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하는 인간 - Homo Philosophicus
김광수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6월
평점 :
저자의 내공은 심오하다.
9장에 이르는 주제, 화두, 또는 담론 속에서 이어지는 사고의 흐름에서 그가 보여주는 생각의 정합성이 교묘하고, 관련 지식 등이 상당하다.
우선 1장에서는 인간이란 존재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에 대한 열변을 토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인생의 방향에 대한 고찰을, 3장에서는 내면의 성장과 자아실현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4장에서는 진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드러낸다. 5장에서는 이성과 감성을 대비하면서도 양자의 대립없는 조화를 낭만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6장에서는 인생에 있어 만나게 될 다양한 내외적 공격에 대한 대처법을 고뇌하고, 7장에서는 인생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고통'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그리고 8장에서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사회발전이 어우러지는 '가능한 최선의 사회'를 생각해본다. 9장은 사실상 이 책의 에필로그이자, 결론이나 다름없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말한다면 '존재각성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개인의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유한한 삶이 가져다주는 허무를 극복하고, 현실속에서 만나볼 수있는 최선의 사회를 만들어나가자' 이쯤된다.
즉 이 책의 키워드는 '존재각성'이고, 이 책의 모든 설명과 논의가 '존재각성'을 필요성을 역설하는 부연설명 내지 논리전개과정이라 할 수 있을만하다. - 존재각성은 사실, 개인과 사회의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에 있어 출발점에 지나지 않지만.
1) 책을 읽어갈 때 그 장의 제목을 염두에 두며 읽어가는 게 좋다.
개개의 장의 논의는 비록 하나의 키워드를 향해 달려가지만, 이는 두 점사이를 잇는 직선의 형태가 아니다. 계단 형식으로 차근차근히 위로 올라가는 설명형태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하나의 계단에 비유가능한 각 장의 주제 또는 질문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꼭 그럴 필요 없이 그냥 9장 또는 8장과 9장만 읽어도 이 책의 핵심은 다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끓인 소뼈국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만한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다. 푹고아 우러난 곰국과도 같은 이 책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끓여내듯 읽고 음미해야 한다. 차근차근히 읽어가면서 중간중간 저자의 생각에 딴지를 걸고 다투어보기도 하고, 맞장구를 쳐주기도 하며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가 결론에 이르러서는 내 생각을 점검하고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럼에 있어 각 장의 주제나 의제에 대해 저자가 사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도출한 결론을 이야기할 때, 저자가 움직여가는 생각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키워드와 함께 각 장의 제목을 염두에 두며 읽어가는 게 좋다. 만약 그와 같은 접근법을 취하지 않으면 저자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거나, 읽어도 남는 게 없을 수 있다.
덧붙여, 이에 비해 소주제는 잠시 참고만 하며 넘어가면 된다. 산 정상에 다다르기 위해 잠시 거쳐갈 때 보는 이정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2) 저자가 인용하는 사례나 글귀도 조심해야 한다.
저자가 가공하는 과정에서 본래의 그것과 조금 다르게 변형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얼마든지 -다른 것을 넘어서-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기계부품을 이루는 하나의 볼트와 너트같은 사소한 내용이라도 -전체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되- 자구 하나하나 따지고 짚어봐야 한다. 사실, 책을 읽어가면 알 수 있듯이 그럴 부분이 적지 않다. - 다분히 그 진위나 해석 등에 관하여 의견대립이 있음직한 명제나 가설, 지식, 사실인식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저자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쓰는 상식, 인용문이 그러하다(p.16, 21 外).
3) 단정적 표현의 경우, '~라고 나는 생각한다(I think that ~)' 라는 말을 덧붙여 읽어야 하지 않는지 확인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 책은 사실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저자 나름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했을 경우 후자라면 저자 자신의 견해로 보아야지 전자의 명제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경제성을 위해 생략된 표현을 종종 떠올리며 읽어나가지 않으면, 저자가 보여주는 나름의 사유 세계와 그 안의 구성물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오류나, 교조적으로 맹신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면에서 괜찮았던 것 같다.
첫째, 여지껏 매우 소중하여 꺼내어 이야기하지 않았던 주제와 의제를 꺼내어 저자와 함께 대화하며 사유하고 살펴봄으로써, 생각의 근거를 다시 튼튼하게 다질 수 있었다.
둘째, 생각의 밑받침이 될 이런저런 상식도 쏠쏠하게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총평으로 부족한 서평을 마무리하겠다.
"인생의 중심 주제에 대해서 일관되고 정제된 사유, 그리고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존재각성을 역설하여, 개인과 사회의 혁명적 변화와 개선의 모태가 될 수 있기에 그 가치가 상당하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