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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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이치 지음

검은숲

 

<고층의 사각지대>로 제15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하지만, 아직 그 수상작인 <고층의 사각지대>는 접해보지 못했고, 검은숲에서 새롭고 산뜻하게 출간해낸 이 증명 시리즈를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본격추리 작가의 길을 걷던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본격 추리소설 '증명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아무래도 시대 배경이 1970년대를 무대로 하고 있어서, 고도로 발달하는 물질문명 속에서 그와는 반대로 인간성은 시들어가고 물질만능주의, 인간소외, 도덕적 해이와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다소 갑갑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증명 시리즈에서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내제된 욕구, 본성 그 자체이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본성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 야성, 그 끝은 어디인가?“라고 말이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 시리즈로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로 우뚝 섰고, 마쓰모토 세이초와 함께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소설의 시작은 산골 마을, '후도'에서 일어난 거주민 열세 명을 처참하게 살해한 참혹한 대량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고, 미제 사건의 범인을 끈질기게 쫓는 이와테 현경 기타노 형사와 대량 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여덟 살의 나가이 요리코와 그녀를 돌보는 아지사와 다케시가 등장하고, 하시로 시에서 하시로 신보를 운영하다 사망한 아버지 오치 모키치를 대신하여 이 도시의 비리를 고발하려는 오치 도모코의 이야기와 한 도시를 지배하는 거대한 세력 오바 잇세이 일가와 나가토 일파의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노심초사한 것 같다.

'모든 것이 만나는 그곳에서 야성이 폭발한다!'라는 문구에서 누구의 야성이 폭발하는지, 그 진면을 알 수 없는 아지사와 다케시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해서 언저리를 맴돌았다. 결말에 이르러 대량 살인 사건의 진범은 아지사와 다케시가 아니라 53세나 되는 생존자 나가이 요리코의 아버지인 나가이 마고이치라는 것이 밝혀지기는 하지만, 이런 사실은 경찰의 수사로도, 이를 밝혀줄 증인도 없기에 결국에는 꼼짝없이 아지사와 다케시가 뒤집어 써야 하는 운명인 듯 보인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야성'을 증명하고 싶어한 듯 보이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제시되는 '야성'보다는 시 전체를 점령하고 그 권세를 누리는 오바 잇세이와 그의 엇나간 아들인 오바 나루아키로 이어지는 기득권 층의 비리를 밝혀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일본 사회 자체가 야쿠자나 비리에 더 크고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나의 사적인 견해이기도 하고, 여기에서도 그러한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여러 번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이 소설, < 야성의 증명>은 영화와 드라마, 만화로 제작되어 증명 시리즈의 붐을 이어갔다고 한다. 증명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국세청 발표 고액 소득자 작가 부문 최고에 오르기도 했다는데, 이 증명 시리즈 외에 다른 작품들도 기대감을 갖고 찾아봐야 하겠다.

2015.2.20.(금)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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