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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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든 책이 있으신가요?❞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 경애의 마음, 김금희, p.27

어떤 마음을 폐기해버리고 싶을 때, 열등감 같은 것들이 나를 할퀼 때 가끔 난 경애의 마음을 생각한다. 사는 건 시소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라는 이 문장을. 드러나지 않고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는 이들이 연결되어지는 어떤 마음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 마음이 따스해지곤 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 설 때면 성경을 읽는다. 크리스찬인 내게 성경은 지도 같은 책이다. 길 잃은 그 지점에서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 나를 세우고 여기까지 인도한 것은 팔할이 성경이었다.


이렇듯 삶에서 길을 잃었을 때 생각하거나 펴보는 책들이 있을 것이다. 장애물이 나타나 콩이든 철푸덕이든 넘어져 어떻게든 도움이 절실할 때 그런 책들이 있다면 사는 일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울 테다. 방황하던 청년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시간이 훌쩍 흐른 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 전과 같은 감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테고.


스스로를 지식소매상이라 부르는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독서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세상이 두려울 때마다 그들에게 길을 물었다❞고 말한 15권의 책을 들여다본다. 특별증보판으로 『자유론』이 추가됐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할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일까?,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내 머리로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15권의 책. 이 책을 쓴 이들이 몸부림치며 고민한 흔적들일 것이다.


그 흔적들을 붙들고 고민하고 싸웠을 한 청년을 생각하게 된다.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끝내 자리를 지키고 자신이 믿는 바, 옳다고 생각한 것들을 끝까지 밀고 나갔던 한 사람을 생각한다. 이 시대를 누구보다 날카롭게 진단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유시민 작가.


읽는 동안 내 가슴도 뜨거워진다. 읽었다고 읽었지만 수준과 소망이 닿지 않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던 책들 앞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그럼에도 덕분에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그런 책이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러다 어느 새 눈도 뜨거워지는.



우리는 비슷한 잘못을 앞으로 또 저지를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도 이번처럼 스스로 바로잡을 것이다. 변변치 않은 우리는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p.346~347


#청춘의독서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세상을바꾼이험하고위대한생각들 #특별증보판
#33만부베스트셀러 #인생지도 #책추천 #지식소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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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내가 좋아하는 것들 17
길정현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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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가 뭐예요?❞


이건 무슨 쌍팔년도 미팅에서나 나올 법한 질문이긴 합니다만 정말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취미 있으신가요? 전…. 독서 그리고 달리기 정도인 거 같아요.
덕후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도 같고요. 갖고 싶은 책을 못 사면 병이 난다거나 하지도 않아요. 그냥 책이라는 물성, 그 속에 담긴 전혀 새로운 세상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나의 세상이었을 그 세상을요.


제가 너무나 애정하는 친구가 있어요.
취미 부자, 맥시멀 라이프 예찬자, 관심 부자.
취미도 그냥 취미가 아니라 전문가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어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강연까지 할 수 있는 사람. 너무 멋지지 않나요? 이런 사람이 제 친구라는 게 전 너무 자랑스럽고 좋아요!!
누군지 눈치 채셨나요? 길정현. 맞습니다 이 책의 작가죠!


이 친구의 인스타 피드를 가만히 보다보면 이쁜 그릇들이 참 많이 나와요. 요리도 수준급인 거 같고, 멋지게 플레이팅을 하는 걸 보면 미적 감각이나 센스도 만렙이라는 걸 알 수 있죠. 길정현 작가가 “그릇”을 주제로 책을 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펀딩에 참여했고, 책을 받자마자 읽었습니다. 너어~~~~~무 재밌어요!!!


필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전 그릇의 ‘그’자도 잘 모르지만 취향을 가득 담은 무언가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그것들에 마음을 쏟고 돈을 쓰는 일이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놀랐어요. 덕질을 잘 하지 않는 저로서는 이런 행위들이 신기하기만 해요. 하지만 부럽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전 결혼을 할 때도 엄마가 사용하기 편하다고 추천해 준 코렐 6인조 세트를 샀어요.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취향에 맞는 그릇을 사러 발품을 파는 게 너무 귀찮아서 그냥 엄마가 이거 해라 그러면 오케이 했던 거 같아요. 다른 것들도 비슷하게 장만했고요. 어쩌면 내 취향이 뭔지도 잘 몰랐던 거 같고요.
지금 그 그릇은 어딘가에 쳐박혀 있어요. ㅋㅋㅋㅋ


그럼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 생각해봐요.
화려한 그릇 좋아하지 않고요, 조금은 단아한 느낌의 그릇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광주요 같은 그릇이요.
현실은 포트메리온 보타닉가든 사용하고 있어요.
묵직한 느낌이 좋아요. 잘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든든함이랄까요? 처음엔 큼지막한 꽃이 똭!! 그려져 있는 게 너무 촌스러웠는데.. 저 나이 드나봅니다.


길정현 작가의 책에 나오는 휘뚜루마뚜루 “빌레로이앤보흐” 도 이쁘더라고요? 책을 보다 만난 너무나 반가운 브램블리 헷지 라인! 친정에 있는 로열 달튼 찻잔과 소서를 업어오고 싶어졌어요. 막상 갖고 와도 잘 사용할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ㅎㅎㅎㅎㅎㅎ


빈티지 그릇을 향한 작가의 애정에 조금은 또 놀랐어요. 누군가 사용한 물건에 대해 저는 조금 반감 비슷한 걸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에 빈티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들이 꽤 있어요. 그곳을 지나다니면서 쓰윽~~ 보는 재미도 꽤 있더라고요. 빈티지 매력있어요!!


이 책은 그 동안 길정현 작가가 써 왔던 책들과 조금은 결이 다른 거 같아요. 뭐랄까요, 조금더 은밀한 자신의 이야기가 담겼달까요? 단순히 정보나 감상만을 전해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특히나 젖병에 대한 챕터를 읽다가 눈앞이 뿌얘져갖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보냈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릇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과 사연은 밤새도록 들려줄 수 있다는 길정현 작가. 그 이야기를 차를 마시면서 다 들어보고 싶더라고요. “고요한 새벽에 남몰래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으로 그릇장 문을 살며시 열고 차곡차곡 정리해 둔 그릇들을 들여다보는” 사람.
그릇들을 보며 기쁨을 느끼는 작가와 책등을 쓰다듬으며 기쁨을 느끼는 저라는 사람. 분야는 달라도 마음은 같죠.


무언가를 사랑하고 좋아해서 마음을 쏟는 분이라면 공감하며 읽으실 거예요. 힘든 세상에 내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힘이 되잖아요.
어렵고 힘든 순간들, 남들에게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죠. 그 기쁨과 힘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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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존 버니언 지음, 릴랜드 라이큰 글,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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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남기는 리뷰입니다.


월드베스트셀러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고 알려진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17세기에 쓰여진 책이 300년이 넘도록 사랑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제가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천로역정을 읽었다 생각했는데 이번이 초독이었다는 것에 충격을 먹은 나! 😨 그간 애니메이션으로 봐서 그런지 몇독을 한 것만 같은 친숙함을 느꼈는데..😞


1660년 찰스 2세의 강력한 종교탄압 하에 허락 없이 설교했다는 이유로 12년을 감옥에서 보내는 중에 쓰여진 천로역정.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세상 광야를 두루 다니던 중, 우연히 동굴이 있는 어떤 곳에 이르른 나는, 그곳에 몸을 눕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을 자던 중 꿈을 꾸었다.❞
그렇다 이 책은 한 남자가 동굴 속에서 잠을 자던 중 꾼 꿈에 대한 이야기다.


크리스천이라 불리는 한 남자가 누더기 옷을 입고 있다. 한 손에는 책 한 권, 등에는 커다란 짐. 그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 책에서 읽은 멸망의 메시지. 그는 비탄에 잠겨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길을 나선다. ‘멸망의 도시’를 출발하여 ’천국의 문‘에 이르는 순례의 길을.


길을 떠나자마자 만나는 전도자는 그에게 빛을 따라 쭉 가라고 권면한다. 그 길을 같이 가자고 하는 옹고집과 팔랑귀. 크리스천은 순례길에서 선의, 단순이, 늘보,수다쟁이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나게 되고, 낙심의 늪, 굴욕의 골짜기, 허영 시장 등 다양한 시험을 통과하게 된다. 이것은 신앙 생활하는 여정 가운데 맞딱트리게 되는 여러가지 문제를 비유적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과연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는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만이 겪는 것일까? 크리스천의 순례의 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유혹, 두려움, 고독, 구원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풀어낸 것이기도 하다. 각각의 인물과 장소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비추고 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


특히나 도서출판CUP는 현대어 번역, 풍부한 주석, 캐리 마스의 해설과 릴랜드 라이큰의 천로역정 가이드까지 실려있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신앙 서적뿐 아니라 고전으로서의 가치도 갖고 있는 이 책은 문학적 깊이와 감동까지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신앙을 갖고 있는 이들, 성경을 읽어보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아 선뜻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아이들과 읽기에도 좋다. 명쾌한 해설과 그림으로 이해도를 높였으니 망설이고 있다면 CUP판으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천로역정 #존버니언 #CUP출판사 #신앙고전
#영적순례 #현대어번역 #크리스천의여정
#기독교문학 #고전 #베스트셀러 #우화
#The_Pilgrims_Progress #릴랜드라이큰
#캐리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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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5
헤르만 헤세 지음, 장혜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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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 특집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황야의 이리가 196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히피문화와 이 책이 잘 맞았다는 뜻이겠지. 그때는 아직 읽기 전이라 왜 그랬지? 하는 물음표만 있었는데 읽어보니 왜인지 이유를 알겠더라. 기존 가치관의 거부, 여성 해방, 성 해방, LSD를 통한 의식 확장까지. 이 책에 다 담겨 있더군.


책을 읽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데미안 중장년 버전인가? 뭐가 이리 흡사해?”


❝하리는 두 존재가 아니라 수백, 수천의 존재다. 그의 삶은 (모든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 단순히 본능과 이성, 성자와 탕자의 양극단을 오가지 않는다. 그의 삶은 수천 가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극단을 오간다.❞ p.76


주인공 하리 할러는 스스로를 ‘황야의 이리’ (문명과 동떨어진 야생의 고독한 존재)라 자칭하며 사회로부터 소외된 채 살아간다. 문명화되어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다 수행하지만 거기에서 느끼는 부대낌은 그를 끊임없이 아웃사이더로 만들 뿐이다. 결혼은 했지만 관계는 파탄이 나고, 애인은 있지만 늘 싸우기만 한다. 한 교수의 식사 초대에 응하지만, 교수 부인의 속물근성에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야 만다.
이 남자 참 까칠하구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느 날 우연히 얻은 ❛황야의 이리에 관한 논문❜ 을 읽고 인간이 선과 악, 이성과 감성, 육체와 정신 등 이분법으로 나누려는 시도가 무한한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은 둘이 아니라 수천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라는 것!!!!


그 이후 만나게 된 신비로운 여인 ❛헤르미네❜ 를 통해 새로운 질서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에게 배운 춤은 고통으로 가득찬 (관절염이 지긋지긋합니다) 자신의 육체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고, 마리아와의 육체적 쾌락은 황야의 이리의 본능을 자연적 욕망으로 끌어안게 된다.



헤르미네라는 인물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년의 얼굴도 있고, 하리와 형제처럼 느껴지는 존재. 하리는 매우 이성적이고 고립된 인물인데, 헤르미네는 그에게 감각적 쾌락과 예술, 자유로운 삶을 가르쳐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헤르미네는 융의 이론에서 말하는 ‘아니마(즉남성 안에 내재된 여성성의 상징)‘ 로 읽힌다. 데미안에서의 에바 부인처럼. 결국 헤르미네는 외부 인물이면서 동시에 하리 내면의 또 다른 자아로, 자기 인식과 자아 통합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자가 아닐까?
그녀와 함께 가게 되는 가면무도회와 마술 극장.
드디어 하리의 두 세계는 통합이 될 것인가!!!


이 책은 역자의 해설에도 있듯이 데미안의 확장 버전이다. 조금더 노골적이고 철학적, 실존적 고민이 깊다. 니체, 융의 철학이 진하게 담겨있어 그들을 좋아하는 이들이 읽으면 반가울 테다. 데미안 확장버전이 궁금하신 분들도 본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 데미안

#황야의이리 #헤르만헤세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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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사이
케이티 기타무라 지음, 백지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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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역하지 못한 감정들❞


말은 옮길 수 있지만 감정은 번역되지 않는다. 눈빛, 꽉 다문 입술, 몸짓, 표정 등이 말보다 더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친밀한 사이』의 주인공인 "나"는 통역사지만 가장 중요한 감정 앞에서는 늘 입을 다물고 만다. 하지만 이내 들키버리고 만다. 친밀함, 혐오, 당혹감 같은 것들은 어쩌면 말보다 더 먼저 들켜버리는 감정은 아닐까.


헤이그 국제 재판소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은 뉴욕에서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자 (아버지의 죽음, 엄마의 이주) 충동적으로 거주지를 옮긴다. 스스로를 낯섦의 세계로 던져버린다. 낯섦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과정이 어디 쉬울까. 이정도면 됐다고 느끼는 순간, 이상하게 쉬이 방향을 잃어버린다.

❛거리의 친숙함이 혼란에 길을 내어주는 그런 순간들이면, 이곳에서 내가 방문객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p10


그런 낯섦 속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친구 야나, 연인 아드리안, 야나의 소개로 알게 된 엘레너와 안톤, 직장 동료 베티나, 심지어 자신이 통역을 맡고 있는 반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른 아프리카 전직 대통령까지. 하지만 이 ❝친밀함❞이란 것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 자신의 연인에게 플러팅을 하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야나와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안톤에게 느끼는 불편함, 전직 대통령의 행위가 드러날수록 생기는 스트레스와 혐오의 감정까지.



주인공의 연인 아드리안이 아내와의 이혼을 해결해야 한다며 리스본으로 떠난다. 돌아오겠다고 한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둘 사이에 침묵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친밀함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린다. 시간과 침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침묵의 언어가 만들어낸 그 균열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우린 그것들을 다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일들은 익숙하다 느꼈던 헤이그의 거리에서 종종 길을 잃는 것 같은 당혹감을 느낄 테다. 마침내 찾았다고 느낀 “감정의 안식처”가 사라진 느낌.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잃어버린 느낌이지 않을까.


말하지 못한 감정
해석하지 못한 마음
명쾌하지 않은 상황들
이런 것들도 관계일 수 있을까?


❝집에 가고 싶다. 집처럼 느껴지는 곳에 있고 싶다. 그게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p.253


#친밀한사이 #케이티기타무라 #문학동네
#해문클럽#책리뷰 #감정의통역
#침묵의언어 #문학은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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