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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7
안치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0월
평점 :
재림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027
안치우 지음
황금가지
일본 추리소설이나 유럽의 추리소설에 비해서 훨씬 읽어내기가 편하다는 이유로 확실하게 선호하는 국내 추리소설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인 큰 딸의 반엄마들과의 모임 때문에 새벽까지 달리느라 책을 손에서 놓고 긴 시간이 흘러 버렸다. ㅠㅠㅠ
세밀한 설정과 완성된 구성으로 한국형 본격 추리소설을 선보인다는 격찬을 듣고 있는 신예 안치우 작가의 데뷔작이다. 180센티미터의 큰 키와 강인한 체력을 가진 여성이자, 이성적인 분석력과 사건의 이면을 꿰뚫는 명석한 두뇌로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쳐가는 권민, 수다스럽고 감성에 따라 좌충우돌하지만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남자 강승주, 꿈에 그리던 탐정이 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탐정을 겸업하게 된 괴짜 변호사 독고잉걸까지 독특하고 특별한 세 사람의 탐정 팀이 등장한다. 이 개성넘치는 탐정 트리오와 종교적 정의를 빌미로 연쇄살인을 벌이는 지능적인 살인마와의 대결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마치 골고다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골메산, 갈보리를 연상케 하는 갈래산, 그리고 파양동이라는 지명을 보면서 묘한 느낌이 일었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주일학교와 인연을 맺어 세례 교인이 된 나로서는 노처녀 생활이 힘겨워질 때 쯤, 신앙생활과 거리를 두기 시작해서, 지금도 그 거리를 유지하고 살고 있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을 '유일신'으로 믿고 그저 맹목적으로 믿어온 그리스도에 대해, 그리고 기독교에 대해 이런 비판적인 내용의 소설을 그저 재미로 넘길 수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다원주의(pluralism)란 사회는 여러 독립적인 이익집단이나 결사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권력 엘리트에 의하여 지배되기보다는 그 집단의 경쟁 ·갈등 ·협력 등에 의하여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된다고 보는 사상이라고 한다.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로 기독교 역시 문제점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저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쿨(?)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역사학자, 교사, 회사원인 이진석, 목사 최이수, 인권운동가, 화가 박진우 등 근본주의 교회를 성토한 이들을 하나씩 차레로 제거해 나가는 범인 주동일을 추적하고 함께 검거하는데 동참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2부의 영국에서 펼쳐지는 권민의 모험담이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세 인물의 활약을 담은 1부 '재림'과 프리퀄 격인 2부 '만남, 그리고 시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이야기가 1,2부로 나뉘어 진 것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제목에 걸맞는 사건은 1부에서이고, 2부는 '독 탐정'이라고 불리지만, '독고 탐정'이라고 불러야 맞는 독거 잉걸과 그의 후배이자 다소 여린 강승주와 영국으로 이민을 가서 탐정 일을 부업으로 하던 독특한 분위기의 권민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또한 어떤 연유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는 지를 알 수 있다. 저자인 작가 안치우는 제1회 ZA 공모전에서 「도도 사피엔스」로 수상하였으며, 인류 대재앙을 사실적이고 분석적인 서술로 풀어나가 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고 해서, 「도도 사피엔스」가 실려 있는 ZA 공모전 수상작품을 빌려 왔다.
2014.10.19.(일)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