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치마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녀

권여선 지음

이룸

 

<토우의 집>을 통해서 알게된 작가 권여선  의 데뷔작이후 오랜 침묵을 거쳐 선보인 첫 번째 작품집인 이 책《처녀치마》는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1996년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한 권여선의 첫 번째 작품집이다. 등단 후 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 낸 첫 소설집인 만큼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삶에 대한 농도 깊은 시선과 첨예한 작가정신이 집적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1. 처녀치마
2. 트라우마
3. 12월 31일
4. 두리번거린다
5. 수업시대
6. 불멸
7. 나쁜음자리표
8. 그것은 아니다
이상의 여덟 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단편집은 매순간순간을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인지,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면서 읽기에는 도통 집중이 안되는 책인 것 같다. 장편 소설의 경우에는 어느 부분을 흘려 읽다가도 다시 되새겨볼 수 있는데, 단편의 경우는 한 번 놓치면, 도통 무슨 소리인지 납득이 안되서 계속 한 부분을 겉돌면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절감한다. 오늘은 날씨가 푹해서인지, 디지탈자료실에 유난히 이용자들이 많아서 그만큼 문의도 많고, 힘들었다. 지인들과 점심을 콩나물국밥과 돼지주물럭을 먹어서 속풀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머리가 띵하고 목이 여전히 아파서 도중에 편의점에 가서 '한라봉유자차'를 사다 마셔야 할 정도로 컨디션도 난조를 보인다. 미니 가습기를 신청해놨으니, 내일은 목아픈 것도 덜해지고, 컨디션도 정상으로 올라오리라 기대해봐야겠다.
《푸르른 틈새》는 신춘문예 및 각종 문학상의 응모작 가운데 최고 수준의 문장 구사력을 보여 주었다는 찬사를 듣는만큼 그 정확하고도 개성적이며 마력적인 문장은 끌려 들어가자마자 전혀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단숨에 읽어내리게 만드는 놀라운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고한다.

내게는 공부를 잘하는 작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권여선 작가의 단편들은 살짝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다. 묘사나 비유가 수준이 높은 탓인지, 평범한 문장같아 보이면서도 그 문장에 내포된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첫 단편, 「처녀치마」에서부터 이런 의구심은 꼬리를 물고 달려간다. 이 글을 풀어내는 화자이자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떤 과거를 갖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채, 그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에, 당혹스럽기도 하다. 도대체 '처녀치마'가 무슨 의미인가? 했더니, 처녀치마 처녀치마 문서 이미지 는 전국 산지에서 자라는 숙근성 다년생 초본으로 생육환경은 습지와 물기가 많은 곳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인「트라우마」에서는 등장인물을 그저 성으로 구분하고 있어서 그 인물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다.

세 번째 소설인 「12월 31일」에 가서야 흐름을 파악할 수가 있다. 도서관도 조용해지고, 나 역시 몰입이 수월해지고, 등장인물에 대한 파악도 용이해진 탓이리라. 안영준과 민혜원이 나누는 대화가 그저 우리 주변의 누군가와 누군가처럼 젖어들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우유부단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안영준으로 인하여 읽는 동안만큼은 속이 터지기도 한다. 이어서 「두리번거리다」와 「수업 시대」에서도 역시 등장인물의 이름을 생략하고 나 또는 그와 그녀, 여자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작가가 조금만 독자들에게 친절해졌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시간 역시 빈번하게 작가 편한대로 왔다갔다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2014.12.29.(월)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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