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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박현석 옮김 / 동해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4학년 때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주희가 불평하던 일이 기억난다.
"도대체가 말이지..이런 번역체는 정말 딱 질색이야!!"
그 때 힐끔 쳐다본 책의 이름이 [오만과 편견]이었는데 주희는 그렇게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도 끝끝내 이 책을 다 읽었으며 좀더 나은 번역본을 찾으려고 도서관을 돌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 때문인지 나는 왠지 이 책은 제대로 번역되지 않으면 읽기 싫어질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좋은 번역인지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단순하기 그지없는 나.
서점에서 [오만과 편견 완역본 Best]라는 책 표지만 보고, 단번에... 정말이지 단번에 덥석 집어들어서는 집으로 가져왔다.
....
중학교 3년+고등학교 2년간 로맨스 소설을 섭렵했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가슴 설레이도록 매력적이거나
사건 자체가 가슴을 쿵 내려앉게 할만큼 로맨틱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무척이나 세세한 묘사적인 설명이
사건 진행을 답답하게 하는 구석이 없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그런 설명들에 익숙해지자
곧 나는 엘리자베스의 호흡으로 동화되기 시작했고
18세기의 상황을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소설은 베넷가의 5딸들 중에 첫째 제인과 둘째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이끌어져 가며 둘째 리지에게 좀더 비중이 실리고 있다.
대단히 아름답고 착한 마음씨를 지닌 제인과
우유부단하지만 친절한 성품을 가진 빙리와의 사랑/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진 경쾌한 몸놀림과 현명한 이성을 갖춘..
그러나 편견으로 가득찬 리지와
오만하기 그지없는 부유한 다르시와의 사랑/
(다르시는 결국 알고보면 사려깊은 멋지고도 멋진 남자다.)
여느 로맨스 소설이 그러하듯
고귀하고 부유한 남자와 신분이 낮고 가난한 여자와의 사랑에는
각종 어려움과 오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그러한 갈등을 겪고 나면 비온 뒤의 무지개처럼
믿기 힘들만한 해피엔딩이 따라오게 된다.
이건 정말이지 수학의 정석과 같은 로맨스 소설의 공식이다.
그런 공식에 충실하게 소설이 진행되면서
양념처럼 따라오는 요소로서
리지의 경박스런 어머니와 동생들의 추태,
다르시를 사모하는 빙리양의 속이 뻔한 질투심 등은
은근히 소설을 탄력있게 만들어주고,
계속해서 열리는 파티의 모습과
겉치레를 중시하는 은근한 인삿말 등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