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나라를 아르십니까 시인생각 한국대표 명시선 100
신석정 지음 / 시인생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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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먼 나라를 아르십니까

신석정 지음

시인생각

 

꽃덤풀

                            신석정 지음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에 헤매이면서

언제 창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에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

 

이 시에서 밑줄 친 분수, 태양, 꽃덤불은 긍정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 시, 신석정의 「꽃덤풀(불)」과 동일한 시대에 씌여진 서정주의 「마쓰이 오장 송가」는 서로 시대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꽃덤불」은 일제에 의해서 피해를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라의 행복과 국권을 다시 회복할 꿈을 꾸고 있다. 반면에「마쓰이 오장 송가」는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이 한국을 신민지로 만든 사실을 미화하는 친일시이다.

시인 신석정은 1907년 7월 7일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석정, 아호는 석정, 필명은 소적·서촌이다. 시인이자 한학자였던 조부 신제하와 부친 신기온 슬하에서 당시와 한학을 공부하며 엄격한 가풍 속에서 성장했다.
신석정은 시인이면서 동시에 존경받는 교육자였다. 해방이 되던 해 잠시 서울에 머무르던 그는 1946년 낙향한 후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1946년 40세 때부터 1950년 5월까지 부안 중학교와 죽산 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했으며, 1952년 ≪태백신문≫ 편집 고문으로 위촉되어 <토요시단>을 주재한다. 1954년부터 7년간 전주고등학교에서 근무, 이듬해 1955년부터 전북대학교와 영생대학에서 시론을 강의했다. 1961년 5월, 5·16 직후 당시 교원노조를 지지하는 시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정부에 연행되어 수일 만에 석방된다. 그해 전주고교를 떠나 김제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으며, 1967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라북도 지부장을 역임했다. 1964년에 전주상업고등학교로 부임해 1972년 8월 정년까지 재직했다. 그는 수필 <병상의 이 여름>(서울신문, 1974. 7. 4)을 마지막으로 집필, 7월 6일 영면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5권과 이병기와 공저한 ≪명시조 감상≫(박영사, 1958), ≪한국 시인 전집≫(신구문화사, 1959), 번역서 ≪중국 시집≫(정양사, 1954) 등이 있다. 이외에 유고 수필집으로 ≪난초 잎에 어둠이 내리면≫(지식산업사, 1974), 유고 시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창작과비평사, 2007)이 있다. 1958년 전라북도문화상, 1968년 한국문학상, 1973년 제5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2014.12.28.(일)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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