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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ㅣ 내가 좋아하는 것들 17
길정현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5월
평점 :
📚 ❝취미가 뭐예요?❞
이건 무슨 쌍팔년도 미팅에서나 나올 법한 질문이긴 합니다만 정말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취미 있으신가요? 전…. 독서 그리고 달리기 정도인 거 같아요.
덕후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도 같고요. 갖고 싶은 책을 못 사면 병이 난다거나 하지도 않아요. 그냥 책이라는 물성, 그 속에 담긴 전혀 새로운 세상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나의 세상이었을 그 세상을요.
제가 너무나 애정하는 친구가 있어요.
취미 부자, 맥시멀 라이프 예찬자, 관심 부자.
취미도 그냥 취미가 아니라 전문가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어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강연까지 할 수 있는 사람. 너무 멋지지 않나요? 이런 사람이 제 친구라는 게 전 너무 자랑스럽고 좋아요!!
누군지 눈치 채셨나요? 길정현. 맞습니다 이 책의 작가죠!
이 친구의 인스타 피드를 가만히 보다보면 이쁜 그릇들이 참 많이 나와요. 요리도 수준급인 거 같고, 멋지게 플레이팅을 하는 걸 보면 미적 감각이나 센스도 만렙이라는 걸 알 수 있죠. 길정현 작가가 “그릇”을 주제로 책을 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펀딩에 참여했고, 책을 받자마자 읽었습니다. 너어~~~~~무 재밌어요!!!
필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전 그릇의 ‘그’자도 잘 모르지만 취향을 가득 담은 무언가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그것들에 마음을 쏟고 돈을 쓰는 일이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놀랐어요. 덕질을 잘 하지 않는 저로서는 이런 행위들이 신기하기만 해요. 하지만 부럽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전 결혼을 할 때도 엄마가 사용하기 편하다고 추천해 준 코렐 6인조 세트를 샀어요.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취향에 맞는 그릇을 사러 발품을 파는 게 너무 귀찮아서 그냥 엄마가 이거 해라 그러면 오케이 했던 거 같아요. 다른 것들도 비슷하게 장만했고요. 어쩌면 내 취향이 뭔지도 잘 몰랐던 거 같고요.
지금 그 그릇은 어딘가에 쳐박혀 있어요. ㅋㅋㅋㅋ
그럼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 생각해봐요.
화려한 그릇 좋아하지 않고요, 조금은 단아한 느낌의 그릇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광주요 같은 그릇이요.
현실은 포트메리온 보타닉가든 사용하고 있어요.
묵직한 느낌이 좋아요. 잘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든든함이랄까요? 처음엔 큼지막한 꽃이 똭!! 그려져 있는 게 너무 촌스러웠는데.. 저 나이 드나봅니다.
길정현 작가의 책에 나오는 휘뚜루마뚜루 “빌레로이앤보흐” 도 이쁘더라고요? 책을 보다 만난 너무나 반가운 브램블리 헷지 라인! 친정에 있는 로열 달튼 찻잔과 소서를 업어오고 싶어졌어요. 막상 갖고 와도 잘 사용할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ㅎㅎㅎㅎㅎㅎ
빈티지 그릇을 향한 작가의 애정에 조금은 또 놀랐어요. 누군가 사용한 물건에 대해 저는 조금 반감 비슷한 걸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에 빈티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들이 꽤 있어요. 그곳을 지나다니면서 쓰윽~~ 보는 재미도 꽤 있더라고요. 빈티지 매력있어요!!
이 책은 그 동안 길정현 작가가 써 왔던 책들과 조금은 결이 다른 거 같아요. 뭐랄까요, 조금더 은밀한 자신의 이야기가 담겼달까요? 단순히 정보나 감상만을 전해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특히나 젖병에 대한 챕터를 읽다가 눈앞이 뿌얘져갖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보냈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릇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과 사연은 밤새도록 들려줄 수 있다는 길정현 작가. 그 이야기를 차를 마시면서 다 들어보고 싶더라고요. “고요한 새벽에 남몰래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으로 그릇장 문을 살며시 열고 차곡차곡 정리해 둔 그릇들을 들여다보는” 사람.
그릇들을 보며 기쁨을 느끼는 작가와 책등을 쓰다듬으며 기쁨을 느끼는 저라는 사람. 분야는 달라도 마음은 같죠.
무언가를 사랑하고 좋아해서 마음을 쏟는 분이라면 공감하며 읽으실 거예요. 힘든 세상에 내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힘이 되잖아요.
어렵고 힘든 순간들, 남들에게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죠. 그 기쁨과 힘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