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헌법 - 결정적 순간, 헌법 탄생 리얼 다큐
김진배 지음 / 폴리티쿠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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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나라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이자, 최상위의 법이라 불리는 헌법. 그만큼 중요한 기틀이 되는 근본 질서를 너무나 가벼이 생각해온 것은 일반 대중에게는 잘 와닿지 않아서였으리라. 이 책의 머리말에 따르면 아직도 헌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 무관심이나 냉소, 빈정거림의 태도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통탄할 일이다. 과연 이 원인은 무얼까?

 저자는, 헌법을 멋대로 개조하고 주무르며 장식에 지나지 않게 만든 헌법 가치 파괴자들의 문제로 돌린다.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건국헌법으로 등장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씨, 국내 최초 군부독재정권을 수립하여 종신집권을 노린 육군장군 박정희씨, 국민을 집단 살육하며 군부장성으로 뒤이어 정권을 잡은 전두환씨다. 책은 이 가운데 첫단추를 잘못 끼운 이승만 정권을 겨냥하고 씌여졌다. 

 

 1948년 5월 31일, 제헌의원들에 의해 추대된 73세의 제헌국회 임시의장 이승만. 하루빨리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의 제정과 발효를 염원하던 것은 그도 같은 마음이었으나, 정작 그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당시 헌법 초안자들인 유진오, 행정연구회, 권승렬은 상당 부분 독일과 프랑스, 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의 헌법을 비교검토하여 제헌헌법의 초안을 마련하였다(유진오 박사의 경우 당시로서는 오래된 미국 법제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는 하나). 이 초안들이 헌법기초위원회의 심의에서 검토되는 동안 그 경과에 촉각을 기울이던 이승만이 크게 문제시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단 하나, 정부조직과 관련한 것이었다. 그는 다수의 제헌의회의원들과 헌법연구자들이 채택한 내각책임제를 미국식 대통령제로 바꾸려고 하였다.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느냐, 주권자를 국민으로 지칭하느냐 인민으로 지칭하느냐, 영토조항을 어떻게 할것이냐, 친일파 처벌을 위한 소급입법에 대한 헌법부칙, 여성문제, 경제적 민주주의 등에 대하여 제헌국회의 헌법심의에서 공방이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승만은 조급해졌다. 미군정 당국과 약속한 8월 15일까지 정권을 이양받고, 가을에 있을 유엔총회에서 남한만이라도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승인을 받으려는 심산에서였다. 8월 15일까지 한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국회의장 자격으로 헌법조문 심의 사회를 주도하며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국가의 근본법이라 할 헌법의 제정에 있어 졸속이라 할만큼 그 과정은 거칠고 조급했다. 이를 통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자는 다름아닌 이승만 자신이었다. 정치조직에 있어서는 소위 '한국식 대통령제'가 채택된 제헌헌법에 기초하여, 제헌국회가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이승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될 당시에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승만이었으나, 이후 재선의 가망성은 없었다. 이에 그는 제헌헌법의 제정시에 드러냈던 그의 노골적인 야욕을 야만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바로 1952년에 있었던 5·26 부산정치파동이다. 민족분단의 상처를 낸 6·25 전쟁으로 부산을 임시수도로 하여 정부조직이 옮겨갔다. 여기서 그는 비교적 평온한 상태에서 비상계엄을 발하여 그의 수족처럼 부리던 헌병과 육군 수사요원들, 경찰조직과 청년단을 동원하여 "야당의원들을 국제공산당의 혐의로 잡아 가두었다" 이후 다수의 반이승만 세력이 다음 정부조직을 의원내각제로 바꾸려고 기도하던 것을 무력화하고서는 발췌개헌안을 통과시켜 본인이 재선될 수 있는 길(대통령 직선제)을 텄다. 당시 그의 나이 76세. 나이가 들어도 권력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이  5·26 부산정치파동을 전후하여 물밑과 물위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던 숱한 사건을 책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머리말이나 부록 등을 제외한 본문이 400페이지 안쪽인 이 책의 상당분량(230페이지 가량)이 '이야기 두 자리 - 헌법의 수난'인데, 바로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게 그 사건이다.

 

 책의 후반부인 '이야기 세 자리 - 제헌 2년의 풍경'에서는 앞의 내용인 '이야기 한 자리 - 헌법의 탄생'과 위 '이야기 두 자리'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부기하였다. 

 그리고 '이야기 네 자리 - 헌법의 현장'에서는, 한 노인의 야욕으로 제헌헌법부터 헌법을 휴지로 만들어버린 것을 시작으로 하여 그 후로 이어진 헌법 오욕의 역사에 대한 평가를 기록하였다. 더불어 저자가 헌법 현장이라 할 수 있는 쌍용차 사태, 용산참사현장, 제주강정마을 사태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보고 생각한 현장기록을 첨부하였다.

 부록으로는 헌법의 주인에 대해 저자가 쓴 1965년의 글(기사?), 이 책의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제헌헌법 전문을 만만치 않은 분량으로 수록하였다. 

 

 명목적 헌법, 장식적 헌법, 독재자의 소도구로 불려지고, 제·개정에 있어 주권자와 유리되었다는 평가, 추상성·개방성에 대한 비판 등 온갖 욕을 먹고 있는 게, 국내법 가운데 가장 존귀하다는 한국 헌법임은 무척 아이러니한 느낌을 준다. 

 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제헌헌법 성립과정, 즉 헌법탄생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무척이나 답답함을 느꼈다. 한편, 오늘날과 같이 민주화와 정보화가 많이 진전을 이루어 개체별로 한 인간일 뿐인 위정자들의 추악한 움직임을 잘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 기틀을 다지는 데 몸과 마음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김구 선생 등 건국의 지도자들, 4·19혁명과 5·18 광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의 영웅들 등)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러나, 누군가 역사를 알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아무리 민주화와 정보화가 진전되었다하더라도 언제 어느사이 불순한 세력이 헌법을 망가뜨릴 지는 모를 일이다. 헌법에서 대중이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정치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자기네 이념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자기네들에게 좋을대로 뜯어고치려는 그 악발상에 경악할 따름이다. 그 주도세력이 누구고 어떻게 잔존하면서 교묘하게 헌법의 개정과 운용에 있어서 입김을 발휘할 지에 대해서도 헌법의 역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헌법의 역사를 공부해야하는 것, 반세기 넘은 헌법의 시대를 살아온 저자가 "국회속기록과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재연"시킨 이 책의 속편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 참고로, 이 책은 헌법 이론과 학설, 정치권과 언론의 관점에 따른 주장, 흥미 위주의 내용에서 벗어나 저자 나름으로 그려본 헌법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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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류행 -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
백진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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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그림과 사진 가운데 갖가지 풍경이 펼쳐진 것을 볼 때면 그 부분을 하루에도 몇번이고 다시 볼 때가 있었다. 자연과 인공물이 조화를 이룬 그 풍경 속에 내 마음이 녹아들었다.

 사진의 경우에는 언젠가 한번은 저 곳에 가보리라, 그리고 모든 것을 세세히 살펴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림은 그럴 수 없었다. 대개 어딘가의 풍경사진을 참고했겠지만 그대로 베낀 것도 아니었고, 삽화를 그린 작가 특유의 (기억에 남는 분은 계용묵씨였나?) 그림체에서 나오는 특유의 감성이 과연 실제풍경에서 나올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원래의 풍경이 있다면 2차적으로 가공한 느낌은 아닐지라도 그만의 감성과 구조, 배열, 구성물 따위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은 분명했다.

 어느 덧 나이가 들어 어릴때의 풍부한 감성은 잊혀졌지만, 여러가지 풍경 그 자체에 대해서는 항상 목이 마르다. 집 밖으로만 나가더라도 풍경은 펼쳐지지만 자주 보던 것에서 별다른 자극을 얻을 수는 없다. 내가 이사를 간 뒤 1년 후에 다시 찾아온다면 그 때는 그리움의 풍경으로 남으리라.

 

 풍경에 대한 갈망과 안온한 현실에 안주하는 타성에 결국 책이나 교양프로그램, 블로그 여행기 같은 간접자료 외에는 달리 풍경을 감상하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긴 하다.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버무려진 그런 것을 벗어나 보고 싶은 것, 다른 사람은 별로 눈길을 주지 않더라도 나는 눈길이 가는 것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살아숨쉬는 시공간의 모든 것을 원하는대로 마음껏 보고 싶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간접자료를 최대한 활용할 뿐이다. 그렇더라도 책이 주는 장점은 있지 않은가.

 대표적인 장점이, 내가 생각할 수 없는 것, 내가 놓치는 것, 내가 모르던 것을 다 알려주는 것이리라.

 건축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 생각을 바탕으로 풍경에 대해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이 바로 그러했다. 

 

 책에서, 저자를 따라 나는 그가 유학하거나 여행했던 곳과 길을 이리저리 또 반복해서 오고간다.

 일본의 가쓰라 궁과 가시와에 있는 쓰보니와, 프랑스 베르사유 궁, 습하고 더운 플로리다, 예루살렘 구도심의 광장과 '통곡의 벽', 펜실베이니아 주 스테이트 칼리지, 인도 바라나시의 바자르 뒷골목과 갠지스 강, 김제 만경평야, 저자의 고향 전남 장흥, 그리스, 필라델피아, 캄파돌리오 광장, 그랜드캐니언, 여의도 공원...

 뿐만 아니라 저자가 책이나 인터넷, TV 등 다른 간접 자료를 통해 생각 속에서 넘어가본 시공간 -아라비아 사막 등이 그것으로 추측됨-도 있다. 

 

 저자는 일본 환경철학자 와쓰지 데쓰로의 『풍토』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저술하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책은 내가 생각하던, 풍경에 대한 묘사나 그것에 대한 향수, 감정을 중점으로 기술하지 않는다. 

 대신, 세계 여러 곳('나라'라기보다)의 자연과 인간의 상호결합상태(저자의 말에 따르자면 '교감' 또는 '관계')를 '풍경'으로 바꾸어 이야기하고, 그 속에 핀 문화와 역사, 건축, 생태 등을 '은유의 풍경'으로 돌려말한다. 그리고 그에 대하여 자신의 지식, 경험 따위를 적절히 녹이면서 흐르는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책의 특징탓에, 엄격하게 보자면, 특정한 주제로 무엇을 말하려는 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자신의 책에 대해 말하는 바도 이러한 점을 잘 드러내준다. 굳이 말하자면, 건축과 지구의 여러가지 환경 위에서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대한 저자의 고민과 사유의 낱알이 책 전체에 흐르는 핵심메시지라고 할까나.

 이와 같이 언뜻보면 책에서 건져낼 수 있는 중심 주제는 "주위환경과 친하거나 주위환경을 적절히 살릴 수 없는 생활 양태, 건축, 문화는 좋지 않다."는 것 정도로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풍경'이라는 말로, 자연 속에 녹아들어 있는 사람과 서로간의 교감을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관계성을 깊이 사유해볼 것을 권하는 게 아닐까.

 사람은 그가 놓인 환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개는 환경을 단지 '집'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실상 환경은 '집'이 아니라 '공기'가 아닐까.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본다면, 밀착하거나 의존하는 정도를 넘어 인간은 환경 속의 구성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환경에 철저히 지배되지 않고서 적절히 개발하며 어느 정도 독립적인 생체활동을 이어나가는 특이한 종이긴 하나, 환경을 완벽히 거스를 수 없고 오히려 그러고 있다고 착각하며 그러길 애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역풍을 맞기도 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환경문제도, 주거형태에 대한 고민도, 삶의 철학도, 그리고 타자와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정도도 달라질 것이다.

 각자 책을 읽고서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무게를 느낀 생각은 이런 것이다.

 우리 삶의 총체적 활동을 개별적 주체나 객체가 아닌, '관계성'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생각을 짜는 것이 우리의 앞에 던져진 숙제가 아닐까 한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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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율 0% Sales 인간관계 Lesson 50
홀 베커 지음, 안양동 옮김, 김창수 감수 / 리텍콘텐츠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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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일즈는 한편으로 보자면 인간관계 속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면에서 세일즈에서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세일즈만의 기술과 더불어 인간관계에 관한 기술이 중요하다.

 책은 바로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기 위한 기술과 비법을 강의한다.

 

 내용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것이 많다.

 "항상 고객제일주의로 모든 것을 생각하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능력을 기르고, 건전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욕구를 가지되, 그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등에서부터 시작해서 "상품과 경쟁상대를 잘 알아라", "시간관리를 잘 하라", "경청하라", "일을 즐겨라", "처음부터 결정권자를 찾아 대화를 나누어라", "고객과 자주 접촉을 취하라", "특징이 아닌 이점을 설명하라", "제대로 질문하라" 등.

 

 이와 같이 고객과 세일즈맨이 취해야 할 전향적인 태도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중요한 포인트만 간단하게 짚어준다.

 영업활동에서의 테크닉, 스케쥴 관리 요령, 거절에 대처하는 법, 목표와 계획의 설정의 중요성과 팁, 클로징 방법, 계약 체결 후 후속조치, 역할 놀이 연습의 소개.

 그 외에 '보너스'로 프레젠테이션과 면접의 요령을 알려주고, 저자 개인적으로 암을 극복한 이야기를 통해 질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세일즈의 핵심을 인간관계에 맞추어 낸 듯한 도서 제목과 달리, 내용을 읽어보면 사실상 초보 세일즈맨을 위한 교육자료집이나 강연책자에 가까웠다.

 또한, 각 파트 뒤에 나오는 퀴즈를 통해 핵심내용을 가볍게 다시 한번 체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내용을 머리속에 좀 더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돕고 있는 면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내용의 핵심만 쉽고 간명하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괜찮았던 것 같다.

 책이 -내용의 비중상 좀 더 중점을 두는- 인간관계에 있어, 단순한 세일즈맨과 고객의 관계에서 접근하기보다 보다 인간적이고 근원적인 무엇에 더 신경쓰면서 관계 구축에 힘쓰라는 메시지가 -간명한 내용 속에서 단순한 테크닉 이상을 전하고 있기에- 인상적이었다는 점도 언급해둔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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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 입문 편 - 통계학이 최강의 학문이다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시리즈
니시우치 히로무 지음, 신현호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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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우리는 사는 동안 수많은 '통계'를 마주치게 된다.

 예를 들면, 대선 전후로 여론 조사와 출구 조사에서 "오차 범위는 ± χ..."운운하는 말을 들을 수 있고, 야구에서는 타자에 한해서만 봐도 타율, 출루율, 도루율 등 온갖 통계 데이터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 사회 조사, 신문 기사나 뉴스 등에서 많은 통계를 만날 수 있다.

 

 갈수록 통계학의 지식이 널리, 또 깊이 활용되고 있다. 통계학적 리터러시(읽고 쓰는 능력)는 이제 거의 모든 것의 기본 또는 기초가 되어가고 있다. 자연 과학 또는 인문·사회 과학의 여느 분야에서도 통계학을 빼놓고서는 학문성을 내세울 수 없을 정도다. 두말할 나위 없이, 기업의 비용 절감 및 매출 증대를 위한 대책의 수립에 있어서는 통계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또,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할 때 일어나기 쉬운 수많은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통계는 가장 큰 도움을 준다.

 최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빅데이터'의 활용은 바로 IT에 통계를 접목시킨 것이랄 수 있다.

 

 

 책은 빅데이터와 통계의 관련성을 널리 알리거나 통계를 활용한 빅데이터를 소개한다기보다, -도서명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에서 읽을 수 있는 그대로- 통계의 효용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통계학에 대한 교양수준의 개괄적인 소개(역사, 한계, 이론 등)에 주안점을 두

고 그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오차와 인과관계, A/B테스트(임의화 비교실험), ρ값, 임의화 비교실험, 신뢰구간, 회귀모델 등 통계학의 기초 지식이나 기법을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한 뒤, 다음과 같은 통계학의 주요 분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 ① 실태를 파악하는 사회조사법, ② 원인을 규명하는 역학·생물통계학, ③ 추상적인 것을 측정하는 심리통계학, ④ 기계적 분류를 위한 데이터마이닝, ⑤ 자연언어 처리를 위한 텍스트 마이닝 ⑥ 연역에 관심을 두는 계량경제학 "

 

 그리고 기타, 확률을 둘러싼 베이즈파와 빈도론파의 대립을 살펴보고, 에비던스(과학적 근거)와 그것을 찾는 방법을 소개한다.

 

 2008년경, 최제호씨의 《통계의 미학》을 읽었기에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좀 더 심화적인 내용을 읽을 수 있었지만, 역시나 교양서답게 개론서 수준의 체계는 없었다.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은 맛보기 수준이었던 듯 하다. 그러나, 개론서 수준에서는 보기 힘든 내용도 담겨 있어, 단순한 교양도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책을 읽고 통계학을 더 잘 알았다기보다는, 통계학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더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확실히, 위 최제호씨의 말씀대로, "통계는 세상을 읽는 유익한 학문이자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명쾌한 과학"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통계학의 기초지식 뿐만 아니라 그의 적절한 활용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에 덧붙여 세부 내용을 읽어나가며 생각하고 느낀 점 가운데 인상적인 것 하나만 -곁가지로 뻗어나가는 말이지만- 기술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현대 통계학의 아버지 로널드 A. 피셔의 세계 최초 임의화 비교실험은 바로 '우유를 먼저 넣었는지 밀크티를 먼저 넣었는지' 실험해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를 생각해볼 때, 장난이나 내기, 퀴즈, 일상에서 그냥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하며 넘어가는 일에서 좋은 이론적 도구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학문 연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힌트는 우리 곁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 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우리가 그걸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이나 머리가 부족할 뿐. 서양의 학문은 이런 경우가 참 많은 듯 하다. 존 내쉬의 게임이론이 창안, 수학이론이나 공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등의 이야기 등을 들어보면 그런 경우는 과장해서 말한다면 셀 수 없을 정도라 보인다. 그에 비해 그러한 서구의 학문을 수입하여 배우고 연구하는 국내 학문계에는, 그 전반에 엄숙주의와 격식을 갖추려 하는 분위기가 그 저변에 널리 퍼진 듯해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일회독을 마치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식, 경험, 정보, 관계망 따위의 데이터가 폭발하듯 증가하고 해일이 밀려오듯이 밀어닥치는 시대, 통계학은 어느새 우리 삶 속에 깊이 파고 들어와 가장 유용한, 때론 필수적인 도구가 되어있다. 그런만큼 통계학의 추후 학문적 발전 가능성(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포함하여)도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지만, 그에 대해 가볍게만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다. 넘어가기 전에 왜 그런 말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그 빅데이터의 활용을 지배하고 있는 숨은 주역, 통계학에 있다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적합한 타이밍에 흥미롭고 알차게 저술된, 통계학에 관한 이 책이 개인적으로 무척 유익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서평은 네이버 북리뷰 카페 '북소리'의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할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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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이 내다본 한국경제의 기회와 위험
정구현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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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적 요인을 최대한 활용하여 민주화와 산업화를 꽃피운 남한. 
 실력주의의 가치관 속에서 강한 성취 및 학습동기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 온 한국인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생활 수준이 전반적으로 매우 향상되었음에도 그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낮다. 즉,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르며 높은 압력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데다 부의 양극화가 점차 고착되고 있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정세와 경제여건은 날로 급변하고 있다. 중국과 신흥시장의 급성장, 에너지 시장의 변화, 국내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 고임금, 가치관의 변화, 초연결사회와 빅데이터시대의 도래, 북한의 체제 변화 등은 우리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거나 적응하지 못할 수록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 것이다.
 과거의 성공과 불확실하고 어두운 미래의 틈바구니 속에서, 저자는 "향후 15년을 지난 60년의 성취가 완성되는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향후 15년을 위해 저자가 주장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핵심은 '민간 기업이 경제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프라를 제공하되,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대폭 푼다. 고용보다 혁신과 기업의 혁신과 효율을 중시해야 하며, 기업간의 차별을 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혁신적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실패에 따른 재도전 장치, 재창업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고급인재 양성을 위하여 대학정원을 줄이고 대학 수를 축소함과 아울러 대학의 자율성을 늘리기 위해서 교육부의 간섭과 규제를 줄인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품 및 소재산업을 육성하며, 고용의 유연성을 확충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법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지식기반서비스에 대한 개발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을 확대한다. 
 세제는 성장 친화적으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서비스산업은 지식기반형 서비스업, 비즈니스서비스산업, 금융서비스산업, 의료서비스산업, 관광 및 레저산업, 사회서비스 산업, 문화컨텐츠산업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를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한다. 
 저출산 및 고령화의 극복을 위해 여성의 사회진출 및 공보육을 확대하고, 정년을 연장한다. 
 또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줄이고 비정규직과의 근로조건 격차를 줄인다. 정규직의 보호를 축소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사회복지혜택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정규직의 구조조정도 쉽지 않은 일이라 시간제와 임금피크제의 확대 등 근로유연성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와 함께 단시간 근로확대, 다양한 형태의 고용 추진 등으로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유연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이 때 모든 근로자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경제민주화 문제는 약자가 힘을 기를 수 있는 인프라의 확충 문제로 가는 것이 좋으며, 기업의 지배구조는 형평성과 효과성의 관점에서 평가하되, 점진적인 처방, 자율적 선택, 규제 완화로 가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지는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확대한다. 이 때,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이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은 노인들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정책(연금제도를 활용)이다. 더불어 복지재정지출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남북한의 통합시대를 대비하며 동아시아의 안보협력체 및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고, 북한의 체제변화를 주시하면서 대응 및 관리해나간다. 통일을 대비한 비용의 마련, 통일 대비 정부 조직 정비, 통일 전문 인적자원의 육성한다.
 작은 정부, 지방 분권, 정부 조직의 질적 효율성 제고도 필요하다.
 
 이상은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요약해 본 것이다.

 저자가 이 시기에 새삼스럽게 기존의 특정 세력(신자유주의 경제학파, 대기업 대변가 등)이 주장한 바를 다시 꺼내든 것은 무척이나 의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비록 그런 면이 있더라도, 저자는 그에 멈추지 않고 그를 근거로 나름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변화에 대한 도전이나 응전이 필요한 시기,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특정의 관점이라 할 지라도 숙고를 통해 나온 것이라면 귀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관점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면 되고, 다른 여러가지 관점을 보충하면 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진정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태도야말로 민주주의 사회 속 집단 지성의 성숙한 모습의 일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위기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문제해결이나 예방적 대처의 초기단계에서 우리끼리 소모적으로 다투며 문제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저자의 대안은 그리 탐탁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으며 동의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문제 의식과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에 대한 통렬한 지적, 그리고 지금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과연 타당한 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은 일면 어느 정도는 새겨들을만 했다.
 무엇보다 지금이 위기라는 것, 내·외적 조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 원인은 어떻게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나쁘지 않았다는 말로 마무리 하겠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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