 싶으면 오후 8시에 단둘이 만나자는 메시지가 도착하기에 이른다. 오후 8시는 토비가 공연 중인 바로 그 시간! 꼬리를 무는 의문과 데니스 메이플, 딜리어 셰링엄, 데릭 오스윈과 로저 콜본에 이르는 계속되는 죽음이 이어지며 토비는 정신없이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이 소설작품 속에서는 주인공인 연극배우 토비 플러드가 주연을 맡은 연극 《목구멍에 세 든 남자》는 조 오턴(Joe Orton, 1933~1967)의 작품을 대본으로 한 것이다. 실존했던 극작가 조 오턴은 1960년대 영국 노동자 문화를 대표하는 동성애 작가로 각광받았으나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동성의 케니스 할리웰에게 살해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작품 속에서는 이를 '조 오턴'이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네이버에서는 '조 오튼'으로 검색해야 한다. 조 오턴의 미발표 작품 《목구멍에 세 든 남자》가 마룻장 밑에서 발견돼 영국 전역을 돌며 순회공연을 한다는 설정이지만 마룻장 밑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허구이다.
2015.3.12.(목)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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