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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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으로 등수를 매기게 된다면
개미, 뇌, 나무, 천사들의 제국, 아버지들의 아버지들을 지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단연 등수 안에 들 것이다.

짤막한 단편들로 이루어진 '나무'는 작가 베르나르가 장편을 쓰는 도중 빠른 속도로 글을 쓰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쓰여졌으며 누군가에게 아무 생각 없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주듯 부담없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단순히 기발하다는 데에만 그친다면 그는 한때의 인기몰이에 만족해야 하는 삼류작가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의 상상력은 박식한 의학적 지식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놀라움과 충격 속에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하게 한다.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책 속의 가치관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흡수하는 경향이 있는 나로서는 그의 이러한 작품이 여간 당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이며, 신이란 무엇일까?

인간인 나는 인간인 나의 관점으로만 인간을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고, 그조차도 그리 신통치 않아 생각하기를 꺼려하였건만 인간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을 제시하였을 때의 충격이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당연시 하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의미나
우리 사회에 관습화된 질서체계는 어쩌면 그 자체가 절대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것에 너무나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탈피하려는 생각조차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것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시선을 유쾌하고 빠른 필치로 그려낸 그의 작품 '나무'를 읽으면서 감기로 몽롱해진 정신이 잠시나마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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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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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에 걸쳐 초고를 쓰고 또다시 6개월에 걸쳐 탈고를 했던 작품이니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쉽게 평하지 않기를 여러번 읽기를 권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나에게 '해변의 카프카'는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처럼 기쁨을 주지만, 여러번 읽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함을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15살 소년 카프카가 겪는 일들은 그의 다른 작품에서와 같이 일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사유의 끝을 맛볼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왠지 안개 속을 헤매어 돌다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결말에 아쉬워한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같은 결말.

그에게 내려진 오이디푸스적인 저주는 (어찌되었든) 꿈이든 현실이든 이루어져 누이와 어머니와 함께 사랑을 나누고 그의 아버지를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그로 인한 이후의 일들은 시간의 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서 일단락이 지어지는 데 그 모든 과정에서 그는 성장하고 성숙하고 변화한다.

이 책을 통한 나의 사고나 삶의 변화?
그런 것은 없다.
늘 그렇듯 하루키의 소설은 읽는 즐거움의 상징이다.
이 책 역시 그가 공들인 문학적 상상력의 고리들에 빠져들며 기뻐하고 만족하고 즐기며 다시 책장을 덮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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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별자리의 비밀언어 1 - 부활의 주간, 물고기-양자리, 3월 19일-24일
게리 골드슈나이더 지음, 최소영 외 옮김 / 북앤월드(EYE)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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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입대하는 녀석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쥐어준 책이다.

별자리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혹~할 뻔했다.
아마도, 책 자체보다 책에 끼워진 책갈피를 만지작거리는 재미 때문일지도....모른다.

내 별자리는 물고기-양자리라는데
별자리를 통해 나의 성격을 설명하고
내 별자리를 비롯하여 48개의 별자리에 속한 여러 다른 인간 유형과
나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데
사실... 별로 현실적인 조언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인간의 유형을 어떻게든 분류해보려는 노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해서 진행되어 온 학문인데
별자리라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일 뿐
절대적인 것이 못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별자리를 통해서 본 인간관계론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흔히 점쳐보는 사주팔자와 비슷하다.
전에 음양오행설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던 대학친구에게
장장 4시간에 걸쳐 설명을 들었었는데
그 때도 제법 논리정연한 체계에 마음이 동해서
내 첫사랑의 실패를 음양오행설로 합리화하려 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생시를 물어본 친구는
내가 金人이라고 하면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火人이라
전적으로 내가 힘들어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말에 충격과 위안을 동시에 얻으면서
우린 인연이 아니였던 거야...라는 식의 운명론적 사고방식까지 흡수하려 했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나의 태어난 시각, 즉 생시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도대체 뭐야?'라는 의구심이 불일듯 일었다.

결국,,, 확률적인 것일뿐, 진리도, 사실도 아니라는 것에 결론을 맺는다.

별자리든, 사주팔자 음양오행설이든... 말이다.

굳이 인간군을 만들어 내가 가까이 할 부류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부류를 나누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자연히 나뉘는 게 사람들이다.

나는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굉장히 신뢰하는데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깊게 깔려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성격대로 자신과 맞는 사람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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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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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의 동화책이다.

나쁜 어린이표를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글을 읽으면
교사인 나는 심한 부끄러움과 함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아마도 아이들은 이런 나와의 심정과는 다르게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여
고통을 토로하고 학생 입장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할는지도 모른다.

...

2학기가 시작되면서 내가 학급문고에 사 넣었던 책이건만
그 책을 집으로 다시 가져온 어제가 되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3학년 남학생으로 모범적이고 성실한 그냥 평범한 남학생이다.

일주일에 세번 빨간줄을 치고,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적어 넣으시면
일기 검사를 하시는 뚱뚱보 건방증 많은 여자분이 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다.

주인공의 엄마는 공무원으로 자신의 출근에 맞추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학원 세 곳을 돌린 후 자신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아이들 데려온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던 중 아이는 아파트 담을 뛰어넘는 말썽꾸러기 경수와 갈등을 벌이게 되고, 더불어 아빠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갈등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진다.

그러나 평범하던 일상을 적어가던 일기장과는 다르게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할수록 아이는 일기를 적을 수가 없게 되는데
이는 문제를 일기에 적을 경우 몰래 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엄마에게 혼을 나게 되고
선생님 역시 문제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면서 아이에게 계속적으로 불평등한 처사를 내리게 된다.

그러다가 아이는 아빠와 심하게 다툰 후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일기에 솔직한 심경을 쓴 다음 '한동안 일기를 쓰지 않겠다' 말을 덧붙였다.

선생님은 '가끔 편지를 받는 것도 좋겠다'며 일기장을 내지 않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

나쁜 어린이표에서 나왔던 노란색 스티커,
일기장 감추는 날에 나왔던 일기검사.

모두 일반적으로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방법이고
나 역시 스티커의 위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일기검사는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기장은 그 사람의 마음을 나타낸다라고 말하던 책 속의 선생님처럼 일기장에 나타난 아이의 모습을 과신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일기장에 나타난 모습을 토대로 아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어른인 선생님들의 착각일지도 모르며
일기장에 대해 과신하는 선생님들의 생각과
겉으로만 일기를 써내고
진실을 써내도 결국은 왜곡해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일기장이 학생과 선생님과의 상호교통할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

나는 특히 일기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내가 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일기를 써서 2학년의 생활과 감정을 남겨두기를 너무나 소망하고, 그런 욕심 때문에 일기를 열심히 쓰도록 무던히도 강조했다.

하지만,
진실이 담기지 않은 일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진실이 아닌 거짓을 담을 수밖에 없던 그 상황을 남긴다는 것이 의미가 될까?

책 속의 상황은 동화라는 점에서 상황자체가 작가의 의도하에 쓰여졌지만, 충분히 현실성을 가지는 것은 우리의 교육활동 내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성의없이 끄적거리는 일기
진실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왜곡되어 쓰여지는 일기
잘 쓰여졌지만 왜곡되어 이해되는 일기
등등등

그렇다면 내가 일기를 검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은 일인지 다시 한번 고민이 된다.

일기를 쓰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타력적인 무언가가 필수적이며 이런 압력을 행사하면서까지 일기를 쓰게 하는 것은 일기가 가진 많은 이점들을 신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에서 보여지는 부작용들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기를 쓰게 하고, 검사하게 될 것이다.

일기라는 수단을 통해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담아내는 것이 최대목표이고(물론 이것은 거의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일기를 포기할 경우에는 그 작은 소득마저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위험이 있다), 검사를 통해 아직 자리잡히지 못한 맞춤법을 교정시키고, 매일매일 일정량의 분량을 글로 채우면서 생각을 풀어내는 연습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조차
그 옛날 졸린 눈을 비벼가며 힘겹게 일기를 쓰던 습관의 결과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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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드러나다
봅 쇼그렌 지음, 이숙희 옮김 / 죠이선교회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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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강요'이고
책을 읽는 또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변화'다.

이 책은 캄보디아 단기 선교 필독서다.(강요당했다는 말)
정확히 1cm 두께의 책인데 안의 글씨는 8point쯤?
중고등학교 애들이 이 책을 읽기 두려워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감상을 시작하자.

'마침내 드러나다'라는 책 제목을 통해서 이 책의 내용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실 나는 예상하는 것은 정말정말 너무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지만 예상하지 않고 읽었던 책이라 더욱 큰 비밀이 나에게 드러난 것만 같다.

이 책의 중점적인 뼈대는 최고선과 최저선으로
아브라함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만복의 근원이요 믿음의 조상으로 불려지는 아브라함.
그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복을 타고난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후손 역시 그 복을 함께 누릴 것이라는 축복을 받는다.(계속 복복복)
이것이 바로 최고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복이라는 단어와 함께 이스라엘 민족이 선민사상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왜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단지 그들이 받게 되는 복에만 집중하여 다른 민족과는 다른 차별성을 내세운다.

이것은 현재 기독교인이라고 자청하는 사람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며 나에게도 내제된 사상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33세에 갑작스런 회심을 하심으로 믿게 되어 기독교 가정이 되었다.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믿지 않으셨지만, 아버지의 파워는 자연스럽게 엄마를 교회로 이끌었고 어린 아이였던 우리들 모두 원래 그러했던 것처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믿음 생활을 시작하시면서 그 전까지 그토록 즐기시던 술과 담배도 끊으셨고 이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신임을 받기 시작하셨다.

이후 건축을 하시는 아버지는 교회를 개축하고 몇 년 전에는 건축까지 하시면서 목사님과 사모님의 절대적인 기도를 받게 되신다.

이것과 더불어서 사교육은 피아노 2년 배운 것이 전부인 우리 형제들이 별탈 없이 성장하자 사람들은 우리 가족을 축복받은 가정으로 여겨주었다.

이런 축복의 클라이막스는 언니의 서울대 약대 입학이었는데 우리 마을은 물론 인근 사람들이 모두 언니의 입학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고, 자랑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겸손한 듯 '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로 기쁨을 표현하셨다.

나는 사람들의 관심과 아버지의 이런 과도한 만족감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은연중에 우리가 다른 사람과는 차별된 축복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올바른 믿음은 곧 삶 속의 평안과 축복이라는 전통적인 기복사상 속으로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생각의 허점을 밝히고 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많은 축복을 주시는 '최고선'을 주셨지만
이을 통해서 이루시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이름이 열방 중에 나타나는 '최서선'의 성취다.

다시 아브라함 이야기로 돌아가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통해 복의 통로로 삼으시면서 그의 민족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열방 중에 전파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이것은 곧 하나님이 아버지의 삶과 언니, 그리고 나와 동생들에게 축복을 주신 것이 우리 가족이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선하거나 착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통해 하나님의 이름을 나타내고 싶어하셨다는 말과 같다.

이 책은 성경 속의 많은 예들을 통해 하나님이 어떻게 최고선과 최저선의 뜻을 보이고 계신지 말해주고 있다.

즉 그동안 감추어져 있고, 사람들이 알기를 꺼려하던 '최저선'의 의미가 마침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집중하고 있던 부분이 바로 최고선이었기 때문에 '최저선'과 관련된 부분이 마음에 부담으로 여겨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과 상치되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모른척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변화'된 생각이다.

캄보디아 단기 선교를 통해 내가 기대했던 부분 역시
나의 신앙적 성장이었지 주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전세계적인 시야를 통해 그곳에 사람이 필요함을 보시고 나를, 그리고 우리 캄보디아 단기 선교팀을 구성하셨을 것이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변화된 마음으로...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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