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강유원 옮김 / 이론과실천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노동계급운동은 진정한 '철학'의 '상속자'이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변증법적 유물론'



"모든 철학, 특히 현대 철학의 중요한 근본문제는 '사유'와 '존재'에 관한 문제이다...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사유'가 차지하는 위치의 문제, 중세시대의 스콜라철학에서도 매우 커다란 역할을 했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정신'과 '자연' 가운데 어느 것이 '일차적'인 것인가? 이 문제는 교회와의 관계에서 이렇게 첨예화된다. 신이 세계를 창조했는가, 아니면 세계는 영원히 존재해 왔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에 따라 철학자들은 '두 가지 커다란 진영'으로 갈라진다."
- F. Engels, [루드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1888.

칼 마르크스의 동지이자 마르크스 사후 그의 '악필' 초고들을 편집하여 [자본론] 2권과 3권을 출간하였으며, 유럽 사회민주주의 연대체인 '제2인터내셔널'의 지도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청년 시절 마르크스를 만나 [독일이데올로기 초고](1844)와 [공산당선언](1848)을 공동 집필한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다.
그는 마르크스 사후 자본주의 본격적 축적으로 인한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을 목도했고, 전세계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필연적'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경제주의'의 오명도 받고 있다. 결국, 만년의 엥겔스는 그 제자 칼 카우츠키가 그랬듯, '과학적 사회주의'의 승리를 예견하면서 사상적 여로를 마치는데, 그의 중간 시기는 온갖 '사이비'에 맞서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을 옹호한 '철학'적 투쟁의 시간이었다.

1888년 만년의 엥겔스는 칸트로 시작하여 헤겔로 완성된 '독일고전철학(사변철학-관념철학)'은 포이어바흐라는 반쪽짜리 '유물론자'를 거쳐 진정한 철학인 '변증법적 유물론'의 담지자인 독일노동계급에게 "상속된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 커다란 진영"으로 갈라져 투쟁한 '철학의 역사'를 정리하고 '존재'보다 '정신'이 일차적이라는 '관념론'이 객관적 사회경제체제의 토대 위에서 '존재'가 '정신'보다 일차적이라는 '유물론'에 의해 대체되고 "상속"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엥겔스가 '관념론'에 대한 '유물론'의 '승리'로 결론지을 수 있었던 강력한 근거는 19세기 당시의 자연과학의 발전이었다.


"'잉여가치'의 발견... 부불노동을 전유하는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및 이로 인해 완성된 노동자 착취의 기본형태라는 것, 자본가가 가령 노동자의 노동력을, 그것이 상품으로서 상품시장에서 갖고 있는 충분한 가치 그대로 구입하였을 경우에도 그는 지불한 대가 이상의 가치를 노동자에게서 회수한다는 것, 그리고 이 '잉여가치'가 결국에는 가치총액이 되는 바, 유산자계급의 수중에 부단히 축적되는 대자본의 출처는 바로 여기('잉여가치')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상의 두 가지 위대한 발견, 즉 '유물론적 역사관'과 '잉여가치'를 통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비밀의 폭로야말로 마르크스의 공적이다. 이것들이 발견됨으로써 '사회주의'는 하나의 '과학'이 되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 '과학'을 그 모든 개별들과 그것의 총체적 연관 속에서 더욱 완성시키는 것이 문제이다."
- F. Engels, [반뒤링론], <1장 개관>, 1878.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위대한 발견으로 '잉여가치'와 '유물론적 역사관' 두 가지를 든다.

'노동의 (사용)가치'가 아니라 '상품'으로서 '노동의 교환가치', 즉 '노동력의 가치(가격)'만을 임금으로 지불한 자본가가 지불하지 않는 '노동의 가치'인 '부불노동'으로 '잉여가치'를 남기는데, 이 과정이 바로 '착취'다. '착취'는 자본주의에서 '합법적' 과정이며, 새로운 사회에서는 철폐되어야 할 것인데, 자본주의에서 '불법적'인 것은 '착취'가 아니라 '수탈'이다(김규항, [혁명노트]). '착취'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력의 교환가치(가격)' 사이의 차이에서 발생한 자본주의 본질로 현상하며, '수탈'은 20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전과 억압적 지배에서 보인 '강화된 불법착취'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유물론적 역사관'은 후대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의해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으로 '도식화'되었는데, 인류의 사회역사에는 '역사적 유물론', 그 외 자연 전체에 대한 사유는 '변증법적 유물론'이라고 보면 되는 바, 결국 양자의 공통지점은 '유물론'이라는 '철학'이다.
청년 마르크스는 헤겔의 변증법적 방법론을 뒤집어 유물론적으로 해석한 루드비히 포이어바흐가 '사이비 유물론자'임을 '11개 테제'로 남겼는데, 그 내용은 '진정한 유물론'과 '해석'이 아닌 '변혁'의 철학이었다.
엥겔스는 1878년에 당시 '사이비' 사회주의자이자 '강단 좌파'인 오이겐 뒤링이라는 인물의 주장들을 '철학', '정치경제학', '사회주의' 분야로 나누어 조목조목 인신공격과 각종 역설(또는 '욕설')을 섞어 비판한다.
특히, 1부 '철학'의 영역에서는 당시 따로 집필 중이었을 [자연변증법](1873~1883)의 자료들을 가지고 비판한 듯 한데, [자연변증법]은 19세기 당시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발전을 토대로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철학'이 객관적 자연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된다는 일종의 '필연의 증명' 작업이었다. 
[반뒤링론]에서 엥겔스는 '자연철학'으로서 수학(미적분), 우주발생론, 물리학, 화학, 유기체(생물학), 그를 기반으로 파생되는 '도덕'과 '법', 그리고 '양질전환'과 '부정의 부정'으로서 '변증법' 등의 영역에서의 무지막지한 비판으로 '오이겐 뒤링씨'를 깔아 뭉개버리고 있다.

엥겔스의 [반뒤링론]은 마르크스의 푸르동(공상적 사회주의자) 비판([철학의 빈곤])의 '논쟁 저작'의 전통을 이으면서 그 영역은 '온 우주'를 망라하는 바, '변증법적 유물론'을 수호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저작이다. 
이러한 '논쟁을 목표로 쓴 저작'의 전통은 1908년 '유물론'의 외피를 쓴 오스트리아 마흐주의를 비슷한 방식으로 비판한 레닌의 [유물론과 경험비판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요컨대, '국가'라는 것은 결코 외부로부터 사회에 강요된 권력이 아니다... '국가'는 일정한 발전단계에 있는 사회의 산물이다. '국가'는 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자기 모순에 빠졌으며, 자기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불상용적인 대립으로 분열했다는 것을 고백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 대립, 즉 경제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계급들이 무익한 투쟁에서 자신과 사회를 파멸시키지 못하도록 하려면 외관상 사회 위에 서 있는 권력, 즉 충돌을 완화시켜 사회를 '질서'의 한계 내에 유지시킬 권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회로부터 발생했으나, 그 위에 올라서서 사회와는 더욱더 멀어져 가는 권력이 바로 '국가'이다."
- F. Engels,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 1884.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의 원천,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에서 엥겔스는 원시 씨족사회를 연구하던 루이스 모건의 [고대사회](1877)라는 저서를 바탕으로 씨족에서 부족, '원시공동체'에서 생산력 발전의 과정 속 '잉여생산'과 '사유재산'의 축적, '계급사회'의 등장과 그 결정체인 '국가'의 기원을 추적한다. 
이 고전적 '국가론'은 이후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주요한 이론적 근거가 되었고 레닌의 [국가와 혁명]으로 이어진다.


[자연변증법]이라는 '변증법적 유물론 철학'의 거대한 영역에서, '사이비 사회주의자' 뒤링을 잠시 비판한 [반뒤링론], 씨족사회에서 '국가'의 기원까지 추적한 '역사적 유물론'을 거쳐 만년의 엥겔스는 '과학적 사회주의' 대중화를 위해 "독일고전철학의 상속자"인 노동계급에게 '고전적 관념론 철학의 종말'을 고한다.
[루드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은 다름아닌 [자연변증법]이라는 방대한 연구, 그 '빅 히스토리'를 위한 '메모'였다.

"... 변증법적 자연관이 모든 자연철학을 불필요하고 불가능하게 만들었듯이 이러한 견해는 역사의 영역에서 '철학의 종말'을 고한다.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어느 곳에서든 우리 두뇌로부터 상호연관을 발명해 내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 속에서 상호연관을 발견하는 문제이다. 자연의 역사로부터 추방된 '철학'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순수한 사유의 영역, 즉 사유과정 자체의 법칙에 관한 이론인 '논리학'과 '변증법'만이 있을 뿐이다...
사회의 역사 전체를 이해하는 관건은 노동의 발전사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 새로운 경향은 처음부터 노동계급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으며... 독일 노동계급운동은 독일고전철학의 '상속자'이다."
- F. Engels, [루드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 1888.

엥겔스에 의하면, 헤겔은 [법철학]에서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인 것이다"라고 했는데 '현실'을 '절대이성'화하는 '보수성'이 있었던 한편으로, 그 다음 명제 "이성적인 것은 필연적"이라면서 '필연'의 변화에 '이성'을 포함시켜 '진보성'의 맹아를 품고 있다. 
포이어바흐는 자연철학에서는 헤겔을 뒤집었으나 헤겔의 '변증법'을 이해하지 못해 '철학'에서는 '인류의 사랑'만을 발견했다. 
결국, '독일고전철학'이라는 '관념론' 일체는 다수 노동계급의 각성과 함께 '종말'을 고하면서, 노동계급운동은 '변증법적 유물론' 철학으로 "상속"받는다.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면,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철학'을 끊임없이 갱신하고 현대화해야 한다.

***

1. [반뒤링론(Anti-During)](1878), F. Engels, 김민석 옮김, <새길>, 1987.
2.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1884), F. Engels. 김대웅 옮김, <아침>, 1987.
3. [루드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1888), F. Engels, 남상일 옮김, <백산서당>, 1989.
4. [유물론과 경험비판론](1908), V. I. Lenin, 박정호 옮김, <돌베개>,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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