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에 대해
비속어 어원설명, 이에 관련한 저자 나름의 촌평 또는 본인의 이야기(경험담 등)를 통한
비속어 활용사례, 대체어나 사용팁(없을 경우가 많다) 딱 이 세 가지 구성으로 67개의
비속어를 설명하고 있다.
책 목차를 보자. 구성은 간단하다. 앞뒤에 놓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비속어에
대해 다루는 내용을 4개의 파트로 분류해 놓았다. 깔끔하다.
내용 중 상당수는 일기처럼 흔한 패턴을 가진다. 즉, 비속어에 대해 저자가 보고 들은 것을
관련지어 나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런 뒤 전향적인 태도가 무엇일 지 이야기하거나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마무리 한다. 현상-대안 ▶ 이런 형식이다. - 그게 아니면
비속어를 사용해 저자 본인의 이런저런 평소 생각을 이야기한다.
물론 화두를 제시하거나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표현된 저자의 생각은 참고하거나
경청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내용으로 들어가서 보자면...
저자는 비속어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 자세를 취한다. 본인도 비속어 사용을 때때로 해봤고,
지금도 가끔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앞서, 냉소적 관점에서 성의없이 말하자면 공자왈
맹자왈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했지만- 비속어에 대해서 교장의 훈화같은 말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이런 류의 책이 흔히 보여주는, ① 사전적 나열 ② '바른말 고운말'쓰기 식의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책에서 저자는 자신을 많이 드러낸다. 그냥 비속어의 어원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것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을 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건 짤막하게
그치고, 본인의 경험담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아나운서 출신의 스포츠경기의 진행자
라기보다 전직 선수 출신의 해설자로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러기에 교육
현장의 일선에 선 저자의 생각과 느낌을 많이 접하게 된다.
저자는 고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생각없이 쓰는 비속어에 대해 가르치기 위해 비속어수업을
했다고 한다(p.247~248). 이 자료는 그대로 이 책의 출간에 쓰인 듯 하다. 이 때문인지 학교에
대한 내용이 책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아닌지. 또는 저자의 직업이 고교 현직 교사이다보니
그런 '썰'을 풀 수 있는 게 아닌지 .
일선 교육현장에서 저자가 보고 느낀 점이나 일상에서 겪은 일 등의 사례는 이 책을
말랑말랑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양념역할도 겸한다.
그리고 가끔씩 보여주는 저자의 소시민적 모습도 이 책의 묘미랄까.
예를 들면, 171페이지에서 저자는 대학생때 떠난 유럽여행에서 "카드의 한도를 믿고 명품
가방 두개를 지르"고야 말았다. 그리고 귀국 후 "어깨에 힘을 주고 상표가 보이도록 자랑
스럽게 열심히 메고 다녔다." 그러나 이를 '짝퉁'으로 본 친구들을 보며 사람에 따라 진품도
가품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때 씁쓸해하기까지 한 저자는 206~207 페이지
에서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같은 선상에 두고, 고가 상품의 소비심리를
되돌아보지 않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허영심에 찌들어 사는 이들이
꽤 많은 현 세태를 두고 "쓸개빠진 세상"이라고 비판하며 끝을 맺는다.
이를 보다 아래의 사가 떠올랐다. 이는 최근 읽은 허우원용씨의《모범답안에 반역을 권함》
이란 책에서 왕궈웨이씨의 <완계사>라는 제목의 사(詞)를 인용한 구절이다.
" 높은 봉우리에 올라 밝은 달을 엿보려다
우연히 천안이 뜨여 속세를 엿보니
가련한 내 자신도 속세의 인간이로구나. "

(사진설명) 표지 구성은 단촐하다. 까스활명수나 박카스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이런 그림을 넣을
것일까? 이런 표지와 달리 속지는 예쁘다고 본다.

(사진설명) 얼간이 아래에 어원 설명 두 줄이 사진상 나오지 않았다.
내용이 한 눈에 시원시원하게 들어온다. 이 책을 술술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 바로 이런
디자인이다.
글이 참 톡톡튀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일상에서 흔히 쓰거나 들을 수 있는 말이기에
친숙해서 재미있다. 이 글을 책으로 낸 그 기획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내용이 속시원하다.
3가지 컬러(밝은 초록색, 밝은 검정색, 회색)로 속지를 디자인했는데, 참 이쁘다.
저자는 현직 국어교사답게 (상투적이고 어렵게 쓸 수 있는 내용도) 쉽고, 호흡이 고르도록
간결하게 쓴 편이라 상당히 잘 읽힌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무심결에 쓰는 비속어의 의미와 쓰임새를 알고, 평소 언어습관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책 내용 중 저자가 수업중 자신도 모르게 '거지같다'고 한 말에 상처받은 한 학생의 이야기
는 나도 가슴이 아팠다.
"선생님 수업 잘 듣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쓰시는 '거지같다'는 표현은 안 하셨으면
해요.
저희 집이 정말 가난한데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뜨끔하고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내가 쓰는 언어 중 과격한 감정이 담기거나 불쾌감과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는 말로 그 말의
수용자에게 -본의아니게- 상처를 주는 말은 없나, 또는 내 품위와 인격을 심히 떨어뜨리는
일은 없는 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더불어 저자가 술회하는 이야기나 여러가지 생각을 통해서, 비속어와 관련하여 지금 이
세상에서 비속어보다 더 비속한 행태를 문제의식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다.
하나만 짚고 넘어가겠다.
디자인에 관한 것 한 가지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표지를 제외하고 다른 것은 다 괜찮고, 예쁘기까지하다.
근데 아래는 '별로'인 것을 넘어 좀 불편했다.

위 빨간 동그라미 표시가 된 부분은 실제 책을 읽다보면 글씨가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밝은 초록색 빗금이 검은색 글자를 읽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

그에 비해 위 하얀색 동그라미 부분은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온다.
하얀색 바탕의 보색 대비는 물론, 옅은 회색의 빗금이 도드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에필로그인데, 조금 진한 회색 바탕에 검은 글씨라 위 초록색 빗금 위에 올려진
검은색 글자 보다 더 읽기가 어려웠다.
이상을 제외하면 이 책은 꽤나 매력적인 책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난무하는, 대충 알면서도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는
수많은 비속어도 다룬 후속편도 기대해봄직하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