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 신과 영웅의 영원한 이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6
이디스 해밀턴 지음, 장왕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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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한, 나의 '자본주의'적 '영웅'
- [그레이트 마징가], <도에이(東映)>, 1974.



1. 문명 충돌(文明 衝突)


"그 어떤 황소도 이보다 멋질 수는 없었으니 이는 분명 신이 변신한 거라고 '에우로파(Europa)'는 생각했고, 그녀를 가엽게 여겨 홀로 두지 말아달라고 그 황소에게 애원했다. 황소는 그 대답으로 '에우로파'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본모습을 드러냈는데 다름아닌 신 중의 신 '제우스(Zeus)'였다. '에우로파'를 사랑하게 되어 납치까지 하게된 '제우스'는 그녀를 '크레테(Crete)'섬으로 데려갔다. 그 섬은 '제우스'의 어머니(레아)가 크로노스(아버지)를 피해 몰래 가서 그를 낳았던 곳, 바로 '제우스'의 고향이었다."
- Edith Hamilton, [Mythology], <Europa>, 1940.에서 필자 번역.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힘이 센 '영웅(英雄/Hero)', '헤라클레스(Hercules)'의 가문의 조상은 '이오(Io)인데, 신 중의 신 '제우스'가 부인 '헤라'의 눈을 속이기 위해 '암소'로 둔갑시킨 비운의 여인이었다. '이오'는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역 중 하나인 '이오니아' 문명으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제우스는 타이탄족 친구 '프로메테우스'를 시켜 '인류'를 창조했고 다수 순수인간 혈통 속 아름다운 여인들을 간택하여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영웅'들을 낳게 하였는데, '이오'가 첫 번째였고, 그 두 번째 여인이 현재 '유럽(Europe)' 대륙의 어원, '에우로파(Europa)'다. 
에우로파는 제우스에 의해 납치된 섬, '크레테(Crete)'에서 역시 '반신반인'의 영웅 '미노스(Minos)'를 낳는데, 그가 바로 '크레타 문명'의 시조였고, '이오니아' 문명 다음으로 지금 유럽 문명의 '뿌리'가 바로 그리스 신화 속 '크레타 문명'이 된다.
'크레테'는 기원전 2,000년 ~ 1,500년 전 그리스 본토에서 온 '미케네' 문명에 의해 멸망한다.

1972년, 나가이 고(永井豪)의 만화 [마징가(魔神-Ga)-Z]는 세계를 지배하려는 '닥터 헬'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든 거대로봇인데, 닥터 헬은 고대 그리스 유물 발굴 과정에서 묻혀있던 '청동거인'들을 '기계수(機械獸)'로 부활시켜 세계지배의 무기로 벼려낸다.
'신좌파 세대' 나가이 고는 '권선징악'으로 만화를 그리지 않았으니, '마징가'는 종국에 승리하지 못하는데, 닥터 헬의 '기계수'들을 물리쳤으나 더 강력한 적을 양산하게 되고 이 진화된 적, '전투수(戰鬪獸)'들에 의해 무력하게 파괴된다.

1974년, '마징가-Z'의 형제 '그레이트 마징가(Great Mazinga)'는 나가이 고의 '염세주의' 세계관으로 인해 파괴될 처지에 놓인 당시 일본의 '동심'을 지키기 위한 만화영화회사 '도에이(東映)'의 결실이었다. 나가이 고는 원래 '신(神)'도, '악마(惡魔)'도 될 수 있지만, '신'도, '악마'도 아닌 '마징가'를 철저하게 파괴하면서 거대로봇의 '문명혈투극'을 끝내려 했다. 그런데 '도에이(東映)'사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일본 '동심'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자본주의'적 '이윤' 추구동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미케네(Mycenae)' 문명을 소환한다.

닥터 헬이 만든 '기계수'들의 프로토타입이 된 '크레타' 문명의 '청동거인'은 '탈로스(Talos)'라고 하는데, '크레테'섬 미노스(Minos) 왕의 과학자 '다에달로스(Daedalus)'가 만든 고대의 '거대로봇'이었고 그리스 반도에서 침범하는 배들을 바다에서 뒤집어 엎고 화산으로 달구어진 몸으로 적들을 녹이면서 '크레타' 섬의 문명을 수호했다. '탈로스'는 '이아손(Jason)'의 '아르고(Argo)'호 원정대에 의해 파괴되었고, 미노스의 '크레타' 문명의 뒤를 이은 페르세우스의 '미케네' 문명 또한 시간이 흘러 고대 그리스 문명의 시작과 함께 지하에 묻혔다가 부활을 꿈꾼다. 
실제로 '크레타'와 '미케네' 문명은 19세기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에 의해 발굴된다.

그레이트 마징가는 '크레타' 문명의 '기계수'들의 뒤를 이어 세계를 암흑으로 덮으려는 고대 '미케네' 문명의 부활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제작되어 왔고, 고대 '크레타'의 '기계수'들을 이긴 현대 '자본주의'의 '마징가'가 역시 고대 '미케네'의 '전투수'들에게 패배할 때 극적으로 등장하여 '마징가'를 구한다.
'그레이트 마징가'는 원래부터 현대 '자본주의' 체제 수호의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류 문명의 '진보'보다는 '파괴'의 이면성을 보았을 작가 나가이 고는 '마징가'의 파괴를 통해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문명 충돌'의 현실을 보여주려 했고, 결국 나중에 '고대의 신'으로 부활한 '갓(God)-마징가'가 '미케네'의 '암흑대마왕'과 '어둠의 제왕'을 물리치도록 기획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자본주의'적 기업 '도에이(東映)'사는 그럴 '기획'이 없었고, 결국 나가이 고는 [그레이트 마징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가이 고의 '염세주의'와 '도에이'사의 '자본주의'는 결국, 외계인과 싸우는 '그랜다이저', '마징카이저' 등으로 타협하게 되어 '신'과 '악마' 일체를 초월하는 '우주적 영웅'을 창조한다.


2. 영웅(英雄/Hero)


"헤라클레스(Hercules)는 지구상에서 가장 힘센 자였고 실제 완력으로는 세계 최강이라는 자신감에 넘쳤다. 그는 스스로를 신과 같은 경지로 생각했으며 실제로도 신들은 그의 힘을 이용하기도 했다... 전 생애에 걸쳐 헤라클레스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심감으로 맞섰고 실제 그의 과업들은 이를 증명했다... 그러나 '지혜(Intelligence)'가 종종 결여되었다... 이러한 그의 강한 힘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도 했다."
- Edith Hamilton, [Mythology], <Hercules>, 1940.에서 필자 번역.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英雄/Hero)'은 일반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수대중은 '신의 자식', 즉 '반신반인(半神半人)'에 의해 지배를 받았으니 이 지도자들이 바로 '영웅'이었다. 역사에서 기독교의 '메시아'나 동양의 '천자(天子)', 그 밖에 모든 '신의 계시'를 참칭하는 자들이 스스로를 '영웅'이라 일컬었다.

헤라클레스(Hercules)는 세상에서 힘이 제일 센 '영웅'이었으나, '지혜'는 없이 '완력'만을 썼기에 신화학자 에디스 해밀턴에 의하면 아테네 민주주의 아버지인 사촌 테세우스(Theseus)에 비할 수 없다.
테세우스는 아테네에 '민주주의'라는 유산을 남긴 반면, 헤라클레스가 남긴 건 '12가지 과업'이라는 모험 '이야기' 뿐이었다.
테세우스는 '악당'들을 물리쳐 사람들을 구한 반면, 헤라클레스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해를 입히기도 했다.


'신'도 '악마'도 될 수 있었던 내 어릴적 '영웅', 1972년생 '마징가'는 그렇게 '미케네' 문명에 밀리고, 나와 동갑인 1974년생 '그레이트 마징가'는 나의 '영웅'이 되었으며 지하에서 '미케네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암흑대장군'과 '8대장군'의 도발을 매번 꺾었다.
'마징가-Z' 조종사 카부토 코지는 자동차 운전을 배우듯 '마징가'와 함께 성장하는 '소년'이었던 반면, 그레이트 마징가'의 조종사 츠루기 테츠야는 처음부터 숙련된 파일럿이었고 무자비한 '전투기계'였다.
'마징가-Z'는 '기계수'와의 전투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던 반면, '그레이트 마징가'는 '미케네' 제국의 '암흑대장군'을 쓰러뜨려야 하는 '사무라이 정신'만이 전부였다.


물론, 이런 '그레이트 마징가'의 실체를 알게 된 건 성인이 된 후였는데, 그럼에도 내 어린 시절 '자본주의'적 '영웅'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철학'이고 뭐고,
'그레이트 마징가'는 여전한 나의 '영웅(Hero)'이다.


***

1. [그레이트 마징가], <도에이(東映)>, 1974.
2. [Mythology](1940), Edith Hamilton, <New American Library>,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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