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무선) 레닌 전집 63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지음, 이정인 옮김 / 아고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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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1916), 레닌, 박상철 옮김, <돌베개>, 1992.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일반의 기본적인 특성들이 발전함과 동시에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나타났다… 자본주의는 그 발전의 매우 높은 특정단계에서만, 자본주의의 몇몇 기본적인 특성들이 그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전화되기 시작했을 때에만, 모든 면에서 자본주의로부터 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조직으로 이행되는 시기의 특징들이 형성되어 나타날 때에만,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되었다.”
- 레닌,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 <7장.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특수한 단계로서> 중

'제국주의'라는 말이 있다. 
고대 로마로부터 시작한 정치체제로서의 ‘제국’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초반에 칼 카우츠키라는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이론가이자 정치가는 이 제국주의가 자본가 정권의 '정책적 선택'이므로 다시금 '자유경쟁'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은 이미 '자유'와는 다른 방향의 '독점'으로 귀결되고 있었고, 이러한 '독점'은 한 국가경제 단위에서는 무한이익창출의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국가를 수탈하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무참한 전쟁과 식민지 분할통치가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식민지 조선'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그렇게 강탈당했다.

레닌은 '자본주의 최고단계'로서 독점자본의 '제국주의'는 필연적이라는 ‘제국주의론’으로 카우츠키의 논거를 격파한다.

요약하면, 자본주의 최초단계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대다수 노동자의 착취를 통해 생산이 집중(맑스의 [자본론]에서는 생산수단이 소수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이 현상을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라고 한다)되면서 필연적으로 독점을 낳는다. 그리고 금융자본이 산업자본과 분리되면서 자본의 이동은 더 활발해지고 결국 국가, 민족 등의 경제단위를 허물면서 약소국과의 불균등성을 본질로 이익창출을 위한 자본의 자기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약소국 또는 식민지 민중을 이중으로 수탈하는 자본주의 최고단계인 ‘제국주의’가 된다는 이론이다.


"금융자본주의의 정책인 '제국주의'도 특수한 역사적 범주다...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해적에게도, 대상무역에도, 제국주의에도 들어 맞는다. 다시 말해,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아무것도 정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침략정책'이라는 공식은 제국주의를 확실한 '역사적 실체'로 특징짓는다."
"계급구조를 부정하는 이론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틀렸다... 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다시 말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이론은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특수 요소들을 찾아내서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방법이었다."
- 부하린, [세계경제와 제국주의](1915), <9장. 역사적 범주로서의 제국주의> 중.


소비에트 혁명 러시아의 '경제학자'로서 니콜라이 부하린은 이미, 레닌이 1916년에 [제국주의론]을 발표하기 전인 1915년에 [세계경제와 제국주의]라는 저서를 통해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에 의한 전세계적 '침략정책'의 특수형태인 '제국주의'를 세계경제 분석과 다양한 통계분석을 기반하여 정리했고, 레닌은 이 연구를 토대로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특수단계'이자 '최고단계'라고 규정하고 이론화하였다.

부하린은 '제국주의론'이 이론화된 후인 1917년에 "이 책(세계경제와 제국주의)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의 무기에서 가능한 한 빨리 역사적 문서가 돼 고문서 자료실 구석에 자리잡고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되기를 저자로서 간절히 바란다"고 썼는데, 그의 희망은 절반만, 그것도 최악으로 실현되었다.
즉, '제국주의'는 더욱 강력해졌고, 그의 책은 더욱 강화된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역사적 문서'가 된 채 '먼지만 뒤집어 쓰게' 되었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는 '민족국가'의 경계를 허물었고, 그 주체로서의 '초국적 자본'은 당시 '제국주의'를 넘어서 지금 전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만들었다.
세계는 하나의 '자본의 제국'이 되었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제국]이라는 책에서 이 '자본의 제국'에 균열을 내는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저항하는 '다수 대중'이라고 말하는데, 1차 세계대전 전후의 '제국주의' 시대에는 노동계급의 전면적 반전평화운동과 정치권력의 대대적 전복인 '혁명'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러한 '혁명'의 무기로서 '제국주의론'은 레닌에 의하면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는 없었고, 최소 다섯 문장 이상의 '정식화'가 이루어졌는데, 제국주의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의 레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① 독점을 낳을 만큼의 생산 및 자본의 집중
② 금융자본(은행자본+산업자본)에 의한 금융과두제
③ 자본수출의 중요성
④ 독점자본가들의 국제적 동맹
⑤ 독점자본 및 그 대변인인 국가에 의한 세계분할과 재분할

'자본'만이 최대의 승자가 된 세계체제 분석의 방법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

1.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단계로서](1916), 레닌, 박상철 옮김, <돌베개>, 1992.
2. [세계경제와 제국주의], 부하린, 최미선 옮김, <책갈피>,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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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청년지성 총서 3
김수행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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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위한 [자본론]


"어쩌면 [자본론]은 경제에 관한... 지루한 책이라고 속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르크스는 경제를 사회의 '토대'라고 보면서 경제 영역의 문제가 어떻게 정치, 법률, 문화영역 등 다른 모든 영역을 물들이고 있는가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인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외치는데, 이 계급투쟁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경제 영역에서 서로 자기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싸울 뿐 아니라, 이 경제 영역의 계급투쟁이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 전파되면서 기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변혁하려는사람들은 누구나 [자본론]을 먼저 읽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를 바꾸어야 할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자본론]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자본론]에 대하여>

[자본론 공부]는 우리나라 최초로 칼 마르크스 [자본론]을 번역하여 1989년의 그 엄혹한 시절에 "잡아갈테면 잡아가라"는 심정으로 출간했던 김수행 교수가 세월호 정국에서 새롭게 쓴 [자본론] 해설서이다.
김수행은 <서문>에서 "이 책은 방대한 [자본론] 1~3권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한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비판했고 어떻게 찬양했는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미래 사회의 태아를 자본주의가 잉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자본의 생산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1권에 대한 해설, '자본의 유통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2권에 대한 해설,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3권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으며, 특히 [자본론]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평균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본론] 1권 '자본의 생산과정'에서 자본의 축적 과정이 실업자를 점점 더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마르크스는 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에서는 자본의 축적 과정이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자가 자본주의의 발달이 노동자계급에게 주는 영향을 집약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본가계급에게 미치는 영향을 요약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업자의 증가 경향과 이윤율의 저하 경향은 모두 자본가들이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를 도모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라는 용어는 '법칙'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경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상반되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히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기계화가 진행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면방적 기계가 물레를 돌리는 노동자들을 축출하여 실업자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면방적업을 크게 확장시킬 뿐 아니라 면방직업과 의류업을 활성화시켜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경향도 낳는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실업자를 만들어 내는 경향을 가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취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가지는데, 마르크스는 이 두 경향 그 자체를 각각의 법칙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계화는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실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며, 기계화는 투하자본의 규모를 증가시켜 실업자를 감소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계화가 실업자를 증가시킬 것인가, 아니면 감소시킬 것인가는 이론 차원에서는 판명할 수가 없고, 현실에서 판명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윤율의 저하 경향'도 '이윤율의 상승 경향'과 나란히 각각의 법칙으로 제출된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윤율이 저하한다고 예측한 법칙은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8장. 평균이윤율의 형성과 이윤율의 저하,상승 경향>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영국 주재원으로 가서 마르크스 '공황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김수행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자본론]을 처음 완역하면서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아닌 그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우리 사회에 '정치경제학' 영역을 끊임없이 주지시켜 온 거의 유일한 학자였다.  '수요-공급'이나 '국가재정' 등의 '미시-거시 경제학'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인간들간의 관계로서의 '생산관계' 연구를 통해 사회구성체를 이루는 '물적 토대'로서 '경제'와 이를 결정하는 인간들의 '정치'를 유기적으로 종합하는 영역이 바로 '정치경제학'인데, 마르크스의 선학들인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이 '정치경제학'이었다.

[자본론 공부]는 김수행 교수가 작고하시기 전 마지막 '유작'의 성격을 지니는 책으로, 기존의 기고글([정치경제학 에세이]), 인터뷰([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한국사회 분석([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형식이 아닌 오로지 [자본론] '해설' 및 그 현대적 '해석'에 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의 객관적 '법칙'과 '경향'을 담고 있는 [자본론]은 현 체제의 변화와변혁을 위해 아직도 유효하므로 '교조적' 수용이 아닌 지속적인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김수행 교수가 '예측'한 '자본주의 이후'의 '미래사회'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기초"가 되는 사회(이른바, '자.개.연'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며, 이것의 '정치경제학'적 근거는 다름아니 [자본론]이다.

마르크스 못지 않게 우리에게 귀중한 유산을 남겨주신 김수행 교수께 깊은 경의와 명복을 바친다.

***
1. [자본론 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2.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김수행, <한울>, 2012,
3.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시대의창>, 2009.
4. [정치경제학 에세이], 김수행, <새날>,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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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공부 - 김수행 교수가 들려주는 자본 이야기
김수행 지음 / 돌베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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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위한 [자본론]


"어쩌면 [자본론]은 경제에 관한... 지루한 책이라고 속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르크스는 경제를 사회의 '토대'라고 보면서 경제 영역의 문제가 어떻게 정치, 법률, 문화영역 등 다른 모든 영역을 물들이고 있는가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마르크스는 "인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외치는데, 이 계급투쟁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경제 영역에서 서로 자기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싸울 뿐 아니라, 이 경제 영역의 계급투쟁이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 전파되면서 기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변혁하려는사람들은 누구나 [자본론]을 먼저 읽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를 바꾸어야 할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자본론]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자본론]에 대하여>

[자본론 공부]는 우리나라 최초로 칼 마르크스 [자본론]을 번역하여 1989년의 그 엄혹한 시절에 "잡아갈테면 잡아가라"는 심정으로 출간했던 김수행 교수가 세월호 정국에서 새롭게 쓴 [자본론] 해설서이다.
김수행은 <서문>에서 "이 책은 방대한 [자본론] 1~3권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한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비판했고 어떻게 찬양했는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미래 사회의 태아를 자본주의가 잉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자본의 생산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1권에 대한 해설, '자본의 유통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2권에 대한 해설,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을 분석한 [자본론] 3권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으며, 특히 [자본론]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평균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본론] 1권 '자본의 생산과정'에서 자본의 축적 과정이 실업자를 점점 더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마르크스는 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에서는 자본의 축적 과정이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자가 자본주의의 발달이 노동자계급에게 주는 영향을 집약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본가계급에게 미치는 영향을 요약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업자의 증가 경향과 이윤율의 저하 경향은 모두 자본가들이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를 도모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라는 용어는 '법칙'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경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상반되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히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기계화가 진행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면방적 기계가 물레를 돌리는 노동자들을 축출하여 실업자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면방적업을 크게 확장시킬 뿐 아니라 면방직업과 의류업을 활성화시켜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경향도 낳는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계화는 한편에서는 실업자를 만들어 내는 경향을 가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취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을 가지는데, 마르크스는 이 두 경향 그 자체를 각각의 법칙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계화는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실업자를 증가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며, 기계화는 투하자본의 규모를 증가시켜 실업자를 감소시키는 '경향' 또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계화가 실업자를 증가시킬 것인가, 아니면 감소시킬 것인가는 이론 차원에서는 판명할 수가 없고, 현실에서 판명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윤율의 저하 경향'도 '이윤율의 상승 경향'과 나란히 각각의 법칙으로 제출된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윤율이 저하한다고 예측한 법칙은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8장. 평균이윤율의 형성과 이윤율의 저하,상승 경향>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영국 주재원으로 가서 마르크스 '공황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김수행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자본론]을 처음 완역하면서 마르크스의 '경제학'이 아닌 그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우리 사회에 '정치경제학' 영역을 끊임없이 주지시켜 온 거의 유일한 학자였다.  '수요-공급'이나 '국가재정' 등의 '미시-거시 경제학'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인간들간의 관계로서의 '생산관계' 연구를 통해 사회구성체를 이루는 '물적 토대'로서 '경제'와 이를 결정하는 인간들의 '정치'를 유기적으로 종합하는 영역이 바로 '정치경제학'인데, 마르크스의 선학들인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이 '정치경제학'이었다.

[자본론 공부]는 김수행 교수가 작고하시기 전 마지막 '유작'의 성격을 지니는 책으로, 기존의 기고글([정치경제학 에세이]), 인터뷰([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한국사회 분석([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형식이 아닌 오로지 [자본론] '해설' 및 그 현대적 '해석'에 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의 객관적 '법칙'과 '경향'을 담고 있는 [자본론]은 현 체제의 변화와변혁을 위해 아직도 유효하므로 '교조적' 수용이 아닌 지속적인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김수행 교수가 '예측'한 '자본주의 이후'의 '미래사회'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한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기초"가 되는 사회(이른바, '자.개.연'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며, 이것의 '정치경제학'적 근거는 다름아니 [자본론]이다.

마르크스 못지 않게 우리에게 귀중한 유산을 남겨주신 김수행 교수께 깊은 경의와 명복을 바친다.

***
1. [자본론 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2.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김수행, <한울>, 2012,
3.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시대의창>, 2009.
4. [정치경제학 에세이], 김수행, <새날>,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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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를 위하여 -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
황광우.장석준 지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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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산당 선언](1848) - 마르크스/엥겔스
(브런치 서평)

https://brunch.co.kr/@beatrice10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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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와 한서 - 중국 정사正史의 라이벌
오키 야스시 지음, 김성배 옮김 / 천지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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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기와 한서], 오키 야스시, 김성배 옮김, <천지인>, 2010.


"전한 중엽인 기원전 97년 사마천에 의해 완성된 [사기]와 후한 초인 서기 80년경에 완성된 반고의 [한서]는, 중국 역대 '정사'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두 책이다... '정사(정통역사)'를, 또는 역사서를 쓴다는 행위가 매우 정치적 의미를 갖는 행위였음을 우선 파악해 두기 바란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인다면, 사마천이 [사기]를, 반고가 [한서]를 지은 시점에서는 그것들이 '정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사기]와 [한서]가 정사로 인정을 받은 것은 저자들 생전의 일이 아니라 후세 왕조에 의해서였다... 말하자면 '정사'란, '기전체' 형식으로 쓰이고 왕조의 권위에 의해 공인된 역사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사기와 한서], 오키 야스시, <1부. 책의 여로 - '정사'로서의 [사기]와 [한서]>

일본 중국문학박사 오키 야스시의 [사기와 한서](2008)는 중국 역사서 중 '통사'인 사마천 [사기]와 전한의 '단대사'인 반고 [한서]를 비교한 책이다., [사기], [한서], [후한서], [삼국지] 등은 중국 '24사' 중 유명한 '4사'로 꼽히는데, 이 중에도 '정사'의 시조인 [사기]와 [한서]의 차이를 다루고 있다. 
두 역사서 모두 '정사'의 두 대표작으로서 [사기]는 "과연 하늘의 도는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권력과 인물군상의 기록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알리려는 책이고, [한서]는 [사기]를 대부분 따랐으나 한나라 정권을 비판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다룬 내용은 삭제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적고 있다. 

중국의 '정사(정통역사)' 선정 작업은 18세기 청나라 건륭 연간의 대규모 역사 정리 작업에 의해 [사기]와 [한서], [후한서]와 [삼국지] 등 '4서'를 비롯하여 [수서]와 [당서] 및 [오대사] 등의 '단대사'들을 포함 총 '24사'를 확정했다. 
'24사' 중 사마천의 [사기]만이 '통사'이며, 나머지는 하나의 왕조의 역사를 다룬 '단대사'인데, 상호모순되는 서술로써 '맥락'을 통한 '역사서술'의 기원이 사마천의 [사기]인 반면, 권력자가 된 '승자'로서 역사서술' 전형의 시초는 반고의 [한서]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역사서술'의 전형에 따라 당나라 단대사인 '5대' 후진시대 유후의 [신당서], [구당서] 등은 우리의 고구려와 발해 등 '요동사(요동 공동체 역사)'를 깎아 내리거나 제대로 기술하지 않으면서 '중국 중심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스스로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흉노, 대월, 동호, 선비, 거란, 여진 등의 다양한 동,서,북방 민족공동체나, 주체적 역사기록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채 중국의 편협한 기록의 편린에서 찾아야 하는 우리 예맥과 한반도 한민족의 '역사 찾기' 작업의 현실이 쉽지 않은 이유다.

"[사기]와 [한서]의 가장 큰 차이는 '통사'인가 '단대사'인가라는 점에 있다. 전한 시대에 사마천이 태고에서 자신의 시대까지의 통사를 완성해 버렸다. 그러면 뒷시대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란 말인가? 그것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반표가 쓰려고 했던 것은 [후전(사기후전)]이었고, [사기]에서 서술이 끝난 무제 이후 시대의 역사였다. 그런데, 그의 아들인 반고는 그 방법을 택하지 않고 전한 1대의 역사를 썼다. 그러자 당연히 사마천의 [사기]와 중복되는 부분도 나온다. 반고는 사마천의 [사기]의 문장을 사용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문체'로 바꾸었다... '통사'인 [사기]의 경우는, 진시황제이든 항우든 한 시대의 역할 중심에 있던 인물은 <본기(제왕의 기록)>의 피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그러나 '단대사'의 경우에 <본기>의 피전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그 왕조의 인물로 한정된다. 전한 왕조의 역사를 쓰려는 [한서]에서 한나라 황제 이외의 인간이 <본기>에 들어오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한서] 이후, 중국 역대 왕조의 '정사'는 대개가 이러한 현 왕조(정권)를 위한 역사이다."
- [사기와 한서], 오키 야스시, <1부. 책의 여로 - 맺음말>

사마천은 한무제 정권에 아첨하지 않았기에 모욕을 당했고, '인간의 역사'를 완성하기 위해 살아남아 [사기]를 완성했다. "과연 하늘의 도는 있는가?"하고 한탄했던 사마천에게는 유교나 불교 등 지배이데올로기가 없었다. 반면, 반고는 [한서]를 통해 당대 후한 정권의 '정통성'을 '자신의 문체'에 담아야 했으며 유교의 지배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다.. 반고 가문은 대대로 한나라의 지배계급이었다. 
'정치적 기록'으로서 정사 [한서]보다 '인간의 기록'으로서 [사기]가 후대에서 더욱 빛나는 이유다.

일제 식민지 시절 뿌리내려 우리 역사학계 주류가 된 이병도 무리의 '실증주의 사학'의 '실증 자료'의 주요한 근거 중 하나가 '동북공정'에 동원되는 중화주의 중심의 중국 '정사' 기록이라는 사실은 '실증주의 사학'이 '식민주의 역사관(식민사관)'에 다름 아니라는 것 또한 '실증'해 준다.
물론, 사마천의 [사기]나 반고의 [한서], 진수의 [삼국지] 정도만 해도  '변방 오랑캐들'을 일부러 무시했다기 보다 그 존재들에 대해 무지했거나 알만한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다른 민족의 존재와 힘을 알고도 노골적으로 폄하한 것은 당나라 이후 [구당서], [신당서]일 것이다.
"역사도 과학(사회과학)"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방향을 설정하는 '철학'이 없는 '과학'이 얼마나 부질없으며, 더 나아가 우리에게 해롭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파시즘에 부역하고 냉전 강화에 기여한 온갖 부류의 과학자들이 그러했지 않은가.

역사를 비롯한 모든 '과학'에도 '철학'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2020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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