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레타리아 독재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8
카를 카우츠키 지음, 강신준 옮김 / 한길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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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하여
[프롤레타리아 독재/테러리즘과 공산주의:혁명의 자연사에 관한 고찰](1918), 칼 카우츠키 지음, 강신준 옮김, <한길사>, 2006.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사회 사이에는 하나의 사회가 다른 사회로 전환하는 '혁명적 이행시기'가 있다. 이 시기는 정치적 이행기에 해당하며 그 국가형태는 다름 아닌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 독재'일 수밖에 없다."
- 칼 마르크스, [고타강령 비판], 1875.

독일 사회민주당은 1875년 고타에서 페르디난트 라살레의 '독일노동자총연맹'과 빌헬름 리프크네히트와 아우구스트 베벨의 '사회민주노동당'이 합당하면서 탄생한다.
비스마르크식 강력한 보수주의 국가와의 결탁을 통해 사회주의를 달성하려는 '라살레주의'와 '계급지배의 도구'인 국가권력과 대결하는 '마르크스-엥겔스주의'가 결합하는 순간,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포기한 [고타강령]을 맹렬하게 비판한다.
[고타강령 비판](1875)은 '공산주의'로 가는 '정치적 이행기'로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전면 제기한다. 그러나, 마르크스 조차도 당시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현실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었기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1871년 '파리 코뮌'이 바로 그 현실태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다름 아닌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선 프롤레타리아의 지배'라고 이해할 수 있다."
- 칼 카우츠키, [프롤레타리아 독재], 1918.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에 대하여 정면으로 비판한 카우츠키의 1918년 저작이다. 제헌의회 소집과 보통선거권을 거부하고 착취자와 피착취자의 계급관계를 토대로 한 '계급민주주의'에 기반하여 중앙집중 권력을 구축한 레닌의 '소비에트 민주주의'에 '일당독재'의 맹아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카우츠키의 방식으로 증명하고 있다. 
러시아 볼셰비즘 비판의 본질적 근거는 보통선거권과 '의회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였다. 카우츠키에게 '프롤레타리아 독재'란,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다름아닌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선 프롤레타리아의 지배라고 이해할 수 있다"는 한 문장의 규정으로 요약된다. 

카우츠키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란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는 때때로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 사고를 억누르기도 하지만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획득하고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 성숙해 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수단이다… 그런 조건에서 프롤레타리아가 국가권력을 잡게 될 경우 프롤레타리아는 즉각 경제발전의 방향을 사회주의로 향하게 하고, 즉시 사회의 전반적 복지를 증대시킬 수 있는 충분한 물적·정신적 권력수단을 갖게 될 것이다."
- 칼 카우츠키, 같은책.

레닌은 카우츠키의 이 저작에 대하여 그 유명한 '배신자' 낙인을 유래시킨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배신자 카우츠키]라는 글을 통해 '의회주의'의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아닌 '계급민주주의'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핵심임을 주장하였고, 카우츠키는 [테러리즘과 공산주의:혁명의 자연사에 관한 고찰]이라는 위 반박문건을 통해 1789년 프랑스혁명의 자코뱅주의(이른바 '1차 파리코뮌')와 1871년 파리코뮌(이른바 '2차 파리코뮌')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러시아 볼셰비즘을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가 아닌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카우츠키는 이 문건에서 "전세계에서 프롤레타리아는 운동에 돌입해 있으며 그들의 국제적인 압력은 매우 커져서 이제 어떤 경제적인 발전도 자본주의적인 성격은 물론 사회주의적인 성격을 함께 띠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면서 사회주의 이행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의회주의와 민주주의는 국민의 유형과 그 계층에 따라서 다양한 내용과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의회 내에서 부르주아 정당들이 우세할 경우 '의회주의'는 부르주아적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의회 내에 사회주의 다수파가 자리를 잡게 되면 이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규정하며 사회주의 혁명에서 '국민의회'의 역할을 다시금 강조한다. 
이러한 카우츠키식 '사회민주주의'는 이후 [에르푸르트 강령]으로 다시금 구체화된다.
'민주주의'와 '독재'를 철저히 구분하는 카우츠키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 문장들로 요약된다. 

"보통 및 평등선거권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는 부르주아적 지배의 특징이 아니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혁명 시기에 평등선거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차별선거를 도입했으며… 오랜 기간의 힘든 투쟁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프롤레타리아들이 보통 및 평등선거권을 쟁취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인데… 보통 및 평등선거권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는 주먹에 의한 계급투쟁을 머리에 의한 계급투쟁으로 바꾸는 방법이며 자신의 적들에 비해서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더욱 성장해 있는 계급만이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 칼 카우츠키, 같은책.


이에 대해 1920년 레온 트로츠키는 같은 제목인 [테러리즘과 공산주의]라는 글로 다시 카우츠키의 '진화론적이고 자연법적'인 사회주의 이행강령을 비판하게 된다.
 
"코뮌은 형식적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부정이었다."
- 레온 트로츠키, [테러리즘과 공산주의], 1920.

위 저작은 카우츠키의 논문인 [테러리즘과 공산주의:혁명의 자연사에 관한 고찰]을 같은 제목을 걸고 반박한 레온 트로츠키의 글이다. 
스탈린의 '일국 사회주의'에 대한 평생의 비판자이며 '불구대천의 원수', 한편으로는 영구혁명론자이자 이후 소비에트연방에서도 끝내 복권되지 못한 트로츠키답지 않게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후 '일당독재'와 '노동의 군사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외부적으로 유럽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혁명을 기다리면서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부르주아 계급은 물론 러시아 사회혁명당 및 멘셰비키 등 사회주의 혁명의 적들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인 '의회주의'와 보통선거권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철저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독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이 글의 요지다.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는 수긍이 갈 수 밖에 없다. 사회주의 적들과의 내전으로 인해 파괴된 러시아 산업을 지키고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볼셰비키의 배타적 권력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이 묻어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의  스탈린주의와 교차점을 이루는 주장이기도 하다. 
트로츠키에게 '프롤레타리아 독재'로서 "코뮌은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살아있는 부정이었다". 
그럼에도 슬라보예 지젝에 의하면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궁극적 차이점은 이것이다.

"스탈린에게 '레닌은 영원히 산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외설적 영혼, 권력의 도구가 되어 인공적으로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영혼으로 말이다. 트로츠키에게, 죽은 레닌은 조 힐(누명을 쓰고 죽은 미국의 노동운동가)처럼 살아 있다. 같은 이데아를 위해 투쟁하는 민중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도 살아 있다."
- 트로츠키의 [테러리즘과 공산주의]에 대한 슬라보예 지젝의 <서문>, 2007.


결국, 1917년 소비에트 러시아혁명 이후 정세를 뺀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무의미하지만, 두 인물의 '철학적 논쟁'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독재'라는 정치적 개념을 추출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에 있어서는, '모든 민주주의는 계급독재'이다."
- 에티엔 발리바르, [민주주의와 독재 -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하여], 1976.

스탈린식 '일국 사회주의'에 대항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재정립하려는 프랑스 공산당 이론가 루이 알튀세르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에티엔 발리바르는 레닌의 [국가와 혁명](1917)의 정식화를 소환하면서 '계급사회'에서 "모든 민주주의는 계급독재"라 규정한다. 부르주아 사회의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계급의 '독재'를 은폐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노동계급에 의한 광범위한 '대중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으로의 '혁명'과 그 '정치적 이행체제'로서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론'은 정치권력의 정점으로 '국가론'이 중요하던 시대의 심각한 논쟁이었을 것이다.
이제, '정치권력' 못지 않게 '시민사회'에서의 '헤게모니 투쟁'이 중요한 시대에서는 오래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다시 되물어 보자.

지금 우리 시대 '의회 민주주의' 같은 '형식적 민주주의'는 '자본 독재'의 다른 이름은 아닌지.

***

1. [프롤레타리아 독재/테러리즘과 공산주의:혁명의 자연사에 관한 고찰], 칼 카우츠키 지음, 강신준 옮김, <한길사>, 2006.
2. [트로츠키:테러리즘과 공산주의], 슬라보예 지젝 서문 / 레온 트로츠키 지음, 노승영 옮김, <프레시안북>, 2009.
3. [민주주의와 독재], 에티엔 발리바르, 최인락 옮김, <연구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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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와 제국주의
니콜라이 부하린 지음, 최미선 옮김 / 책갈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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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1916), 레닌, 박상철 옮김, <돌베개>, 1992.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일반의 기본적인 특성들이 발전함과 동시에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나타났다… 자본주의는 그 발전의 매우 높은 특정단계에서만, 자본주의의 몇몇 기본적인 특성들이 그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전화되기 시작했을 때에만, 모든 면에서 자본주의로부터 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조직으로 이행되는 시기의 특징들이 형성되어 나타날 때에만,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되었다.”
- 레닌,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 <7장.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특수한 단계로서> 중

'제국주의'라는 말이 있다. 
고대 로마로부터 시작한 정치체제로서의 ‘제국’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초반에 칼 카우츠키라는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이론가이자 정치가는 이 제국주의가 자본가 정권의 '정책적 선택'이므로 다시금 '자유경쟁'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은 이미 '자유'와는 다른 방향의 '독점'으로 귀결되고 있었고, 이러한 '독점'은 한 국가경제 단위에서는 무한이익창출의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국가를 수탈하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무참한 전쟁과 식민지 분할통치가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식민지 조선'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그렇게 강탈당했다.

레닌은 '자본주의 최고단계'로서 독점자본의 '제국주의'는 필연적이라는 ‘제국주의론’으로 카우츠키의 논거를 격파한다.

요약하면, 자본주의 최초단계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대다수 노동자의 착취를 통해 생산이 집중(맑스의 [자본론]에서는 생산수단이 소수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이 현상을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라고 한다)되면서 필연적으로 독점을 낳는다. 그리고 금융자본이 산업자본과 분리되면서 자본의 이동은 더 활발해지고 결국 국가, 민족 등의 경제단위를 허물면서 약소국과의 불균등성을 본질로 이익창출을 위한 자본의 자기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약소국 또는 식민지 민중을 이중으로 수탈하는 자본주의 최고단계인 ‘제국주의’가 된다는 이론이다.


"금융자본주의의 정책인 '제국주의'도 특수한 역사적 범주다...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해적에게도, 대상무역에도, 제국주의에도 들어 맞는다. 다시 말해,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아무것도 정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제국주의를 확실한 '역사적 실체'로 특징짓는다."
"계급구조를 부정하는 이론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틀렸다... 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다시 말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이론은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특수 요소들을 찾아내서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방법이었다."
- 부하린, [세계경제와 제국주의](1915), <9장. 역사적 범주로서의 제국주의> 중.


소비에트 혁명 러시아의 '경제학자'로서 니콜라이 부하린은 이미, 레닌이 1916년에 [제국주의론]을 발표하기 전인 1915년에 [세계경제와 제국주의]라는 저서를 통해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에 의한 전세계적 '침략정책'의 특수형태인 '제국주의'를 세계경제 분석과 다양한 통계분석을 기반하여 정리했고, 레닌은 이 연구를 토대로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특수단계'이자 '최고단계'라고 규정하고 이론화하였다.

부하린은 '제국주의론'이 이론화된 후인 1917년에 "이 책(세계경제와 제국주의)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의 무기에서 가능한 한 빨리 역사적 문서가 돼 고문서 자료실 구석에 자리잡고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되기를 저자로서 간절히 바란다"고 썼는데, 그의 희망은 절반만, 그것도 최악으로 실현되었다.
즉, '제국주의'는 더욱 강력해졌고, 그의 책은 더욱 강화된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역사적 문서'가 된 채 '먼지만 뒤집어 쓰게' 되었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는 '민족국가'의 경계를 허물었고, 그 주체로서의 '초국적 자본'은 당시 '제국주의'를 넘어서 지금 전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만들었다.
세계는 하나의 '자본의 제국'이 되었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제국]이라는 책에서 이 '자본의 제국'에 균열을 내는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저항하는 '다수 대중'이라고 말하는데, 1차 세계대전 전후의 '제국주의' 시대에는 노동계급의 전면적 반전평화운동과 정치권력의 대대적 전복인 '혁명'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러한 '혁명'의 무기로서 '제국주의론'은 레닌에 의하면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는 없었고, 최소 다섯 문장 이상의 '정식화'가 이루어졌는데, 제국주의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의 레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① 독점을 낳을 만큼의 생산 및 자본의 집중
② 금융자본(은행자본+산업자본)에 의한 금융과두제
③ 자본수출의 중요성
④ 독점자본가들의 국제적 동맹
⑤ 독점자본 및 그 대변인인 국가에 의한 세계분할과 재분할

'자본'만이 최대의 승자가 된 세계체제 분석의 방법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

1.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1916), 레닌, 박상철 옮김, <돌베개>, 1992.
2. [세계경제와 제국주의], 부하린, 최미선 옮김, <책갈피>,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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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무선) 레닌 전집 63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지음, 이정인 옮김 / 아고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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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1916), 레닌, 박상철 옮김, <돌베개>, 1992.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일반의 기본적인 특성들이 발전함과 동시에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나타났다… 자본주의는 그 발전의 매우 높은 특정단계에서만, 자본주의의 몇몇 기본적인 특성들이 그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전화되기 시작했을 때에만, 모든 면에서 자본주의로부터 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조직으로 이행되는 시기의 특징들이 형성되어 나타날 때에만,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되었다.”
- 레닌,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 <7장.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특수한 단계로서> 중

'제국주의'라는 말이 있다. 
고대 로마로부터 시작한 정치체제로서의 ‘제국’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초반에 칼 카우츠키라는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이론가이자 정치가는 이 제국주의가 자본가 정권의 '정책적 선택'이므로 다시금 '자유경쟁'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은 이미 '자유'와는 다른 방향의 '독점'으로 귀결되고 있었고, 이러한 '독점'은 한 국가경제 단위에서는 무한이익창출의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국가를 수탈하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무참한 전쟁과 식민지 분할통치가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식민지 조선'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그렇게 강탈당했다.

레닌은 '자본주의 최고단계'로서 독점자본의 '제국주의'는 필연적이라는 ‘제국주의론’으로 카우츠키의 논거를 격파한다.

요약하면, 자본주의 최초단계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대다수 노동자의 착취를 통해 생산이 집중(맑스의 [자본론]에서는 생산수단이 소수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이 현상을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라고 한다)되면서 필연적으로 독점을 낳는다. 그리고 금융자본이 산업자본과 분리되면서 자본의 이동은 더 활발해지고 결국 국가, 민족 등의 경제단위를 허물면서 약소국과의 불균등성을 본질로 이익창출을 위한 자본의 자기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약소국 또는 식민지 민중을 이중으로 수탈하는 자본주의 최고단계인 ‘제국주의’가 된다는 이론이다.


"금융자본주의의 정책인 '제국주의'도 특수한 역사적 범주다...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해적에게도, 대상무역에도, 제국주의에도 들어 맞는다. 다시 말해,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아무것도 정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제국주의를 확실한 '역사적 실체'로 특징짓는다."
"계급구조를 부정하는 이론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틀렸다... 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다시 말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이론은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특수 요소들을 찾아내서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방법이었다."
- 부하린, [세계경제와 제국주의](1915), <9장. 역사적 범주로서의 제국주의> 중.


소비에트 혁명 러시아의 '경제학자'로서 니콜라이 부하린은 이미, 레닌이 1916년에 [제국주의론]을 발표하기 전인 1915년에 [세계경제와 제국주의]라는 저서를 통해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에 의한 전세계적 '침략정책'의 특수형태인 '제국주의'를 세계경제 분석과 다양한 통계분석을 기반하여 정리했고, 레닌은 이 연구를 토대로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특수단계'이자 '최고단계'라고 규정하고 이론화하였다.

부하린은 '제국주의론'이 이론화된 후인 1917년에 "이 책(세계경제와 제국주의)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의 무기에서 가능한 한 빨리 역사적 문서가 돼 고문서 자료실 구석에 자리잡고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되기를 저자로서 간절히 바란다"고 썼는데, 그의 희망은 절반만, 그것도 최악으로 실현되었다.
즉, '제국주의'는 더욱 강력해졌고, 그의 책은 더욱 강화된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역사적 문서'가 된 채 '먼지만 뒤집어 쓰게' 되었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는 '민족국가'의 경계를 허물었고, 그 주체로서의 '초국적 자본'은 당시 '제국주의'를 넘어서 지금 전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만들었다.
세계는 하나의 '자본의 제국'이 되었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제국]이라는 책에서 이 '자본의 제국'에 균열을 내는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저항하는 '다수 대중'이라고 말하는데, 1차 세계대전 전후의 '제국주의' 시대에는 노동계급의 전면적 반전평화운동과 정치권력의 대대적 전복인 '혁명'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러한 '혁명'의 무기로서 '제국주의론'은 레닌에 의하면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는 없었고, 최소 다섯 문장 이상의 '정식화'가 이루어졌는데, 제국주의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의 레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① 독점을 낳을 만큼의 생산 및 자본의 집중
② 금융자본(은행자본+산업자본)에 의한 금융과두제
③ 자본수출의 중요성
④ 독점자본가들의 국제적 동맹
⑤ 독점자본 및 그 대변인인 국가에 의한 세계분할과 재분할

'자본'만이 최대의 승자가 된 세계체제 분석의 방법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

1.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1916), 레닌, 박상철 옮김, <돌베개>, 1992.
2. [세계경제와 제국주의], 부하린, 최미선 옮김, <책갈피>,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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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청년지성 총서 3
김수행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자본론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위한 [자본론]


"어쩌면 [자본론]은 경제에 관한... 지루한 책이라고 속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르크스는 경제를 사회의 '토대'라고 보면서 경제 영역의 문제가 어떻게 정치, 법률, 문화영역 등 다른 모든 영역을 물들이고 있는가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인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외치는데, 이 계급투쟁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경제 영역에서 서로 자기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싸울 뿐 아니라, 이 경제 영역의 계급투쟁이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 전파되면서 기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변혁하려는사람들은 누구나 [자본론]을 먼저 읽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를 바꾸어야 할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자본론]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자본론]에 대하여>

[자본론 공부]는 우리나라 최초로 칼 마르크스 [자본론]을 번역하여 1989년의 그 엄혹한 시절에 "잡아갈테면 잡아가라"는 심정으로 출간했던 김수행 교수가 세월호 정국에서 새롭게 쓴 [자본론] 해설서이다.
김수행은 <서문>에서 "이 책은 방대한 [자본론] 1~3권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한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비판했고 어떻게 찬양했는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미래 사회의 태아를 자본주의가 잉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자본의 생산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1권에 대한 해설, '자본의 유통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2권에 대한 해설,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3권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으며, 특히 [자본론]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평균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본론] 1권 '자본의 생산과정'에서 자본의 축적 과정이 실업자를 점점 더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마르크스는 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에서는 자본의 축적 과정이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자가 자본주의의 발달이 노동자계급에게 주는 영향을 집약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본가계급에게 미치는 영향을 요약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업자의 증가 경향과 이윤율의 저하 경향은 모두 자본가들이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를 도모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라는 용어는 '법칙'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경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상반되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히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기계화가 진행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면방적 기계가 물레를 돌리는 노동자들을 축출하여 실업자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면방적업을 크게 확장시킬 뿐 아니라 면방직업과 의류업을 활성화시켜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경향도 낳는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실업자를 만들어 내는 경향을 가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취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가지는데, 마르크스는 이 두 경향 그 자체를 각각의 법칙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계화는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실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며, 기계화는 투하자본의 규모를 증가시켜 실업자를 감소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계화가 실업자를 증가시킬 것인가, 아니면 감소시킬 것인가는 이론 차원에서는 판명할 수가 없고, 현실에서 판명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윤율의 저하 경향'도 '이윤율의 상승 경향'과 나란히 각각의 법칙으로 제출된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윤율이 저하한다고 예측한 법칙은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8장. 평균이윤율의 형성과 이윤율의 저하,상승 경향>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영국 주재원으로 가서 마르크스 '공황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김수행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자본론]을 처음 완역하면서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아닌 그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우리 사회에 '정치경제학' 영역을 끊임없이 주지시켜 온 거의 유일한 학자였다.  '수요-공급'이나 '국가재정' 등의 '미시-거시 경제학'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인간들간의 관계로서의 '생산관계' 연구를 통해 사회구성체를 이루는 '물적 토대'로서 '경제'와 이를 결정하는 인간들의 '정치'를 유기적으로 종합하는 영역이 바로 '정치경제학'인데, 마르크스의 선학들인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이 '정치경제학'이었다.

[자본론 공부]는 김수행 교수가 작고하시기 전 마지막 '유작'의 성격을 지니는 책으로, 기존의 기고글([정치경제학 에세이]), 인터뷰([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한국사회 분석([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형식이 아닌 오로지 [자본론] '해설' 및 그 현대적 '해석'에 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의 객관적 '법칙'과 '경향'을 담고 있는 [자본론]은 현 체제의 변화와변혁을 위해 아직도 유효하므로 '교조적' 수용이 아닌 지속적인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김수행 교수가 '예측'한 '자본주의 이후'의 '미래사회'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기초"가 되는 사회(이른바, '자.개.연'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며, 이것의 '정치경제학'적 근거는 다름아니 [자본론]이다.

마르크스 못지 않게 우리에게 귀중한 유산을 남겨주신 김수행 교수께 깊은 경의와 명복을 바친다.

***
1. [자본론 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2.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김수행, <한울>, 2012,
3.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시대의창>, 2009.
4. [정치경제학 에세이], 김수행, <새날>,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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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공부 - 김수행 교수가 들려주는 자본 이야기
김수행 지음 / 돌베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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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위한 [자본론]


"어쩌면 [자본론]은 경제에 관한... 지루한 책이라고 속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르크스는 경제를 사회의 '토대'라고 보면서 경제 영역의 문제가 어떻게 정치, 법률, 문화영역 등 다른 모든 영역을 물들이고 있는가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인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외치는데, 이 계급투쟁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경제 영역에서 서로 자기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싸울 뿐 아니라, 이 경제 영역의 계급투쟁이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 전파되면서 기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변혁하려는사람들은 누구나 [자본론]을 먼저 읽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를 바꾸어야 할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자본론]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자본론]에 대하여>

[자본론 공부]는 우리나라 최초로 칼 마르크스 [자본론]을 번역하여 1989년의 그 엄혹한 시절에 "잡아갈테면 잡아가라"는 심정으로 출간했던 김수행 교수가 세월호 정국에서 새롭게 쓴 [자본론] 해설서이다.
김수행은 <서문>에서 "이 책은 방대한 [자본론] 1~3권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한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비판했고 어떻게 찬양했는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미래 사회의 태아를 자본주의가 잉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자본의 생산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1권에 대한 해설, '자본의 유통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2권에 대한 해설,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3권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으며, 특히 [자본론]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평균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본론] 1권 '자본의 생산과정'에서 자본의 축적 과정이 실업자를 점점 더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마르크스는 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에서는 자본의 축적 과정이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자가 자본주의의 발달이 노동자계급에게 주는 영향을 집약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본가계급에게 미치는 영향을 요약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업자의 증가 경향과 이윤율의 저하 경향은 모두 자본가들이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를 도모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라는 용어는 '법칙'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경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상반되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히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기계화가 진행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면방적 기계가 물레를 돌리는 노동자들을 축출하여 실업자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면방적업을 크게 확장시킬 뿐 아니라 면방직업과 의류업을 활성화시켜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경향도 낳는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실업자를 만들어 내는 경향을 가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취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가지는데, 마르크스는 이 두 경향 그 자체를 각각의 법칙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계화는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실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며, 기계화는 투하자본의 규모를 증가시켜 실업자를 감소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계화가 실업자를 증가시킬 것인가, 아니면 감소시킬 것인가는 이론 차원에서는 판명할 수가 없고, 현실에서 판명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윤율의 저하 경향'도 '이윤율의 상승 경향'과 나란히 각각의 법칙으로 제출된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윤율이 저하한다고 예측한 법칙은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8장. 평균이윤율의 형성과 이윤율의 저하,상승 경향>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영국 주재원으로 가서 마르크스 '공황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김수행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자본론]을 처음 완역하면서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아닌 그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우리 사회에 '정치경제학' 영역을 끊임없이 주지시켜 온 거의 유일한 학자였다.  '수요-공급'이나 '국가재정' 등의 '미시-거시 경제학'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인간들간의 관계로서의 '생산관계' 연구를 통해 사회구성체를 이루는 '물적 토대'로서 '경제'와 이를 결정하는 인간들의 '정치'를 유기적으로 종합하는 영역이 바로 '정치경제학'인데, 마르크스의 선학들인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이 '정치경제학'이었다.

[자본론 공부]는 김수행 교수가 작고하시기 전 마지막 '유작'의 성격을 지니는 책으로, 기존의 기고글([정치경제학 에세이]), 인터뷰([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한국사회 분석([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형식이 아닌 오로지 [자본론] '해설' 및 그 현대적 '해석'에 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의 객관적 '법칙'과 '경향'을 담고 있는 [자본론]은 현 체제의 변화와변혁을 위해 아직도 유효하므로 '교조적' 수용이 아닌 지속적인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김수행 교수가 '예측'한 '자본주의 이후'의 '미래사회'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기초"가 되는 사회(이른바, '자.개.연'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며, 이것의 '정치경제학'적 근거는 다름아니 [자본론]이다.

마르크스 못지 않게 우리에게 귀중한 유산을 남겨주신 김수행 교수께 깊은 경의와 명복을 바친다.

***
1. [자본론 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2.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김수행, <한울>, 2012,
3.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시대의창>, 2009.
4. [정치경제학 에세이], 김수행, <새날>,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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