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사이
케이티 기타무라 지음, 백지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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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역하지 못한 감정들❞


말은 옮길 수 있지만 감정은 번역되지 않는다. 눈빛, 꽉 다문 입술, 몸짓, 표정 등이 말보다 더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친밀한 사이』의 주인공인 "나"는 통역사지만 가장 중요한 감정 앞에서는 늘 입을 다물고 만다. 하지만 이내 들키버리고 만다. 친밀함, 혐오, 당혹감 같은 것들은 어쩌면 말보다 더 먼저 들켜버리는 감정은 아닐까.


헤이그 국제 재판소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은 뉴욕에서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자 (아버지의 죽음, 엄마의 이주) 충동적으로 거주지를 옮긴다. 스스로를 낯섦의 세계로 던져버린다. 낯섦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과정이 어디 쉬울까. 이정도면 됐다고 느끼는 순간, 이상하게 쉬이 방향을 잃어버린다.

❛거리의 친숙함이 혼란에 길을 내어주는 그런 순간들이면, 이곳에서 내가 방문객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p10


그런 낯섦 속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친구 야나, 연인 아드리안, 야나의 소개로 알게 된 엘레너와 안톤, 직장 동료 베티나, 심지어 자신이 통역을 맡고 있는 반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른 아프리카 전직 대통령까지. 하지만 이 ❝친밀함❞이란 것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 자신의 연인에게 플러팅을 하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야나와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는 안톤에게 느끼는 불편함, 전직 대통령의 행위가 드러날수록 생기는 스트레스와 혐오의 감정까지.



주인공의 연인 아드리안이 아내와의 이혼을 해결해야 한다며 리스본으로 떠난다. 돌아오겠다고 한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둘 사이에 침묵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친밀함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린다. 시간과 침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침묵의 언어가 만들어낸 그 균열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우린 그것들을 다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일들은 익숙하다 느꼈던 헤이그의 거리에서 종종 길을 잃는 것 같은 당혹감을 느낄 테다. 마침내 찾았다고 느낀 “감정의 안식처”가 사라진 느낌.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잃어버린 느낌이지 않을까.


말하지 못한 감정
해석하지 못한 마음
명쾌하지 않은 상황들
이런 것들도 관계일 수 있을까?


❝집에 가고 싶다. 집처럼 느껴지는 곳에 있고 싶다. 그게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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