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의 의미 한길그레이트북스 126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 한길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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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의 의미], 에르빈 파노프스키 :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서의 미술사학
 
"과학이 자연현상의 혼돈의 다양성을 이른바 자연의 질서(cosmos)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반면, 인문학은 인간기록(문헌)의 혼돈의 다양성을 이른바 문화의 질서(tabula)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마치 자연과학이 현상이라 불리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듯이, 인문학은 역사적 사실이라 불리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 결국, 자료가 자연의 질서로 조직화되는 연속단계들과 자료가 문화의 질서로 조직화되는 연속단계들은 서로 유사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함의되는 연구방법의 문제들도 마찬가지이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자연현상의 관찰과 인간기록의 검토가 행해진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자연으로부터의 메시지'가 관찰자에게 받아들여지듯이, 기록도 '판독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관찰과 검토의 결과가 '의미를 지니는' 일관된 체계로 분류되고 정의되어야 한다."

- 에르빈 파노프스키, [시각예술의 의미], <서장: 인본주의적 학제로서의 미술사학> 중

그림, 조각 등의 '시각예술(Visual Arts)'에서 '일차적-자연적 주제'를 넘어 '이미지', '일화', '알레고리' 등을 구분하는 '이차적-관습적 주제'를 파악하는 것, 즉 "미술작품의 형식에 대비되는... 주제 또는 의미에 관련된 미술사 분야"(1장 <도상학과 도상해석학 : 르네상스 미술연구에 관한 서문>)로서 '도상학(iconography)'에 그치지 않고 '도상해석학(iconology)'을 개척한 미술사학자가 바로 독일 출신의 미국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1892-1968)이다.

그의 '도상해석학'은 미술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 '일화', '알레고리' 등의 관습적 의미 등을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 문헌과 당시 예술사조 등을 바탕으로 시대의 '문화적 징후' 또는 '상징'을 읽어내고 해석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는데 철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인문학'으로서 그의 미술사학이 객관적으로 현상을 파악하는 '자연과학'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예술작품을 '미적으로 경험될 것을 요구받는 인조물'로 정의함으로써 우리는 처음으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근본적인 차이와 조우한다. 과학자는 자연현상을 다룰 때, 일단 그것들을 분석한다. 인문학자는 인간의 행위와 창작물을 다룰 때, 총합적, 주관적 성격의 정신적 처리 과정에 적극 관여하여야 한다."

- 파노프스키, 같은 책, 같은 논문.

객관성을 근본으로 하는 '자연과학'에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 '철학'이 개입함으로써, 예술작품에 담긴 '의미(meaning)'를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이 논문집의 제목인 '시각예술의 의미(Meaning in the Visual Arts)'의 '의미'이다.

그리하여 결국,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서의 미술사학'은 서로 대립적이면서도 상호 통일적이다.

"고고학적 조사는 미적 재창조(예술작품의 재창조) 없이는 맹목이고 공허하다. 또한 미적 재창조는 고고학적 조사 없이는 비이성적이고 그른 길로 향할 때가 많다... 일시적인 사건들을 정적인 법칙으로 바꾸는 대신 정적인 기록에 동적인 생명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은 자연과학과 충돌하지 않고 그것을 보완한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한편을 전제하고 요구한다... 자연과학의 이상적인 목적은 정복과 비슷한 어떤 것처럼 보이는데, 인문과학의 이상적인 목적은 지혜와 비슷한 어떤 것처럼 보인다." 

- 파노프스키, 같은 책, 같은 논문.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처럼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하나, 파노프스키의 '주관적'이고 난해한 '도상해석학'적 시도는 일반인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에서도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다시금 확인한다.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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